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시장 양극화 심화...초우량 딜만 금융권 '북적'
A은행 부동산금융부는 최근 한 대형건설사가 진행하는 인천 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의 PF대출 참여 제안을 받았다. 이 은행은 대출 조건 등을 검토한 결과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인천 지역이 주택 공급 과잉과 미분양을 겪고 있어 분양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업성이 그레이(애매한)한 딜 까지 시장에서 소화됐지만 올해부터는 누가 봐도 우량한 PF 딜에만 금융사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올해 부동산PF의 대출 약정된 사례를 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우량 딜에는 금융사들이 오버부킹(초과청약)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그 외 대다수 개발 프로젝트에는 높은 금리를 줘도 잘 쳐다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클로징돼 인출된 서울 상암동 DMC역 삼표에너지 부지 개발사업의 본 PF는 금융사의 초과 청약 속에 자금을 조달했다. 2400억원의 PF자금을 조달했는데 2배수 가까이 금융사 자금이 몰렸다고 금융권은 설명했다.
이 사업지는 오피스빌딩과 민간임대주택 등으로 복합 개발된다. 역세권으로 입지가 좋은데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달 7800억원 규모 PF대출 약정을 맺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의 판교 삼평동 오피스 부지 개발사업도 요즘 뜨는 판교 역세권이라는 우수한 입지에다 우량기업인 삼성물산이 10년 책임임대차로 공실 리스크를 최소화한 게 대주단 참여를 이끌었다. 삼성물산은 펀드 컨소시엄 멤버이자 시공사로서 책임준공을 확약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임대수요가 풍부한 판교 오피스시장은 현공실률 1% 미만에 그친다"면서 "여기에다 삼성물산이라는 책임 임차인 확보로 안정적인 임대수익 창출 및 자산가치 보전이 가능하다는 게 대출 모집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달 11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부지(삼표 부지)의 4400억원 브릿지론 조달도 성공했다. NH투자증권 주선으로 농협은행을 포함해 여러 시중은행 등이 일정 비율로 대출에 참여했다.
다만 이런 알짜 부지의 개발사업에만 제한적인 온기가 돌 뿐 대다수 PF사업 자금조달은 얼어붙은 상태다. 그 이유는 사업수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비와 금융비 건축비가 급등했지만 경기 침체로 상품 가격은 낮춰야 하는 탓이다.
예전에는 사업성이 좋다고 해서 PF대출이 성사된 대형(1군)시공사의 분양불 개발사업도 금융권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분양불 조건이라고 해도 해당 시공사의 우발채무 현실화 리스크를 벗어날 수 없어서다. 분양불 조건이란 시행사가 PF를 통해 토지비 및 필수 사업비 일부를 조달하며, 시공사가 공사비를 분양수입을 통해 충당하는 것을 말한다. 분양이 저조하면 공사비 미수 위험이 따르므로 시공사들이 자신있는 사업장만 분양불로 수주한다.
은행들이 보는 PF 조달 가능 우량 사업장은?
금융권이 설명하는 `참여 가능 우량 PF사업장'은 주거와 비주거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주거 분양 사업장의 경우 입지가 좋으면서 가격경쟁력도 우수해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거래가격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시행사들이 사업 제안서(IM)를 가져온다"면서 "올해 1분기에 거래된 급매 가격 정도의 분양가를 가져와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와 금리 급등 여파에 분양가를 낮출 여지가 많지 않다는데 있다. 때문에 분양가 인하를 위해서는 토지가격이라도 낮아야 한다. 토지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인 3~4년 전 개발 부지를 매입해 토지 원가가 시세에 비해 저렴한 사업장이 그나마 최근 본PF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류센터나 오피스 등 비주거 개발사업의 경우 PF조달을 위해 임차인 확보와 펀드 등의 선매입 계약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연 면적의 절반 이상이라도 임대차 확약서(LOC)를 받으면 본PF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여기에다 준공 후 매입하겠다는 선매입 확약을 해오면 더 확실히 PF조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PF 대출 검토 때 시행사의 에쿼티(자본금) 보강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시행사가 자신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투자자금을 유치하면 사업성 검토시 유리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