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가 바라본 '매입임대사업'의 매력①
정부가 보내는 '임대주택 매입 확대' 시그널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공공분양 10만가구, 공공임대 15만2000가구 등 총 25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공공주택 공급 물량은 공공분양 9만가구, 공공임대 11만5000가구 등 총 20만5000가구인데, 이를 내년에는 4만7000가구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 물량 중 상당수는 정부가 직접 공사를 발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미 지어진 주택을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게 되는데요. 이런 방식을 ‘매입임대주택’ 이라고 합니다. 부동산 개발시장이 위축되면서 많은 디벨로퍼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엑시트(Exit) 방식으로 매입임대 사업처럼 정부 정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매입 임대주택이란
매입임대주택이란 '공공주택특별법 제 43조와 기존주택 등 매입임대 업무처리지침(국토교통부 훈령)'에 의해 민간이 신축하고 공공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뜻합니다. 모든 공공임대주택을 공공에서 짓는다면 속도가 느릴 뿐더러 사업이 비효율적이기에 민간이 지어 공공에 파는 매입임대주택 방식이 마련됐습니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까지 총 19만2627가구를 매입했습니다.
매입임대사업 과정
사업자가 토지를 확보해 매입 심사서를 제출한 뒤 심의를 통과하면 감정평가사 2명이 시세, 원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입가를 결정합니다. 이후 정부는 사업자와 매입약정을 체결합니다. 민간사업자는 PF금융 등을 활용해 설계 및 공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정부의 매입약정서는 사업자가 금융을 제공받는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정부는 공사단계별 4회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완공 후 추가적인 2회의 품질검사를 벌여 모든 검사를 통과할 경우 소유권 이전과 잔금 지급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즉 디벨로퍼 관점에서 공공에 매각해 엑시트할 뿐 아니라 정부의 신용도를 사업과정에서 활용해 '캐피털 리스크'를 헷징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국내 공공임대주택의 기원
우리나라는 1989년 최초로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하며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을 정립햇습니다. 공공임대주택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모형,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이나 자산을 가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모형, 그리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잔여모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중 잔여모형을 선택한 셈 입니다. 하지만 잔여모형의 경우 사회적인 낙인효과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20세기 초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와 슬럼화가 진행되자 그 해결책으로 ‘주택바우처’ 방식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잔여모형을 택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을 하다 보니 속칭 ‘휴먼시아 거지’ 라고 운운하는 등 임대주택에 대한 좋지 않은 낙인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분양 입주민과 임대 입주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등 사회적인 문제도 상당합니다.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
선진국의 경우 공공주택의 비율도 높고, 그 역사가 훨씬 깁니다. 특히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주택이 파괴됐고, 이는 주택재고의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전쟁 이후 인구가 급증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주택공급을 추진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급된 주택의 건설 및 유지 관리를 위한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었고 대부분 지방 정부도 주택의 건설과 공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표에서 보듯 네덜란드에선 전체 가구의 33%가 공공주택이며 낮은 편인 아일랜드도 9%에 해당합니다. 이는 국내의 서울기준 7%, 전국기준 5%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비율처럼 보이는 독일도 사실은 지방정부가 임대료를 강력히 통제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대주택 비율은 훨씬 높은 것과 같습니다. 유럽의 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잔여모형보다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모형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공급도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미래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비율도 유럽처럼 늘어날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최소한 역대 정부들은 모두 공공임대주택을 통한 주거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놓았고 각 공약들은 성공적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습니다.
그간의 정책 효과를 겪어서 아시겠지만 서민의 주거 안정성이야 말로 사회의 건강한 동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매입임대주택을 통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은 꾸준히 이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임대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사는 사람도 주변에 사는 사람도 만족할 법한 양질의 공공주택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민간이 공급해 정부가 판매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제로투엔은 '디자인 공공임대주택'을 정부에 공급해 이런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로서 좋은 경제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 시각에서 매입임대사업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좀 더 실무적인 내용을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