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시황)임차인 전략투자자(SI)의 역할과 한계
최근 오피스시장에서 임차인 전략투자자(SI)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한켠에선 SI의 역할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임차인 SI로서 사옥을 찾는 곳들이 어떤 회사인지 누구나 다 알게 된 상황이 됐습니다. 이들이 오피스 매입 입찰에 참여하면서 어떤 종류의 자산을 선호하는지 또는 얼마만큼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 공개됐기 때문에 이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임차인SI 가운데 매입 의사를 번복한 사례도 있었고, 자산운용사들의 오피스 매매 정보만 활용하는 비신사적인 행태를 보이는 곳도 있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주로 활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임차인 SI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피로를 느끼는 곳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중에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부족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임차인 SI를 활용하려는 전략을 고민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임차인 SI는 투자에 참여하는 일이 거의 일회성에 가까운 곳들이 대부분인데,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임차인S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매도자 우위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매각가를 끌어올리는 역할보다는, 오히려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자 하면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최근의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그런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권역 자산의 거래가 마무리되는 소식들이 눈에 띕니다. 입찰을 끝내고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에 자금 모집을 못하고 우협이 해제된 자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은 짧게 매각 마케팅을 하고 나서 입찰을 거친 이후 인터뷰만 진행하고 매각을 철회했습니다.
그나마 오피스 빌딩이 시장에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강남권역에 여러 자산들이 매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옥석이 가려지고 있습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대로변에 입지한 자산이라 하더라도 꼼꼼하게 뜯어보면 모든 투자자에게 매력이 있는 자산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오피스 빌딩은 그 안에 입주하고 있는 임차인이 얼마나 임대료를 내고 있는지에 따라 가격 평가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 강남권역에 나온 자산들의 입찰 결과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 임대료가 낮아 추후 재계약 시에 임대료 상승 잠재력이 있다는 논리로 투자자를 모집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강남권역의 임대료 상승 추세도 꺾인 상황인데다가, 지금 임대료가 낮은 것은 어떤 이유로든 임대하기가 쉽지 않은 빌딩이라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강남파이낸스플라자의 우협 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연말에 입찰을 앞두고 있는 T412 빌딩의 결과가 나오면 올해 경쟁이 치열했던 강남권역의 오피스 매각 마케팅 활동도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이번 강남권역에 나온 자산들의 입찰 결과를 정리해 보면 여러 가지 배울점이 많아 보입니다.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결과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