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틈새시장 `콘텐츠제작 스튜디오' 각광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이하 제작스튜디오) 부동산에 관심갖는 디벨로퍼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상품이지만 콘텐츠에 대한 소비 급증에 힘입어 스튜디오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이에 제작 스튜디오를 개발하거나 물류센터를 스튜디오로 용도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700~1500평 규모 스튜디오 10개동을 운영하는 A대표는 올해 들어 제작스튜디오 건립사업을 추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 대표는 "촬영을 위한 대관(임차)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는데 비해 공간이 부족해 다른 스튜디오를 소개해주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B시행사는 경기 파주에서 인허가를 마친 2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부지를 제작스튜디어로 용도 변경할 예정이다. 당초 데이터센터 개발용으로 전환을 검토했으나 데이터센터용 수전용량(받을 수 있는 전기 총량)이 부족해 제작 스튜디오로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콘텐츠 제작업체가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든 사례도 적지않다. 코리아스토리프로덕션은 경기 이천 신둔면 일대 3만여 평 부지에 500~1000평 규모의 드라마 스튜디오 30동, 500평 크기의 버츄얼 스튜디오 2동, 야외 세트장 등으로 이뤄진 '코리아 스토리(KOREA STORY)' 영상복합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관련 부처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내년에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자산운용사 역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지스자산운용은 인공지능(AI) 기반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기업인 비브스튜디오스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맞춤형 미래공간 조성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이지스운용은 공간 조성을 위한 투자·개발을, 비브스튜디오스는 개발 계획 자문을 각각 담당하며 버추얼 스튜디오 빌딩 구축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제작 스튜디오 개발이 활발해진 것은 늘어나는 드라마·영화 제작에 비해 스튜디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업계는 스튜디오 대여율이 90% 이상에 이른디고 강조한다.
부동산 컨설팅기업인 브라이튼부동산중개법인의 유다미 대표는 "급증하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물류시설과 달리 인허가 및 민원문제가 적으며 관련 종사자들이 거주 가능한 숙박시설을 연계해 개발할 수 있는 등 투자·개발자산으로서 스튜디오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해외 투자자의 한국 스튜디오 관심 또한 높은 상황"이라며 "평당 공사비도 저온물류센터와 유사한 500만~600만원 수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경우 세계적인 콘텐츠 수요를 의식해 디벨로퍼들이 경쟁적으로 추가적인 공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가 위치한 미국 LA에서만 120여개의 스튜디오 개발이 추진될 정도로 스튜디오 제작이 활기를 띄고 있다.
다만 스튜디오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기존 물류센터를 무턱대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다미 대표는 "스튜디오는 내부에 기둥이 없어야 하는데, 물류센터는 대부분 내부 기둥이 많은 점이 걸림돌"이라며 "물류센터를 개조해 사용하기에는 건물 스펙이 다른 부분이 있어 단순히 용도변경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스튜디오의 임대료 수준이 상온 물류센터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책정되기 때문에 임대료 수익을 높일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미국은 임대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복합개발을 진행한다.
관광산업으로 투어팩을 만들고 스튜디오 일부 공간에 상업시설(상영관, F&B시설 등)도 함께 개발해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 미국 할리우드 투어는 12~30달러에 판매되며 인기있는 관광객 코스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