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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건설업계와 '공간의 품격'

김갑진
- 8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제를  ‘의식하지 못한 채 형성하는 복합체계’라고 부릅니다. 거대한 복합체로서 경제현상은 기실 인간의 의식과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어느순간 드러나는 일의 이면을 종종 놓쳐버려 나타나는 현상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맙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의식이 시간을 넘어 지속된 일관성을 보이지 않거나, 집단의 의식이 개인보다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복잡한 경제현상은 그래서 인간의 의식이 끝내 따라가지 못한 채 벌어지는 자동적인 그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2023년 부동산업계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점점 힘겨운 상황 속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금리인상 기조에 기대 연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 넘나들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한동안 5~6% 선으로 떨어지는가 싶던 주담대 금리가 4분기 다시 6~7%로 오르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가격의 하방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한 공간 수요는 '꺼져가는 불'과 같았습니다.

정부는 올 연초부터 부동산경기 연착륙을 표방하며 여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 대책은 과거를 쉽게 잊고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대책의 일환인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올해 3분기까지 가계부채는 매달 수조원씩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지요.

그렇지만 공급측면에서 원가상승 부담은 여전히 큰 한해였습니다. 건설자재값의 경우 전년 급상승세 비해 다소 누그러졌으나 2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습니다.

물가상승세는 건설노무비로 이어졌습니다. 건설 보통인부의 하루 비용이 16만원인 시대입니다. 집을 짓는데 자재비와 인건비가 30%는 비싸졌습니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30% 올린다면 분양은 고사하고 건설산업계는 다시금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부동산개발 PF사업 역시 비용 부담과 수요 감소에 따라 훨씬 높아진 사업성 기준을 요구받았습니다. 수익 창출의 허들(hurdle)이 높아졌는데, 그 높아진 허들을 보며 은행도 보증회사도 쉽게 PF사업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단기 자금시장을 이용하는 기준이 높아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금융을 조달하려면 사업성 기준이 높아지고 여러 신용보강장치가 필요합니다.

올 들어 부동산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쉽지 않자, 금융당국은 대주단 협약을 통해 만기 연장하는 등 일단 시장이 살아나기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부동산시장 개선이 없자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신호를 내고 있습니다. 당국이 옥석을 가릴 것이라고 하자 시장은 앞으로 정리할 브릿지론의 규모가 15조원~20조원에 이른다고 예상합니다.

공간의 품격

이처럼 인플레와 금융조달 문제로  어려움이 큰 것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건설업계가 '공간의 품격'과 관련,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주택토지공사(LH)발 순살아파트 사건에 대한 ‘LH카르텔 혁파방안’이 여실히 그러합니다.  민간이 공공주택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LH와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LH가 태생 원조격인 과거 '조선주택영단'시절부터 갖고 있던 국민의 주거권, 공공주택의 보급이라는 취지는 이제 유효한 가치가 아닌지 의문입니다.

철근을 빼먹더라도 이익을 더 남기려는 도덕성이 문제였고 그 같은 일이 짬짜미 ‘카르텔’ 때문이었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내면 그만입니다.

차제에 전 국민의 60% 이상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일찍 '공간의 품격'을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동주택관리청 신설 등 보다 강화된 형태의 집행당국이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주택 관리감독 강화 역할의 예를 들자면 층간소음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칼부림 사건, 방화 사건 등 매우 자극적 부작용을 보면서도 우리는 애써 문제의 크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 민원이 한해 4만건에 달하는 데에도 우리는 근원적인 방법을 외면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은 단순하지만 근원을 향해 가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아파트는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겠다.’ 이처럼 근원적이고 간명한 정책을 우리는 왜 지난 60년간 시행하지 못한 것일까요?

사람들의 주거로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을 본격 활용한 지 60년이 지나서야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을 만큼 우리는 현실로 닥쳐야 늘 새로운 시선을 빼앗기는 존재입니다.

'공간의 품격'을 실효성있게 높일 수 있는 대책은 문제를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바라볼 때 가능한 것입니다.  때문에 공동주택관리청을 두고 이를 들여다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뜩이나 건축원가가 올랐는데 분양가 상승요인을 이 불경기에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고 건설업계가 비판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건 하고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긴 시간이 지나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당면한 공간 문제를 해소한 데 대해 새롭게 인식할 날이 올 것입니다.

연말을 맞아 건설부동산업계의 내년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보다 더 힘겨운 한해를 점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실제 그럴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중견, 대기업의 부도설이 도는가 하면 PF구조조정 등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힘든 시기에 공간의 품격을 얘기하자니 이 무슨 가당찮은 말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또 어느새 다가올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기에 미리 준비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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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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