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부동산PF대출...은행들 "스프레드부터 미리 정하자"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시행사와의 금리 협상 때부터 스프레드(기준금리에 얹는 가산금리)를 미리 확정하려는 은행들이 최근 늘고 있다. 경기는 둔화되는 반면 기준금리는 계속 오르자 마진(이익) 수취를 확실히 하려는 은행들의 속내로 풀이된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B3CC1블록 복합개발사업의 대주단 모집 과정에서 기준금리에 스프레드를 확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전에는 연 5% 변동금리로 선순위 대출분을 정했다면 지금은 SOFR을 기준금리로 정하되 스프레드를 2%로 확정하는 식이다. SOFR은 리보를 대체하기 위해 산출된 단기금리다.
금융주간사인 산업은행과 KB증권은 이처럼 스프레드를 정해 금융기관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줄였다. 이어 3억달러 규모의 PF대출 약정 마무리를 위해 막판 스피드를 올리고 있다.
예비 대주단에는 주선사인 KB증권을 포함해 국민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KB캐피탈 등이 있다. 사업 시행은 JR투자운용의 사모부동산펀드(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2호)이지만 대우건설이 펀드 지분 35% 가진 최대주주다.
흑석 A구역 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역시 대주단 모집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양도성 예금증서(CD) 3개월물로, 스프레드는 1.8%로 각각 확정했다. 과거에는 변동금리 5%로 정했다면 지금은 기준금리 변동성을 열어놓되 스프레드를 확실히 정한 것이다.
금융주간사인 신한은행이 2300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모집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금융 조건으로 한 대출 금융기관을 물색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시행사와 은행들은 PF대주단 구성 협상시 전체적인 PF대출금리만 정하고 구체적인 스프레드는 첫 자금 인출 때 정했다.
시행사의 사업 수주를 지원하거나 개발사업 수지를 맞춰주기 위해 은행들이 일종의 편의를 봐준 것이다. 첫 인출 때 기준 금리 변동성에 따라 금융사 스프레드를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금융 조건 협상 때 변동금리 기준 연 5%로 PF대출을 정할 경우 첫 자금 인출시 기준금리가 3%이면 스프레드를 2%로 정해 5%를 맞추는 식이다.
그러나 올 들어 금리가 급등하자 은행들이 역마진 리스크를 우려해 IM(Information Memorandom)단계, 즉 사전 금리 협상 때부터 스프레드 조건을 확실히 챙기고 있다.
IM은 프로젝트 관련 주요 정보 위주로 작성되는 프로젝트 소개서이자 사업설명서로 불린다. 투자자들 및 대출제공 희망기관 앞으로 배부하고 투자 및 대출 참여를 권유하는 자료다.
은행 관계자는 "시행사가 금리 급등의 부담을 은행에 전가하기 위해 첫 인출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면서 "신디케이션 때 스프레드를 미리 정하자는 움직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대출 헤게모니가 시행사에서 금융사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과거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사업권을 가진 시행사가 갑이었다면 지금은 자금대출 권한을 쥔 금융사가 갑이 된 것이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로 차주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사들은 대출을 적게 하고 대출 요건은 깐깐히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