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금융계 위기' 심각성 알리며 당국 작심 비판한 국민은행
"내 돈이라면 리스크를 감수하며 이 정도 5% 수익률에 30년 이상 투자할까요? 낮은 사업수익률과 신규 사업 부족이 민자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쫓아내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조상용 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장이 기획재정부 및 국토교통부 담당 국장 앞에서 민간투자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SOC금융계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현 정책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27일 열린 '민간투자사업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금융관점에서 바라본 민자사업 현안과 개선방안' 이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조 부장은 기재부 정희갑 재정관리국 국장 및 국토부 이용욱 도로국 국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발표자로 나와 "2005년부터 인프라금융을 맡았다"고 운을 뗀 뒤 금융계의 어려움을 알리고 당국의 잘못된 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3개년 금융약정 체결된 신규사업은 총 4건, 2729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환경사업이 클로징되고, 민자 간판인 도로·철도사업은 전무했다. 지난해에는 신규사업이 아예 단 1건도 없었다.
조 부장은 "민자시장에서 금융기관이 전담조직을 대부분 해체되는 등 생존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서 "연기금·공제회가 이미 이탈했고 보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남은 것은 은행뿐이다. 여러 금융기관을 모아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민자사업 특성상 금융기관 이탈은 큰 장애요인"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사의 이탈 원인과 관련,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산과 부채가 시가평가로 바뀌고, 건전성 부분에서 K-ICS가 시행돼 위험가중치가 높은 지분투자나 장기대출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보험사가 민자사업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공정가치 평가를 제외하고, 위험가중치 감면 등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사업수익률은 장기의 사업기간 부담하는 수요리스크 감안시 낮은 수준"이라며 "사업수익률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은 비교 우위가 있는 해외 인프라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국내 민자사업 수익률은 불변 기준 BTO(수익형 민간투자)는 4.00∼5.00%, BTO-rs(위험분담형 민간투자)·BTO-a(손익공유형 민간투자)는 2.50∼3.00% 수준이다.
조 부장은 자금재조달 이익 공유와 관련한 문제점을 설명할 때는 당국이 유도리(융통성)가 없다고 비판하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금재조달 이익공유는 금융기관들이 민자사업 참여를 꺼리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자 재원조달 다양성 및 창의성을 저해하는 모래주머니이고 해외에서도 유사한 규제를 찾기 힘든 규제"라며 "2014년 기준 시행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면서 지금의 변화된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신용경색기에 한해 금융모집을 앞둔 사업의 금융약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면서 "사업자가 수요위험을 100% 부담하는 BTO(수익형 민자사업)의 경우 이익공유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조 부장은 아울러 "국내 민자사업은 해외 선진국 민자사업 대비 질적, 양적 매력도가 떨어진다"면서 "해외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민자사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