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실적 부진이 기성불 또는 분양불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작년 12월 말 기준 미분양 세대수는 전월 대비 약 1만세대 늘어난 6만8000세대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증가 속도도 전례없이 빠르다. 2022년 말 미분양 주택수는 2021년 말 1만8000세대 대비 284.6% 늘었는데, 이는 미분양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증가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대구, 울산, 제주 지역의 경우 미분양 주택비율이 전체의 40%를 상회하고 있다. 90%를 웃돌던 전국 평균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도 2022년 4분기 58.7%로 추락했다. 매매가격 하락과 건설원가 상승으로 신규주택의 가격적 메리트가 줄고 있어 미분양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분양실적 저하가 건설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2일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분양대금 유입이 감소하면 시공사의 공사비 회수가 지연된다. 또한 매출채권, 재고자산, 대여금 등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흐름 저하와 더불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된다. 다만 분양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적은 정비사업이나 기성불 조건 도급계약 등을 보유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금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체사업 위험 높고 정비사업 위험 낮아
시공사가 PF차입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한 경우 분양실적 부진에 따라 시행사의 상환 불능으로 시공사가 차입금을 대위 변제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관련 자산 대손,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진다.
대개 주택 개발사업에선 준공까지 70~80%의 분양률을 달성하면 공사비 및 사업비 보전이 가능하다.
분양률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의 건설사 손실부담 범위는 사업유형별로 달라진다. 토지 확보부터 분양 및 시공까지 건설사가 모두 담당하는 자체사업의 위험 노출도가 가장 높다. 이에 비해 조합원 물량이 확보된 정비사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에 노출된다.
도급공사의 경우 PF신용공여, 공사비 회수 조건 등에 따라 손실부담 수준의 차이가 크다. 시공사가 PF차입금에 직접적인 신용보강(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등)을 제공한 경우에는 해당 차입금에 대한 변제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자체사업과 유사한 수준까지 손실을 인식한다. 반면 개발사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책임준공의 경우에는 손실액이 대부분 도급액으로 한정되는 탓에 직접적 신용보강 대비 위험이 낮다.
도급공사는 분양불·기성불에 따라 시공사 희비
책임준공부 도급공사이어도 분양불이냐 기성불이냐의 세부 도급 조건에 따라 다른 영향을 끼친다.
분양불 조건이란 시행사가 PF를 통해 토지비 및 필수 사업비 일부를 조달하며, 공사 진행에 따른 공사비는 분양수입을 통해 충당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분양이 저조하면 시공사는 공사비 미수 위험이 따른다. 반면 통상 시행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분양이 원활하게 마무리될 경우 단순 도급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PF금액이 적으므로 이자 비용도 적기 때문이다.
기성불(공사비 확보) 조건에서는 시행사가 PF자금을 통해 토지비 외에도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비 대부분을 조달한다. 전체 사업비의 80~90%를 PF로 조달하는 것이다. 이에 시공사는 분양실적과 관계없이 공사비의 80~90%를 확보해 투입원가를 보전할 수 있다. 기성불 조건은 주로 BBB급 이하 중견 건설사가 참여한다. 분양위험이 PF 대주에게 전가됨에 따라 시공사의 수익성은 낮은 게 일반적이다. PF조달 금액이 많기 때문이 이자비용 또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수년 간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불과 기성불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도급 조건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조건은 PF를 통해 토지비와 공사비 일부를 조달하는 점과 잔여 공사비를 분양수입으로 충당하는 점에서 분양불과 동일하다. 다만 분양수입금의 배분 순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분양불 조건에서 시공사와 PF 대주간 분양수입의 배분 순위 차이가 없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 조건의 경우 특정 트리거(Trigger) 분양률까지 분양수입을 공사비에 우선적으로 배분함에 따라 시공사는 분양불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률 수준에서도 공사대금 회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