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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사, 자금 확보와 손실 최소화의 시간

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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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면 위기는 아닌 듯하다. 합산 영업수익은 1조 6400억 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신탁이외 수익과 이자수익도 증가했다. 하지만 핵심 수익원인 토지신탁 수수료가 25% 급감하면서, 실질적인 수익성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부동산 개발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며, 신탁사의 고수익 사업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 8600억 원이던 토지신탁 수수료는 2024년 6,400억 원으로 줄었다. 신탁 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와중에도 영업수익 총액이 유지된 것은 신탁계정대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효과와 비신탁 부문 확대 덕분이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했다. 실제 현장에선 신탁사들이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이 개발시장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익보다 더 문제는 비용 구조다. 영업비용은 오히려 급증했다. 판매관리비를 5% 가까이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대출채권 손실비용이 4100억 원에서 9200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치솟았다. 고금리 속에서 차입도 늘어나 이자비용이 86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수익은 정체되고 비용은 급증한 결과, 순이익이 손실로 돌아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손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신탁계정대(신탁계정대여금)'의 급증이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 진행을 위해 자기자금을 사업장에 투입하는 구조인데, 본래는 예외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에 가까워졌다.

2023년 말 4조9000억원이었던 14개 신탁사의 신탁계정대는 2024년 말 7조7000억 원으로 2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정체되면서, 신탁사들이 사업을 끌고 가기 위해 직접 자금을 넣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를 위해 보자면, 2020~2022년 업계 평균 신탁계정대는 2조4000억 원 수준이었다. 최근 2년 사이, 추가 투입된 금액만 5조3000억 원에 달한다.

계정대 투입이 증가한 주요 원인은 분양 부진과 시공사 자금난이다. 특히 책임준공형 신탁(책준형)의 경우, 시공사의 공사 이행력이 떨어질 경우 신탁사가 직접 공사를 이어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2023년 말 600개를 넘던 책준형 사업장은 2024년 말 260여 개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백 개 사업이 남아 있다. 그중 다수는 여전히 분양률 저조, 공정률 지연 등 잠재 위험을 안고 있는 상태다.

책준형이 아닌 차입형 신탁에서도 사업장 운영을 위해 신탁사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사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준형 사업장의 약 40%는 2024년 말 기준, 시공사 또는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기간이 이미 지나버린 상태다. 일부 사업장은 PF 대출 채무를 신탁사가 인수하라는 대주단의 요구와 맞서 소송 중인데, 만약 법적 판단이 대주단 손을 들어줄 경우 신탁사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자금 투입을 감당하기 위해 신탁사들의 재무 레버리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14개사의 자본총계는 2023년 5조5000억 원에서 2024년 5조800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차입부채는 1조9000억 원에서 3조7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기존 차입 수준만큼을 추가로 끌어쓴 셈이다. 자본이 소폭 늘어난 배경에도 불안 요소는 있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2조5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줄어, 내부 유보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탁사들이 계정대와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KB부동산신탁, 신한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은 2024년 각각 약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나 차입 조달을 실행했다. 뒤를 이어 한국토지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도 2025년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 차입 외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금조달 수단도 다변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신탁업계의 경영 전략은 당분간 '수익 확대'보다는 '자금 확보'와 '손실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수주된 사업장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더 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도입한 토지신탁 한도 규제도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책임준공형 신탁에 대해서는 대출원리금의 10%를 위험액으로 반영하도록 하면서, 금융그룹 계열 신탁사들은 보유한 책준형 사업장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도 어려운데, 내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분간 자금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손실은 어디까지 관리 가능할 것인가가 신탁사 경영의 중심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결국 시장이 아닌, 내부 사업장 리스크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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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발행인 우분투로, 데이터 리서치에 기반해 부동산 시징, 부동산 업계동향, 시장분석 지표 등에 관한 생각을 공유합니다. 주로 부동산시장 및 업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인프라, 기업투자, 경제에 대한 의견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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