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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한국경제 진단

김갑진
- 8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도 한달 여를 남기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하루 하루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올해 11개월을 돌아보면 변화의 규모와 양상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PF 부실, 거래절벽 상태의 주택시장,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등 2024년 시작 무렵에 형성된 당시의 경제흐름은 11개월이 지나면서 사뭇 달라졌습니다. 개개 사안별로 진행 양상을 살피기에 앞서 때때로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경제현상의 변동이 연속 변수인지 이산 변수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대체로 경제 현상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진행 양상을 보면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지속되는 가운데 누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면 그로 인해 어떤 국면이 조성됩니다. 사람들은 그 국면을 하나의 특징적 현상으로 규정하면서 해당 현상을 강화하는 패턴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그 사이 경제주체는 저마다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대응을 하게 됩니다. 그 대응이 타당한 것인지는 일련의 흐름이 종료되고 해당 현상의 시종을 종합할 수 있을 때 비로서 파악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점 우리는 현상으로서 대두된 것과 수면 아래 잠복된 다양한 흐름이 서로 연계돼 다시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하는 어느 지점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 한국경제 전망

연말이 되면서 관계 기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조정 의견과 내년 전망 발표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IMF는 지난주 정부당국과 연례협의를 통해 2024년~25년 우리 경제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습니다.

어떻게 IMF는 세계 각국의 현황을 내국민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는지, 또는 있다고 믿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그 권위의 기관에서 한국경제를 이렇게 본다니 일단은 살펴볼 일입니다. 요약하면 IMF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경제 성장률이 2% 내외에 머문다는 것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2%는 OECD에서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로 본 수치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합니다. 따라서 실상은 달성가능한 최대치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저성장을 우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진정되면서 2022년 4분기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그 이전에 비해 다시 한번 여실히 낮아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현실의 우리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대내외, 화폐와 실물 모든 측면에서 사실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9분기 연속 감소세인 소매판매액지수는 내수위축을 통한 불황 국면으로 진단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또 전년에 비해 회복했다고는 하나 경상수지 흑자가 정체된 수출과 축소된 수입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우수하다 보기 어렵습니다. 고용이 늘었다고 하나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자 재취업 증가에 따른 것으로 청년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사실은 가려집니다.

2000조원에 근접한 가계신용을 비롯해 기업, 공공 등의 부채규모는 GDP의 약 300%(민간 222%+ 공공 75%)에 이르고 있습니다. 막대한 부채는 어느 순간 내외부 충격으로 우리경제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공포입니다. 또 경제규모를 압도하는 부채는 그 자체로 통화정책의 신속성과 효율성에도 더 많은 고민과 대응을 요구하기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금리, 대출정책 여하에 따라 주택가격이 등락하고 주택거래가 좌우되는 현실은 부동산에 초집중된 우리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가계자산 80%를 흡수하는 부동산 가격 여하에 따라 국민들이 울고 웃는 교차 속에 부동산에 종속된 기형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이성은 마비되어 있습니다.

환율, 금리, 물가 등 가격지표가 우호적인 것도 결코 아닙니다. 요약하면 경제규모는 위축-축소 국면에서 소비와 생산, 고용 모두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기업은 환율상승에 따라 수입규모를 축소하고, 가계는 이자부담으로 소비를 축소합니다. 소비축소는 생산축소를 부르며 고용축소로 이어집니다.

이와 같은 현실 경제를 보면서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된다’거나, ‘경제에 90점을 주고 싶다’는 정부여당의 진단은 군맹무상(群盲撫象)차원의 무지를 넘어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의도성으로 읽힙니다. 마치 ‘모두가 병들어 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이 상황’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25년 건설·부동산 경제는 회복될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한해를 지속했던 PF부실화에 대한 제도개선 대안을 지난 14일 발표했습니다.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비교적 현장 문제에 집중된 개선안을 설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실질적 개선안을 마련해 ‘지금껏 형성된 실무 관행을 바꿔 낼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대내외 침체 국면의 여건이 지속되는 한 건설·부동산 경제라고 뾰족한 수가 있기 힘들 것입니다. 4분기의 부동산 시장은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다시 전년 말과 같은 거래절벽, 매물급증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섣부른 회복을 전망하기가 지금으로서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연말을 맞아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일부 건설사에서는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 같은 기조는 조직 구조조정을 준비하거나, 사업수주를 선별적으로 이행하려는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회복을 전망하기에 겪어야할 과정이 많을지라도 회복을 위한 실효적 개선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만이 당면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IMF 한국 미션 단장 라훌 아난드(Rahul Anand)가 남긴 메시지를 살펴보면서 실효적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가늠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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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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