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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유럽 상업용부동산...국내 금융사도 좌불안석

원정호기자
- 8분 걸림 -
KB스타리츠가 보유한 영국소재 삼성유럽 본사(사진:KB스타리츠 홈페이지)

유럽 상업용 부동산(CRE)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건물가치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 등 예기치 않은 여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현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산건전성 저하와 유동성 리스크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소재 신용평가회사 스코프(Scope)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하는 유럽 CMBS(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의 대출 중  20%가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처했다.   예상 현금 흐름이 너무 낮고 대출기관의 높아진 요구사항을 맞추지 못해서다.  또한 스왑 금리가 100bp(1bp=0.01%) 더 오르면 CMBS 대출의 또 다른 14%도  리파이낸싱 위험에 직면한다. CMBS 총 대출의 3분의1 가량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 수준의 리파이낸싱 위험에 노출됐다고 스코프는 설명했다.

CRE 대출자가 직면한 3가지 리스크는 대출 조건 강화, 금융비용 증가, 부동산가치 하락 압박 등이다.   감정평가의 늦은 반영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 가치는 지금까지 대부분 유지됐다. 하지만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서 손떼고 있고, 은행을 대체할 대출기관들은 자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스코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피스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20년 2.0% 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이 건물은 이자보상비율(ICR)이 2.0배, LTV(대출비율)은 60%였다.  그러나 지금 사정은 다르다. 캡레이트가 30bp, 이자비용이 150bp 올라 LTV는 68% 증가하고 이자보상비율은 1.14배로 떨어진다.

유럽중앙은행(EB)도 부동산펀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CB는 지난 3일 거시건성성 관련 보고서에서  부동산 투자 펀드의 순자산 가치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한 1조유로(1조1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과의 상호 의존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인출할 기회가 빈번한 반면 자산 자체는 유동적이지 않기 때문에 ECB는 불일치를 경고했다.  이런 불안정성은 상업용 부동산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더 넓은 금융시스템과 실물 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ECB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돈을 빼내면서 인출을 제한해야 했던 펀드의 최근 사례로 블랙스톤 부동산펀드를 지목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추가적인 인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ECB는 덧붙였다.

코로나에 따른 재택근무와 전자 상거래 활성화가 상업용 부동산의 1차 침체를 불렀다면 이제 불확실한 경제 전망과 인플레와 싸우기 위한 빠른 금리 인상이 추가적인 침체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 수요 급증을 관리하고 시장 스트레스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환매 비용을 대비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ECB는 조언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도 유럽 CRE 우려 지속으로 유럽 부동산회사 주가가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썼다.  독일 부동산회사 베노비아(Vonovia) 주가는 3월 초 이후 30% 하락해 사상 최저치다.  네덜란드의 어라운드타운(Aroundtown)은 한달 만에 42% 급락했으며 프랑스의 게시나(Gecina)는 13%, 영국 세그로(Segro)는 9% 하락했다.

미국은 상장 리츠가 활성화된데다 데이터센터와 헬스케어, 스토리지 등 업태가 다양하다.  그러나 유럽은 부동산대출을 대형 은행이 도맡아 했고, 오피스와 상업용 부동산 노출도가  많은 편이라 타격이 더 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리츠 펀드 대출기관 등도 긴장하고 있다. 자산 가격 하락시 증권사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서다. 리츠시장 호황기인 지난 2019년 증권사와 보험사의 미국과 유럽 부동산투자가 활발했다.

우선 마스턴프리미어리츠와 KB스타리츠가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현지 대주로부터 적정 LTV(건물 감정가격 대비 대출금 비중) 초과분 만큼 현금을 유보하라는 통지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KB스타리츠는  영국에 투자한 삼성 유럽 본사 빌딩 관련해 지난달  현지 대주인 도이체 판드프리프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일부의 상환을 위한 자금 납입을 요청받았다.  대출약정상 현금유보 의무(Cash Trap Event)가 발생해서다.  현금 유보란  건물값이 하락해 대출원금이 LTV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배당재원을 유보하고 대출 상환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세빌스UK는 이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5300만파운드 가치로 매겼다.  감평액 대비 대출원금(3600만파운드)을 비교하면 LTV는 67.92%다.   현금유보 이벤트 해소를 위한 대출금 상환 의무액은 LTV 60%를 맞추는 450만파운드다. KB스타리츠는 "약 400만파운드(64억원)를 자체 예비비 재원으로 마련해 납입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24일 공시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보유중인 프랑스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와 관련해 현금유보 의무 발생 통지를 받았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지난달 CBRE가 실시한 이 건물의 감정평가액은 4480만유로다.  이에 대출원금(3000만유로)의 LTV가 66.96%로 올라 현금유보 기준인 65%를 초과했다.  그 결과 상반기 들어올 임대료 중 88만유로 상당의 현금이 현지에 유보된다.

리츠 뿐 아니라 직접 소유한 건물들도 감정평가 값어치가 하락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소유한 프랑스 라데팡스 지역의 마중가타워도 최근 감정평가 결과 자산가치가 1000억원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자산이나 펀더멘털이 아직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리파이낸싱 시점에서 최근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 감정 재평가 결과 건물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대출기관이 차주 측에 신용을 추가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부동산을 소유하면 대주단이 정기적인 감정평가를 요구하고 이에 따라 LTV가 바뀌기 때문에  현금유보 이벤트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캡레이트(자본환원율)가 올라  건물 감정평가액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물가액의 LTV 버퍼가 낮은 경우 가파른 금리 상승시 현금유보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런 이벤트는 장기적인 배당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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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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