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고갈된 증권사PF...증권사 보증 유동화 42%↓
지난해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PF유동화증권 발행액이 전년보다 42% 급감한 10조8000억원을 나타냈다. 그간 유동화증권을 보증하며 개발사업의 파이낸싱을 주도하던 증권사 역할이 크게 위축됐음을 보여준다.
31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행한 '2023년 자산유동화증권 시장 분석 및 2024년 전망'에 따르면 작년 PF유동화 발행규모는 2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감소했다.
이 중 증권사 신용보강 구조의 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10조8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2.4%나 쪼그라들었다. 반면 시공사 신용보강 구조의 유동화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4.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 신용보강의 감소 폭이 더욱 두드러졌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신용보강 주체별 비중은 증권사 44.9%, 시공사 47.2%로, 수년간 증권사 신용보강 중심의 시장 분위기가 시공사 신용보강 중심으로 급속히 이동했다.
증권사 신용 구조의 유동화가 급감한 배경에는 호황기에 브릿지론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온 증권사들이 경기 침체와 부실화 우려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자체 리스크 관리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신평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했던 기존 증권사들의 시장참여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수년간 증권사가 대부분의 위험을 부담하던 유동화시장이 시공사를 포함한 각 급의 사업 관련 주체들에 의해 보다 정교하게 위험을 분담하는 형태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증권사가 시장 주도...100억 이하 소액 건수도 위축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곳이 우수한 자본 여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증권사가 참여한 PF유동화 발행액은 2023년 상반기 4조원에서 하반기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하 증권사는 2023년 상반기 1조1000억원, 하반기 1조1000억원을 발행하며 전년 대비 총 발행액이 64.5%나 급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형 증권사 9곳이 신용보강 구조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0%까지 확대됐다.
2020년 이후 일부 증권사가 소액 다수의 부동산 개발사업 초기에 참여해 건당 발행액이 100억원 이하로 작은 처기 개발 또는 브릿지금융 PF유동화 규모를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소규모 자금조달 비중이 급속히 위축됐다. 신규 토지와 관련한 계약금 대출 또는 브릿지금융 유동화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1년 이하 단기 자금조달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부동산경기와 금리 등 PF대출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단기물 발행이 주를 이룬 탓이다.
신용등급별 시장 환경 차별
지난해 PF유동화증권 중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STB(전단채)의 신용등급별 발행규모 비중을 살펴보면 A1등급의 비중은 79.4%로 전년 대비 4.8%p 상승했다.
이는 A1등급 증권사 중심의 시장 참여가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시공사 신용보강 구조 내에서 A2+ 등급 이하 시공사의 참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등급 A1인 시공사의 신용보강으로 이뤄진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증가한 반면, A2+ 이하인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제공된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감소하며 신용등급별로 차별화 양상을 보였다.
고금리가 이어지고, 위험회피 성향이 짙어진 상황에서 유동화증권 발행금리 또한 등급별로 양극화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상위 신용등급 시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나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차상위 신용등급 시공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더욱 가중됐음을 보여준다.
한신평 측은 올해 시장 전망과 관련, "PF부실화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금융당국의 증권사 PF 규제 등은 유동화 시장에 대한 비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주요 사업장별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조치 등의 부양책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책의 유효성 여부가 PF유동화시장의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