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자금, 서울권 메가 딜로 집중
부동산 PF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대규모 개발사업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인창개발은 서울 CJ가양동 부지의 본PF를 모집하고 있다. KB증권 주관으로 2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이달 클로징 목표로 모으고 있다.
금융 주관사인 하나증권·KB증권·IBK투자증권도 서울 서소문 11·12지구 오피스 개발사업에 1조6000억원의 PF 모집 마무리에 있다. 한화가 주도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KB금융 주선으로 2조1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완료하고 12일 첫 삽을 떴다.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봉래동2가 122 일원에 전시∙컨벤션∙업무∙주거∙호텔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최근 금융기관들은 대규모 개발사업, 특히 서울권의 메가 딜(Mega Deal)로 투자와 여신을 집중하고 있다. 메리츠금융 행보를 보면 이러한 흐름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메리츠금융은 PF조직을 슬림화하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을 재편하는 와중에도 양질의 빅딜에는 금융주선과 함께 부동산 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IR자료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3분기 이후 공평지구 PF대출 리파이낸싱(1조2000억원), 부산 해운대 센텀 공동주택 한진CY부지 PF대출(1조원), 서울 르메르디앙호텔 담보대출 리파이낸싱(9500억원), 마곡 마이스 PF대출리파이낸싱(1조3000억원) 등의 대규모 사업 자금조달을 주선했다. 그룹의 PF 익스포저도 올 2분기 15조5000억원에서 3분기 16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메가 딜로의 집중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수도권 특히 서울의 상승세가 뚜렷한 반면 지방은 전세와 매매 모두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고금리 여파에 자영업을 비롯한 내수경기 부진으로 투자와 임대 양 측면에서 업황이 나빠졌다.
주요 시장인 서울에서도 자산 차별화가 나타나며 우량자산(Core Asset)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황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니 리스크가 높은 개발 시장에서는 서울권, 대형사업, 우량 스폰서(Sponsor)가 있는 사업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서울에서 추진중인 메가딜도 적지 않다. 내년에만 해도 서울 서초 서리풀복합개발사업을 비롯해 수서역환승센터, 용산철도병원 부지, 광운대 역세권 개발. 동부화물터미널, 르메르디앙호텔, 동서울터미널. 리버사이드호텔, 남산 힐튼호텔, 서울로메트로타워 등 다수의 대형 사업이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업비 규모를 감안할 때 위 대형 사업의 PF 자금조달 규모는 10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 백현마이스, 잠실 마이스, 양재더케이호텔부지, 성동구 삼표레미콘, 노량진 수산시장,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도 개발을 추진 중이어서 사업 진행속도에 따라 향후 필요한 자금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권 사업의 자금수요가 커지는 데다 최근 금융기관의 영업전략을 감안하면 당분간 은행 보험 연기금·공제회 등 대형 금융사들은 메가딜 위주로 투자와 여신 취급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사별로 자본비율에 미치는 부담과 함께 PF대출 취급 리스크도 더욱 꼼꼼히 챙겨보고 있는 상황이므로 메가딜 자금조달을 주선하는 기관은 PF 모집시기와 대주단 구성. 취급 조건 등을 더욱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권 메가 딜로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지역의 개발사업의 경우 자금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서울과 그 외 지역의 펀딩 양극화는 주택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시장에서도 내년 이후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