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업계, 중순위 대주 모집 "쉽지 않네"
부동산 PF시장의 자금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최근에는 `중순위 참여 대주 모집'이 쉽지 않아 개발업계가 애태우고 있다. 선순위와 후순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특징이 뚜렷한 데 비해 중순위의 경우 이자 수익이나 담보가치가 애매하다 보니 중순위 플레이어들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에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업을 진행하는 한 시행사는 총 800억원의 PF총액 중 중순위 100억원이 부족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3년 만기의 선순위 600억원에는 A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가, 후순위 100억원에는 B증권사가 각각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착공과 분양을 앞두고 부족분인 중순위 100억원의 대주를 찾지 못했다. 시행사는 엑시트 분양률 약 66.2%에 올인 코스트 기준 금리 14%를 내걸고 11월 모집 완료를 목표로 중순위 대주를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한이익이 부활한 강남 청담 주상복합개발사업의 경우도 중순위 참여 브릿지론 대주가 원금 일부를 상환 요청하면서 작년 말 EOD(기한이익 상실)가 발생한 바 있다. 만기 연장 관련해 전체 대주단이 동의했으나 한 중순위 대주가 연장이 아닌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미상환시 연장 불가를 통보하면서 EOD가 발생한 것이다.
공매절차까지 갔던 시행사는 대주단을 설득해 만기를 6개월 연장했으나 새로운 중순위 대주를 영입해 기존 중순위 대주는 교체해주기로 했다.
요즘 PF금융 조달 과정에서 중순위를 구하거나 유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개발업계는 하소연한다. 통상 전체 PF모집금 중 선순위와 후순위를 구하고 부족자금을 중순위 대주로 채운다. LTV 담보순위나 원리금 상환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순위는 그만큼 저위험을 선호하는 시중 은행, 메리츠금융그룹,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의 후순위에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투자법인, 아니면 IBK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북(자금운용 한도)에 여유가 있는 증권사가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중순위 트랜치에 플레이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캐피탈사나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과 같은 중견 증권사가 중순위 포지션을 차지했지만 고금리발 시장 냉각 이후에는 움추러들었다.
중견 증권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이슈에다 기존 딜에 대한 북(자금운용 한도)이 묶이며 한도도 거의 소진돼 중순위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용도, LTV, 변제순위 등을 고려할 때 상환 가능성이 높지 않은 PF잔액 부담이 여전히 높아 신규 자금 공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순위의 경우 순위나 후순위에 비해 담보순위나 엑시트 분양률, 수익률 모두 애매해 선뜻 참여하려는 금융사가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일부 PF금융주간사들은 중순위 트랜치를 아에 없애거나 해외 펀드, 법인 자금 등 뉴머니를 영입하는 등 새로운 딜 구조 보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