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의 역설, 미국의 독주와 주택시장의 딜레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욕망과 세계질서의 재편
세계 최강국이자 기축통화국의 리더가 결정한 관세정책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대공황 시절의 유사한 정책과 20세기 진영대립의 폐해를 떠올리게 합니다.
95년 전 대공황을 촉발시킨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은 ‘미국의 농산물과 일자리를 지키자’는 구호 아래, 대공황 직전에 입법되어 그 한복판에서 실행된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관세정책이었습니다. 당시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이 보복관세로 맞섰고, 그 결과 미국 수출은 절반 이상 줄고 세계 교역량은 약 2/3 수준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형성된 동서냉전 질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기 각 진영은 이념을 축으로 대립했지만, 진영 내에서는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결속했습니다. 한국의 고도성장 또한 자유진영 중심국인 미국의 전략에 발맞춘 결과였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군수물자(경공업 제품) 수출을 시작으로, 중화학공업과 전자산업 등은 자유진영의 우산 아래 달러를 벌어들이는 구조에서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는 이념 대립이 희석되며, 글로벌 공급망과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중국이 부상했고, AI혁명도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 대통령은 마치 질서를 뒤엎는 듯한 방식으로 국제 시스템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 행보는 이념도, 동맹도 구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계를 ‘미국 vs 비(非)미국’으로 재편하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상호관세, 공생적 달러패권을 깨는 미국의 전략
트럼프의 관세정책 발표 직후, 주가와 환율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금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은 아직 협상을 통한 조정 가능성이나, 관세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닥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물과 화폐를 매개하는 가격 지표들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침체 국면에 있는 한국 경제엔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할 경우,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교역량 감소와 기업 성장 저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업들은 내수 확대와 비관세 교역 확대 같은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탐색비용은 늘어납니다. 관세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세계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물 측면에서는 공급비용 상승 → 총수요 감소 → 기업 성장 둔화 → 주가 하락 → 고용 감소의 흐름이 예상됩니다.
화폐 측면에서 보면, 관세는 사실상 교역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고 이는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를 부추깁니다. 결과적으로 세계 각지의 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되며, 미국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관세로 인한 세수 확보와 함께, 미국 주식·채권시장을 동시에 부양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는 지금껏 세계와 나눠 가졌던 ‘공생적 달러패권’을 깨고, 미국이 이를 독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를 희생시키는 미국의 독식 시도
물론 이 같은 독주가 항상 통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국이 ‘미국 vs 비미국’ 구도를 만들어 미국을 고립시킨다면, 천하의 미국이라도 고립을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국제 금융 질서와 달러 자산 안정성의 구조가 견고해 이 같은 시나리오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과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긴장을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건설·부동산에 스며든 ‘인플레이션과 그 역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국내 건설·부동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높은 건설자재 국산화율을 감안할 때 직접적으로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해외 건설시장 내 미국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입 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원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자재가 한국으로 향하게 되면, 가격 전가가 이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분양가 상승 압력이 생깁니다.
반면 금리 상승은 기존 자산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건설시장에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역설’이 공존하게 됩니다. 수요 위축이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건설투자의 물량과 가격 조정의 유연성을 높이고, 공공과 민간 자본이 협력해 주택시장을 부양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