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펀드 모집시장 냉각..."자기 돈으로 공사할 판"
"당장 8월 착공에 들어갈 그린스마트스쿨 BTL(임대형 민자사업)부터 문제입니다. 이렇게 펀드 모집이 안 되면 사업자들이 자기 돈으로 공사해야 할 판입니다." (BTL펀드 운용사 관계자)
BTL사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BTL펀드업계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당장 하반기 공사 착공 등 사업 이행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BTL 전문 운용사들은 최악의 자금 조달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1일 BTL업계에 따르면 그린스마트스쿨 등 학교사업을 중심으로 2021년부터 연간 2조원 가량으로 늘어난 BTL고시물량이 속속 착공을 앞두고 있다. 재작년에 고시한 물량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작년 사업자와의 실시협약을 거쳐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는 수순이다. BTL은 민간 사업자가 민간 자금으로 시설을 짓고 운영해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사비 등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민간투자 자금을 모은 BTL펀드를 설정해야 한다.
BTL펀드 전문 운용사들은 기존 펀드 소진에 따라 추가 펀드 설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KDB인프라자산운용은 작년 말 설정한 3600억원의 BTL블라인드펀드 11호가 거의 다 소진돼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12호 펀드를 설정할 계획이다. 한강에셋운용도 2000억원 이상의 신규 BTL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할 예정이다. 앞서 설정된 한강BTL사모블라인드펀드 1~3호가 모두 소진된 만큼 이번에 4호 후속 펀드를 설립하는 것이다. KB자산운용이나 템플턴하나자산운용도 하반기 펀드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주요 투자자인 대형 보험사와 은행들이 BTL펀드 투자를 올스톱하다시피 했다. 회계 규제와 요구 수익률 미충족이라는 이중고가 닥쳤기 때문이다.
그간의 큰손인 보험사들이 회계 이슈로 자금 공급을 못하고 있다.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새로운 건전성 관리 제도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동시 도입된 후유증이다. IFRS 17 아래에서 보험사는 펀드 투자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손익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대출형 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다. K-ICS 적용과 관련해서는 민자사업 대출 및 지분에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기존 대비 큰폭 상향돼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이전 대비 많은 양의 여유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민자사업 투자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또 다른 투자 축인 은행들도 요구수익률이 높아져 BTL펀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내부 조달금리와 일정 이윤을 합치면 최소 요구수익률이 5% 중반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BTL 사업수익률은 국고채(5년) 수익률+130~150bp(1bp=0.01%)에 그치고, 펀드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국고채(5년)+100bp에 머물고 있다. 21일 기준 국고채 5년 수익률(3.581%)에 1%를 합치면 4.581%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인 5%대중 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펀드 수익자를 찾기 위해 찾아오고 있으나 투자가 쉽지 않다"면서 "펀드 투자도, 직접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운용사는 보험과 은행외에 연기금·공제회 등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자금모집이 더딘 상황이다.
이처럼 펀드 설정과 투자약정이 어렵자 하반기 착공 예정인 BTL사업부터 민간 자금을 지원 받지 못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주무관청과 협의해 공사를 미루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자가 자기자금으로 공사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 관계자는 "당장은 연기 밖에 답이 없다"면서 "공사착공이나 협약 체결을 뒤로 미루거나 실시계획 승인신청을 유예하는 사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업계는 이 같은 시장 냉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기처방과 중장기처방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지금이라도 주무관청이 가산금리(알파) 수익률을 좀 더 높여서 투자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BTL 참여 금융기관들에 대한 BTL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현 5년 주기인 수익률 변동 기간을 다양화하고 BTL대출채권 거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식 템플턴하나자산운용 이사는 "BTL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많은 자금을 낮은 금리로 쉽게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고 서로 투자를 하고자 경쟁해야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BTL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수익률 변동 주기를 다양화하고 BTL대출채권 거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또한 수익률 산정시기를 운영개시 시점이 아닌 금융기관 의사결정 시기인 대출약정 체결 시점(또는 실시계획 승인 시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