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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펀드 모집 난항...건설업계 공사 못해 아우성

원정호기자
- 8분 걸림 -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방어진초 조감도(출처=울산교육청)

임대형 민자사업(BTL)펀드 설정을 추진중인 한 자산운용사 A본부장은 요즘 매일 쉴새 없이 걸려오는 건설사 문의 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A본부장은 "펀드 모집이 어떻게 돼가는지 매일 십여통의 건설사 관계자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펀드 설정이 어렵고 자금도 돌지 않아 건설사들이 BTL 공사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연내 설정될 신규 BTL(임대형 민자사업)펀드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BTL업계가 사업 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연말 신용 경색과 조기 북클로징에다 주요 출자자인 보험사들이 BTL펀드 투자에 등을 돌리면서 BTL펀드 모집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20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당초 KDB인프라자산운용은 11호 BTL펀드 소진 이후 올 하반기 중 5000억원 규모의  12호 BTL 블라인드펀드 설정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아 1000억~2000억원 규모로 크게 축소해 모집을 클로징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기업인 산업은행이 일부 출자하고, 다른 은행이 투자 관련 심사 승인을 거치면 은행들 출자 위주로 펀드를 설정하는 시나리오다.  

템플턴하나자산운용도 연말께 1500억원 규모의 BTL10호 펀드를 신규 설정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설정 계획을 미뤘다.  신한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도 BTL펀드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연내 펀드 모집은 극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BTL펀드 설정이 어려운 것은 주요 투자자였던 보험사들이 과거에 비해 요구수익률을 높이고 있는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회계 도입 이슈로 펀드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IFRS 17 아래에서 보험사는 펀드 투자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손익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대출형 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다.  K-ICS 적용과 관련해서는 민자사업 대출 및 지분에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기존 대비 큰폭 상향돼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이전 대비 많은 양의 여유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농협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BTL에 투자하던 은행들 역시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공공성을 내세워 투자를 집행했지만 금융조달 원가가 크게 오른데 비해 BTL수익률은 그대로여서 펀드자금 승인에 애를 먹고 있다.

펀드 모집이 줄줄이 실패하고 자금이 부족하자 운용사들은 선착순 접수된 실시협약 체결 물량부터 지원하되,  앞으로 BTL물량의 실시협약 체결이나 착공을 최대한 늦춰달라고 건설사에 요청하고 있다.  

지금도 착공해야 했던 사업들이 첫삽을 뜨지 못한 채 주무관청과 협의해 공사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대학교 기숙사 BTL은 공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나 그린스마트스쿨 공사는 내년 2,3월 착공에 들어가야 해 빡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해 수천억원대 규모이던 BTL사업은  지난 2021년부터 연간 2조원대 고시 물량으로 늘어났다. 그린스마트스쿨 등 학교 개축사업이 급증해서다.  BTL은 민간 사업자가 민간 자금으로 시설을 짓고 운영해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사비 등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민간투자 자금을 모은 BTL펀드를 설정해야 한다.  BTL펀드 시장이  냉각되면서 공사를 위한 부족 자금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앞으로 설정될 펀드가 내년 BTL공사에 쓰일 자금"이라며 "펀드 설정액이 부족하면 공사가 계속 밀려 건설사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시가 이어지는데 비해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사업 지연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BTL투자 환경 근본적 개선해야"

BTL 자금조달 상황이  내년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BTL시장을 키워 미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과 내후년 BTL시장을 살리려면 지금부터라도  BTL자금조달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투자자산으로서 BTL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수익률 변동 주기 다양화 △수익률 산정 시점 변경 △BTL대출채권 거래시장(세컨더리시장) 활성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수익률 5년 변동 주기의 BTL은 은행과 보험사 모두 선호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됐다.  BTL 투자기간은 20년 이상으로 길지만 5년마다 금리를 변동함에 따라 현재 BTL 듀레이션은 5년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 보험사는 장기(20년) 수익률 주기를, 은행은 단기(6개월, 1년) 수익률 주기를 선호하므로, BTL사업 마다 수익률 변동 주기를  은행과 보험사에 맞게 트랜치를 만들어 제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TL대출채권 거래시장(세컨더리시장) 활성화도 요원하다. 이우식 템플텀하나자산운용 이사는 "BTL거래시장을 상장리츠 등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 BTL은 장기 상품이며 매각이 어려우니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상장리츠가 BTL수익증권이나 대출채권을 편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거래시장을 가장 빠르게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BTL의 투자기간이 20년 이상인데 해당 기간동안  금융기관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자산 매각을 통해 회수할 수 없다"면서 "이런 한계로 인해 현재 BTL은 소수 대형 은행만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엿다.

수익률 산점시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운영개시 시점에 수익률을 고정하므로 금융기관이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시점과 차이가 있어, 금융기관은 이를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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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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