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삼성SDS타워 매각, 국내외 투자자 '엇갈린 시선'
서울 잠실 삼성SDS타워가 오는 6월 15일 입찰을 통해 매각을 본격화한다. 빌딩 매도자인 유경PSG자산운용과 매각주관사 등이 사전 태핑한 결과 국내외 투자자의 관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사는 인수전 참여에 시큰둥한 반면 해외사는 3곳 정도 살펴보고 있다.
30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삼성SDS타워 매각과 관련, 당초 예상에 비해선 잠재 매수 희망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 빌딩이 대형 자산이지만 강남업무권역(GBD)을 다소 벗어난 잠실권으로 애매한데다 삼성SDS가 장기간 사용할 예정인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공격적으로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거래를 사전 검토한 국내 한 대형자산운용사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매각주관사 측에서 캡레이트(자본환원율)를 낮게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매도자 측에서 4%대 초반의 캡레이트를 제시했는데 이 경우 5%대(변동금리 기준) 오피스 대출금리를 감안하면 역레버리지(운영수익이 대출금리보다 낮은 상태)에 처한다"면서 "배당률이 줄기 때문에 투자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한 상업용부동산 리서치센터 관계자도 운영수익이 낮으면 운용사들의 내부 심의 통과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을 감수하고 향후 금리 하향시 대출을 갈아타는 전략으로 갈 수 있겠지만 이 조차도 내부 심의 통과를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투자기관은 3곳 정도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택 근무 여파로 가격이 곤두박질친 미국과 유럽 오피스를 피해 여전히 공실률이 낮고 가격 하락이 없는 한국 오피스를 담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북미 오피스 투자를 못하자 아시아 오피스에 투자하려 한다"면서 "아시아에서도 중국 시장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일본 한국 싱가포르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재 입찰 참여자들이 많지 않는 등 경쟁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도자 측은 오히려 실매수자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반응이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우량한 물건이 드물다보니 일단 물건이 나오면 입찰 참여용 내부 심의를 통과하고도 인수전에서 떨어질 때가 많다"면서 "이번 딜의 경우 경쟁이 덜해 매입가가 상향될 것 같지 않아, 적정가로 대형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인 유경PSG운용은 유경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펀드GMK제11호을 통해 지난 2019년 1월 이 빌딩을 사들였다. 당시 인수가는 선순위 담보대출 3880억원을 포함해 6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5년인 펀드 만기가 내년 1월 도래하자 그 이전에 차익을 확정하기 위해 빌딩 처분에 나선 것이다.
삼성SDS타워는 지하 6층, 지상 30층 규모다. 건축 규모는 연 면적 3만평에 이르는 코어급 에셋이다. 최근 감정평가액이 8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삼성SDS가 100% 임차해 쓰면서 장기 임차(마스터리스)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