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협약 실효성 의문 고개...부실사업장 매입 캠코 역할 커질 듯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이 이달 중 가동되는 가운데 협약 실효성을 놓고 금융사들의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주단 협약의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우선 협약을 가동하되, 실질적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PF사업장을 매입 지원하는 캠코(자산관리공사)의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5대 시중은행은 전일 PF대주단협약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PF시장을 안정시켜 원활한 주택공급을 이어가고 미래의 공급 절벽도 대비하겠다는 게 대주단협약 가동의 목적이다.
현 부동산 개발시장은 급격한 경색을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으나 추가적 시장 발작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사들 "과거 대주단 협약 성과 저조"
이에 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8~2016년 정부 주도로 180여개 금융사가 참여해 운영한 대주단협약을 이달 중 재가동할 방침이다. 그런데 당시 대주단 가동에 따른 성과가 저조했다는 게 금융사의 평가다.
협약에 가입한 채권단이 건설사 지원을 위해 보유 대출채권 만기를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필요시 신규자금도 지원하는 게 협약의 목적이다. 그러나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별, 또는 대주단 내 이해관계가 달라 실질적 지원 효과가 낮았다고 은행들은 당국에 설명했다. 채권액 기준 일정 비율 이상의 채권금융기관 동의 때만 채권이 유예되는 탓에 불발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건설사가 적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대주단 협약을 통한 지원 실적이 거의 없어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PF자산의 부실 위험이 적은데다 금융업별 부실자산 차이가 워낙 커 업권별로 대주단 협약에 대한 필요 입장이 다른 실정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대주단 협약에 가입할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업권별 정보 공유가 쉽지 않은 것도 대주단 협약의 한계로 꼽힌다. 동일 금융지주 내 계열사여도 보유 부실 자산에 대한 정보에 민감해 상호 공유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먼저 은행들이 대주단 협약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성과가 저조한 점을 고려해 절차를 간소화함은 물론 업권의 불만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금융사간 상호 공유가 어려운 점에 대해선 금융지주 차원의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 PF 현황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캠코 지원 역할 병행..."부실사업장 적극 매입"
금융당국은 PF 대주단협약을 4월 중 우선 진행하되 캠코를 통한 PF 사업장 매입지원을 뒤따라 시행하는 등 '대주단 협약'과 '캠코'를 시장 안정화의 양 날개로 사용할 예정이다. 캠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기금 등으로 PF채권을 인수‧정리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약 11조1000억원 채권을 6조4000억원 가치로 인수해 6조 6000억어치 회수했다.
이번에도 공매로 쏟아질 PF부실사업장의 잠재 인수자가 없을 경우 캠코가 적정 가치로 인수하는 유동성 공급자로 나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부실PF 매입·정리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와 1대1 자금 매칭 형태로 2000억원 규모 5개 펀드를 동시 조성하는 게 목표다. 착공 이전 브릿지 PF대출로서, 채권 재조정이나 재구조화를 거쳐 계속사업이 가능한 사업장 채권이 인수대상이다.
정상화 절차를 보면 캠코는 우선, 사업장을 발굴해 실사와 매각가를 산정하고 입찰을 진행한다. 채권 매각가는 매각 금융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 계속가치를 기준으로 정한다. 입찰에서 낙찰되면 부실PF 매입·정리펀드가 채권을 인수한다. 이어 PF채권을 모아 PFV를 통해 준공ㆍ매각(분양)을 거쳐 배당 및 PFV 청산 방식으로 정상화를 추진한다.
가격 차이로 유찰시 일정기간 경과 후 재입찰을 진행하고 유찰 장기화 때는 '완전사후 정산부 조건'으로 캠코가 매입하게 된다. 캠코는 상반기 중 자산운용사를 선정한 후 매각 가능 사업장을 발굴해 사업정상화를 서두른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