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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행사업의 사업성 검토하기(하)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10분 걸림 -
서울시내 한 공사현장(사진:서울파이낸스)

부동산 시행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와 중점 검토 사항은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다르고, 개인 또는 회사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행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주체가 금융주관사의 심사부서일 경우 원금 및 이자의 상환 가능성을 주목해 볼 수 있고, 이를 위해 프로젝트의 LTV와 엑시트 LTV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금융주관사도 분양 타당성을 꼼꼼히 검증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토의 주체가 시행사라면 매출과 비용을 적절하게 추정해, 시행사가 프로젝트 완료시 거둘 수 있는 이익의 절대 크기와 수익 지표들(i.e., ROE, 수익률 등)을 더 주목해서 볼 수 있습니다.

중점 검토 포인트 차이에 따라 검토 과정에서도 소위 "힘을 주는" 포인트들이 달라지게 됩니다. 즉 분양 타당성 조사, 설계 특화, 비용요소 절감 등 서로 다른 필요와 목표에 따라 프로세스의 순서와 투여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소개할 프로세스는 특정 포인트에 힘을 싣지 않고 최대한 일반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동시에 제 개인적인 성향과 특수성이 개입된 것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저의 경우 금융 조달 가능 여부와 분양 타당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핍니다.  "금융은 시행의 알파요, 분양은 오메가"라는 게 제 지론입니다. 금융이 결여되면 시행은 시작할 수가 없고,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시행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 결과를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시행 사업의 사업성을 검토하게 되면 (1) 기대 매출, (2) 기대 비용, (3) 금융 조달 가능성, (4) 기대 이익을 산정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결과값을 얻기 위해서는 주요 부문별 타당성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가 사업성 검토의 3요소라고 부르는 주요 요소들은 (a) 분양가 조사, (b) 규모 검토, (c) 사업수지 검토입니다.

왜 이들 조사·검토들을 사업성 검토의 3요소라고 부르는지는 아래 사고의 궤적을 살펴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1) 금융 조달 가능성과 적정 시행 이익 수취 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c) 사업수지가 작성돼야 합니다.

(2) 사업수지는 사업의 수입과 지출을 대별하고, 그 세부항목들을 산출하여 최종적으로 전체 수입(매출)과 전체 지출(비용)을 산정해, 수입에서 지출을 뺀 이익을 도출해 냅니다.

(3) 그렇기 때문에 수입과 지출을 산정할 수 있어야 사업수지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4) 수입은 주로 분양 매출이며, 분양 매출은 평당 분양가에 연면적을 곱하여 계산하게 됩니다.

(5) 연면적을 산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 (b) 규모 검토입니다.

(6) 평당 분양가를 산정하기 위해 (a) 분양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7) 규모 검토는 제반 비용 중 가장 비중이 크고 중요한 항목인 도급공사비 총액을 계산하는 데도 쓰입니다. 도급공사비는 연면적에 평당 도급공사비를 곱하여 계산됩니다.

(8) (a) 분양가 조사와 (b) 규모 검토의 결과값으로 (c) 사업수지를 작성합니다.

(9) 사업수지 작성 결과물을 통해 금융조달 가능성과 적정 기대 이익을 평가합니다.

(10) 사업수지의 수입 및 지출 요소들을 조정해 가며 최종적으로 금융조달 가능 여부와 시행 가능 여부를 결정합니다.

물론 사업수지에는 도급공사비 외에도 수많은 비용 항목들이 존재하며, 이들을 산정하는 방법들도 제각각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들 비용 항목들이 사업수지와 사업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정이 가장 까다로운 계정들에 속하는 제세공과금의 경우 전체 필수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입니다.
(a) 분양가와 (b) 규모(와 이에 따른 연면적)가 타당하게 검토되면, 상당 수준으로 정교한 (c) 사업수지를 작성하고 검토해 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핵심적인 조사에는 어려움과 역설이 존재합니다.

분양가 조사와 규모 검토는 시행사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고, 외부 업체에 위탁 또는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시행 사업을 연쇄적으로 다수 경험한 시행사의 경우는 당연히 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할 것이고, 이것을 부탁 드릴 만한 곳도 다수 존재할 것입니다. 또는 이러한 기능을 내재화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시행을 처음하는 개인이나 시행 사업에 경험이 부족한 시행사, 인적 자원이 부족한 시행사의 경우는 초기 검토 단계인 여기부터 막힐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조사 및 검토의 "어려움"입니다.

어려움에 맞닥뜨린 초보 시행자나 시행사는 이런저런 개인 인맥이나 웹 검색 등을 통해 몇몇 업체를 만나 분양가 조사와 규모 검토를 의뢰합니다. 자기 돈은 누구나 아깝게 마련이지만, 특히  전문가들에게 지불하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용역 비용을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인의 소개 또는 지인의 지인의 소개로 찾아와 분양 타당성 검토나 규모 검토를 무료로 해 주기를 요청하는 분양 대행사나 건축사 사무소(설계사)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요? 분양 대행사와 건축사 사무소는 저런 요청을 하루가 멀다하고 받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 용역을 수주할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이러한 초기 조사와 검토를 중하게 여길 전문가들은 없습니다. 그러면 조사와 검토를 대충하게 됩니다. 아주 대충하게 됩니다. 너무도 당연한 귀결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으니까요.

GIGO(Garbage-In, Garbage-Out)라는 영어 표현은 여기서 그대로 적용될 듯 합니다.

형편 없는 분양가 조사와 규모 검토의 결과를 인풋으로 삼아 검토된 사업수지가 정교하고 정확할 리는 없습니다. 그렇게 검토된 사업수지를 바탕으로 검토된 사업성 검토 또한 정확할 리가 없습니다.

시행 사업의 사업성 검토, 특히 이러한 초기 검토들은 분양 대행사와 건축사 사무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가장 수익성이 낮으면서 노력, 시간, 비용 등은 상당히 많이 투입되는 업무에 해당합니다.

저희의 경우 분양가 조사와 규모 검토에 대해 일부를 내재화 하고 있으며, 사업수지 검토 전체를 내재화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내 수행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가진 외부 회사와 협업 또는 외주로 서로 돕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비록 소액이라도 외부에 의뢰한 내용에 대해선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저희에게 큰 의미가 없는 소액일지라도 저희의 서비스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징구합니다. 그것이 서로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고, 상호호혜의 원칙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검토해 한 건의 실제 시행을 실행하는 것이 시행 사업의 본질입니다. 하나의 시행 사업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수십 개의 현장에 대해 위 작업을 반복해야 하고, 그 때마다 누군가에게 "부탁"에 의존해야 한다면, 제대로된 결과물을 얻기가 힘듭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업성 검토의 "역설"입니다.

사업수지 작성법을 말미에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디벨로퍼에게 중요한 연장 중 하나인 사업수지 작성 및 분석 능력을 날카롭게 다듬어 두어야 한다는 저의 제언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드린 것입니다. 상기 언급한 3요소 중 하나라도 내재화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어야 그나마 오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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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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