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PF 기준금리, CD가 각광받는 이유
만기 91일 기준(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국내 인프라PF시장의 대표 기준금리로 각광받고 있다. 20년 가까이 기준금리 역할을 한 회사채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를 밀어내고 CD금리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CD금리가 지표 금리로 널리 활용되는 것은 금리 추세가 안정적인데다 회사채 금리에 비해 낮고, 주요 투자자인 은행들의 조달 금리와 일치한다는 여러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프라 개발사업의 차입금 조달을 위한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일정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얹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에서 가산금리에는 금융사 마진 등이 포함된다.
인프라사업 기준금리는 과거 채권시장 대표금리인 A+급 회사채 3년물 금리를 적용하다 2000년대 들어 AA-급 회사채 3년물이 대표금리 역할을 했다.
그러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해부터 CD금리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철도 도로 항만과 같은 BTO(수익형 민자사업)을 비롯해 에너지 개발사업에도 CD금리가 활용된다.
올해 2월 금융이 종결된 대전하수처리장 민간투자사업에 이어 오는 7월 금융 약정을 체결할 예정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 역시 CD금리에 2%대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금융조건을 구성한다. 이달 중 5000억원의 PF금융을 종결하는 LNG열병합발전소인 SK멀티유틸리티도 변동금리를 CD+2.95%로 정했다.
장기의 인프라사업이 지표 금리로 CD금리를 삼는 것은 먼저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CD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추종하다 보니 금리 널뛰기를 하는 회사채에 비해 금리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이며 8일 기준 CD수익률은 3.55%다.
고금리 환경에서 사업주가 선호하는 점도 반영됐다. 회사채에 비해 CD 금리가 낮아 CD금리를 활용하면 전체적인 조달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전일 기준 AA- 회사채 수익률은 4.079%여서 CD수익률(3.55%)에 비해 0.529%p 높다. 가산금리 2%를 더할 경우 회사채 기준 금리는 6%대, CD 기준 금리는 5%대라는 얘기다.
최근 은행들이 인프라개발사업의 주요 투자자인 점도 CD금리 대세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에 이어 보험사 마저 국내 인프라개발사업에서 이탈하면서 은행들이 인프라사업의 주요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가 선호하는 3년 이상 고정 금리보다는 은행의 조달 금리인 단기 변동 금리에 맞게 금리를 일치시켰다는 뜻이다. CD는 은행이 양도 가능한 권리까지 부여해 발행하는 증서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채권처럼 자금조달을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개발사업 환경이 불확실하다 보니 CD를 기준금리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면서 "자금조달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CD금리가 기준금리로 계속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