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중순위 금리, 후순위 금리보다 높아졌다
최근 부동산PF 중순위대출 금리가 후순위대출 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후순위대출에 보증해야 자금조달이 가능해지자 후순위라도 건설사 연대 보증 대출이 중순위보다 더 안전하다는 대주들 평가에 따른 것이다.
21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약정을 체결한 부산 남천동 메가마트부지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중순위 책정 금리는 연 9.5%(수수료 비포함)에 달했다. 이는 올인(수수료 포함) 기준 선순위 금리(7.9%)는 물론 후순위 금리(8.3%)보다 높은 것이다. 사업주인 큐브광안PFV는 선순위 6000억원, 중순위 2000억원, 후순위 1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을 모집했는데 높은 금리 덕에 중순위와 후순위대출 모두 오버부킹(초과 청약)되는 등 대주의 인기를 얻었다.
LTV(분양매출) 대비 선순위는 27.3%, 중순위 36.4%, 후순위 41%로 대출금 상환 안전성 측면에서 말 그대로 선,중, 후순위 순이다. 때문에 선,중,후순위 순으로 금리가 높아져야 시장 상식에 맞다. 고위험을 부담하는 대주가 고수익을 얻는 논리다.
그런데 대금 상환 측면이나 담보신탁 우선수익권 측면에서 중간 순위인 중순위 대주가 최고 금리를 받는 것이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전체 채무와 관련 책임준공을 확약한 가운데 특히 후순위에 대해 대출원리금 연대보증을 더했기 때문이다.
즉, 시공능력순위 3위(작년 기준)인 대우건설이 후순위 대주 채무를 차주(시행사)와 연대해 보증하기 때문에 중순위보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내려간 것이다.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으로 PF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탓에 통상 대형 시공사가 후순위 대출에 자금보충 또는 연대보증 등 신용을 공여해야 대주단 모집이 수월한 게 최근 부동산PF 경향이다.
남천동 개발사업 관계자는 "당초에는 선순위 7000억원 후순위 2000억원 형태로 모집하려 했으나 대주 모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선순위 몫을 줄여 시공사 보증부 후순위 1000억원을 신설, 3가지 트랜치를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약정 체결해 기표한 김포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3000억원 증액PF 건도 중순위 금리가 가장 높았다. 사업주인 풍무역세권개발은 기존 대출금(트랜치A) 외에 3000억원의 추가 대출금을 트랜치B(선순위) 700억원, 트랜치C(중순위) 600억원 트랜치D(후순위) 1700억원으로 나눠 모집했다.
올인 기준 금리를 보면 트랜치B 8%, 트랜치D 7.63%~8%인데 비해 중순위인 트랜치C 금리는 12%였다. 이번 대출금 모집 역시 후순위 트랜치에 한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이 자금보충 확약과 같은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트랜치 A,B,C에 대해선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책임준공(책준) 확약을 제공한다. 대형 시공사 2곳이 책준을 확약해 미준공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트랜치D에 대해선 자금보충으로 채권 보전이 더 강화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원리금 지급 순위 면에서 선순위가 후순위보다 우위에 있지만 시공사의 자금보충금과 관련해선 후순위가 나머지 대주에 우선해 채무를 변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간 순위인 트랜치C의 리스크가 선순위(트랜치B)나 후순위(트랜치D)보다 높아지면서 금리 프리미엄이 상승한 것이다.
다만 후순위에 대형 시공사의 보증과 같은 신용공여가 있는 사업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중순위 금리의 나홀로 고공행진 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