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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행사업의 사업성 검토하기(상)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12분 걸림 -

부동산 시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무엇일까요?  

​바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될지에 대한 가부(go or no-go)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시행을 대할 때 해당 프로젝트의 진행을 전제로 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오류가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시행을 해야만 하니 무리하게 분양가를  올리고, 시공 단가를 무리하게 낮추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적정한 금융 구조가 나오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PF를 일으키려고 하게 됩니다. 이런 접근법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것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의외로 목표 지향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훌륭한 비즈니스맨에게 자주 발견됩니다. 평소에 안 된다는 말을 싫어하고, 난관을 극복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익숙하며, 그간의 비즈니스 인생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루어오신 분들일수록 이 지점에서 실수하시는 경우를 꽤 보았습니다. 시행에서도 그간의 비즈니스 커리어와 동일한 접근법을 적용하시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비즈니스는 부동산 시황과 금융 환경, 각종 비용 요소(i.e., 건설 자재 가격 및 인건비)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아무리 뛰어난 개인 또는 집단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시행업에 접근하는 초기에는 (1) 자산을 적정한 시장 가격에 분양하고 (2) 적정한 시장 가격에 시행의 제 비용들을 지불할 때 (3) 금융 조달이 가능한지, (4) 그 결과 적정한 목표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를 판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주목해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1)과 (2)는 조작 변인(manipulated variable)이면서 동시에 통제 변인(controlled variable)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행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검토할 때 분양가를 조사하고 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하며, 또한 시공사의 시공 단가나 토지 매입 협상가 또한 변동을 가정하고 민감도 분석을 해 나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수익과 비용 항목들은 조작 변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분양가나 건물의 가치(준공 후 감정가)와 같은 수익 항목, 그리고 시공 단가나 토지 매입가, 금융 비용 같은 비용 항목들은 시장 가격의 범위 안에서 조정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의 숫자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 측면에서 수익과 비용은 통제 변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변동 가능하기는 하나 상한과 하한은 존재하는 값들입니다. 그런데 그 상한과 하한은 명시적이고 통계화 된 수치로 어떠한 기관이나 회사에 의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상한과 하한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실현 가능하면서도(viable) 합목적적인(purposeful) 숫자를 도출해 내는 것, 통제 변인이라는 한계 속에서 조작 변인의 성격을 살리는 데에는 경험과 통찰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이 활약하게 됩니다.

​(3)은 (1)과 (2)의 변인들의 수치를 대입하여 산정하는 결과값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시행이라는 영역에서는 필요 조건의 성격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자본으로 모든 필수사업비를 충당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금융 조달이 불가능하면 프로젝트의 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4)는 프로젝트의 충분 조건에 해당합니다. 필요 조건인 금융 조달이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할지라도, 시행사 또는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목표한 정도의 사업 시행 이익을 거둘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시행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거나 기대 이익 대비 너무 위험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상기 (1)~(4)를 검토한 결과 (1)과 (2)의 값들이 시장이 암묵적으로 정한 상한과 하한을 초과하거나, 또는 상·하한을 초과하는 값을 적용해야만 실행가능하고 구현가능한 (3)과 (4)의 값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해 프로젝트는 실행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입니다. 또한 "적정한" (1)과 (2)의 값들을 적용했을 때 (3)과 (4)가 부정적인 결과인 경우, 즉 금융 조달이 불가능한 검토 결과가 나오거나 적정한 시행 이익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역시 프로젝트는 실행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프로젝트의 구조를 디자인하고 초기 검토를 진행하는 과정을 핀볼 게임에 자주 비유하고는 합니다. 핀볼 게임을 할 때 구슬이 최상단에 떨어지게 되면, 여러 조작 장치와 운에 의해 구슬의 궤적이 달라집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의 갈림길에서 구슬이 왼쪽으로 가느냐 오른쪽으로 가느냐입니다. 이에 따라 구슬의 운명은 절반 이상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시행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의 접근법과 초기 사고,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운명이 크게 좌우됩니다. 이는 우리 사고의 경직성과 확증 편향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최초에 그 프로젝트를 바라볼 때 어떠한 관점을 가졌느냐가 그 이후 검토에 있어서도 선입견(prejudice)과 관성(momentum)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초의 가설을 모두 뒤엎고 새로운 접근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잘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양할 수 있겠으나, 저의 경우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때 a) 토지를 이미 보유한 경우와 b)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 경우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이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습니다.

​첫째, PF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자기자본 비율입니다. PF의 구조에 따라 요구되는 자기자본 비율 또는 절대 금액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특정 수준"을 요구한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토지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우, 자기자본을 계산할 때 토지 감정평가가액에서 하자 금액(대출금)을 제외한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산정합니다.

반면 토지를 매입해야 할 경우, 토지 매매대금에서 실 투입한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합니다. (후자의 경우도 감정평가를 새로 받아 자기자본을 산정하는 방법이 존재하나, 금융기관에 따라 이를 인정하기도 하고 인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차이에 따라, PF시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기자본을 산정하는 구조가 달라지게 됩니다.

​둘째, 두 가지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지구 최후의 날"인 토지 매매 대금 잔금일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입니다. 개발하고자 하는 자산의 형태에 따라 인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은 천차만별이고, 인허가는 거의 언제나 예상보다 오래 시간이 소요됩니다. 매매 계약서상의 토지 잔금일이 예상 인허가 시점 이전이거나, 애매하게 걸칠 경우, 그리고 인허가가 예상보다 늦어질 조짐이 보일 경우는 브릿지론을 준비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브릿지론은 시행 비용을 크게 높이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브릿지론 사용을 전제로 하더라도 본 PF가 가능할지, 그 때 사업성이 적절한 수준이 될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토지를 매수하는 과정 또는 매수하기 전이라면, "그 가격에 토지를 사도 될 것인가"를 판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PF 가능성은 시행의 필요 조건이고 적절한 수익성은 시행의 충분 조건입니다. 특정 가격에 당해 토지를 매입했을 때 필요 충분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토지를 매입하지 않거나, 필요 충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토지 매입가를 낮추는 협상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이 지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덜컥 토지 계약금을 납입해 버리는 분들이 정말이지 많습니다.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토지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검토 결과 필요 충분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시행을 안 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급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토지를 이미 보유한 경우,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 버려두면, (1) 시간의 흐름에 따라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자기자본 증대), (2) 적정 분양가가 상승하게 됩니다(매출 증대). 시행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반 비용도 함께 상승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간의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토지 가치의 증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언제나 제 비용 요소들의 상승분을 초과해 왔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사업성 검토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던 현장이, 그 몇 년 사이에 주변이 잘 개발되어 환경이 개선되면서 최근 검토에서는 훌륭한 수익성을 갖춘 현장으로 바뀐 사례를 접한 경험이 있습니다.

​토지를 매입해 시행하는 경우에도 예외가 존재합니다. 대형 건설사나 대형 디벨로퍼들의 전유물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적절한 시행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선확보 해 둔 후, 토지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불하면서 시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를 "랜드 파킹(land parking)"이라고 합니다. 시간의 무게를 감당할 자본 여력이 되는 개인 또는 회사만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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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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