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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의 미래

김갑진
- 14분 걸림 -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들(게티이미지뱅크)

경제 성장은 궁극적으로 생산물의 증대이며 이는 부가가치(소득)의 증대를 의미합니다. 부가가치란 쉽게 말해 생산물에 투입된 원재료 등 생산요소의 단순 합산가치를 초과하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소득을 늘려 소비, 투자를 늘리고 고용 등 실물경제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선순환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선순환의 경로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 다양한 이유로 확대가 아닌 축소경로를 밟은 일도 우리는 수차례 경험해왔습니다.

경제가 위축되어 성장이 둔화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자산가격의 거품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늘어난 소득, 또는 장래의 소득이 자산투자에 집중되면서 자산가격이 앙등하는 일은 개별 투자(기) 관점에서는 욕망을 충족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선순환의 경로 관점에서는 투자를 통한 생산성의 향상을 저해하는 일이 되곤 합니다. 시중의 재원이 자본이익을 추구하여 자산 그 자체에 집중되면 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 부가가치의 증대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확대된 경제규모에 상응하는 자산가격을 유지하는 일은 자산의 가치를 안정화시켜 미래 경제성장을 유인하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자산가격의 안정화와 거품이라는 양면성을 인식하고 198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아파트 가격의 허와 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특성

아래 <그림1>은 1986년 이후 우리나라 아파트매매가격 지수를 전국(Total)과 서울로 각각 보여주고 있습니다.

86년 이후 우리나라 아파트가격은 지역단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세 차례 상승구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1987년~91년, 2001년~08년, 2014년~22년 입니다. 전국과 서울단위의 차이를 본다면 2001년 이후 전국적으로는 2019년까지 2008~09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온 반면, 서울의 경우 2009년~13년에 이르는 기간 하향 횡보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이 그래프는 2022년 1월의 가격을 100으로 지수화한 것으로 기간내 각 단위별 최고가와 최저가의 비율은 전국이 6.7배, 서울이 8.6배입니다. 즉, 1986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전국적으로는 가장 낮은 주택가격 수준을 보였던 1987년 3월과 비교하여 2022년 6월에 6.7배 수준을 보였으며, 서울의 경우 8.6배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경험을 반추해 보시면 어떠신가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통계인가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는 때때로 체감하는 주택가격과는 괴리된 상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통계적으로 지수화된 가격과 내가 주변에서 확인하는 집값(명목가격)의 변화가 각각 전체와 개별, 연속과 비연속의 특성을 내기 때문입니다.

지수가격과 평균명목가격

주택가격을 지수로 표현한 것과 명목금액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 일정한 차이를 염두에 두고 파악되어야 합니다. 지수는 일정한 지역, 표본을 통해 이들이 기준시점과 비교하여 얼마만큼의 변동성을 보이는지를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A지역에 있는 2개 주택(아파트)가격이 각각 2억에서 2억1000만원, 또 1억에서 1억1000만원이 되어 두 주택 모두 1000만원씩 올랐다면 가격지수는 각각의 상승분 5%와 10%을 평균한 7.5%로 표현됩니다.

반면에 (평균)명목가격은 종전 1억5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올라 평균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후 조사과정 특정시점에 3억 원짜리 새 아파트(단지)가 건축되었다면 지수는 신규아파트 가격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명목가격은 새 아파트 가격을 함께 계상하면서 평균가격은 2억 666만원이 됩니다.

명목가격 상 아파트 평균가격은 종전 1억5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그리고 다시 2억666만원으로 상승하는 것입니다. 좀 비싼 새로운 아파트가 하나 지어지면서 이 지역 내 다른 주택은 가격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목가격 상 약 30%가 인상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같은 과정을 이해한다면 주택 평균가격은 ‘특정시점’에 해당 국가나 해당 도시 나아가 해당 지역 주택의 평균적 가격수준을 알려주는 기능 외에 개별 주택자산의 가격변동을 설명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자산가격의 장기적 변동 흐름은 ‘개별 주택 가격의 장기시계열’이나 ‘가격지수’로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지수를 볼 때 특정 기준시점, 예를 들면 2015년1월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그때 지수를 100으로 두었는데 이때 어느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이 7억원이라고 한다면, 지수상 1986년이 약20이므로 86년의 주택가격은 7억원의 1/5가격인 1억4000만원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추정은 일면 타당하게 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하면 1986년과 2016년 사이에 새롭게 지어진 주택이 부지기수이고 이들은 지어지기 이전과 이후에 가격평균을 산정하는 일관성을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에서 살펴본 1억6000만원에서 2억666만원으로 평균가격이 변하는 현상과 같은 것입니다.

개별 아파트 가격은 불연속변수인가?

한편 추세적으로 장기 경향성을 보여주는 지수가격은 ‘자고 일어나니 1억’ 이라는 가격 등락기에 쏟아지는 기사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지수가격이 다 틀리고, 신문기사가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37년간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크게 계단식 상승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대세상승기에 가격이 오르다 시장이 위축되면 일정기간 하락-횡보하고 이후 다시 강하게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자고 일어나니 1억’은 바로 상승기의 어느 순간에 우리가 직면하는 시장의 단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극적 헤드라인을 통해 시선을 끌기 위한 언론의 특성도 물론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시야를 개별 아파트로 좁혀서 장기간 명목가격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2>는 1979년 서울 강남에서 준공된 E아파트의 가격변화를 보여줍니다. 31평형과 34평형 입주당시 가격은 각 1800만원, 2100만원이었고 지난 45년 중 역대 최고가는 21년 기록한 각 24억원과 26억원이었습니다.

분양당시 가격대비 최고가는 130배 내외, 현재가격도 120배 가량 올랐습니다. 이 경우 앞에서 살펴본 지수가격으로는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비교 일관성을 위해 지수가격의 통계기점인1986년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E아파트는 현재 약 50배 내외로 올랐습니다. 지수가격으로 확인한 8.6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자고 일어나니 1억’의 현장일 수 있는 아파트일 것입니다. 반면 지수가격에는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는 물론 이와는 반대되는 아파트의 가격도 포함합니다.

1986년 이후 세차례의 대세상승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사실 현재의 경제수준에 맞게 상승한 것일까요?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일부지역의 경우 현재의 경제수준에 비해 과하거나 모자라기도 합니다. 지방 중소도시의 어느 구축아파트는 40년 전 가격에 비해 겨우 2배 남짓 상승한 곳이 있는 반면 <그림2>와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기준시점에 따른 아파트가격의 마법

마지막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의 거품 논란과는 별개로 가격의 장기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이후 상승기를 맞아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평균적으로 2.5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물론 이 또한 개별 단지별로 들여다보면 그 편차가 확연히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림2>에서 확인되는 E아파트는 세 번의 상승기(저점-고점) 별 로 각각 5.3배, 5.1배, 3.1배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첫 번째 상승기의 상승률이 가장 높으나 그래프 상으로는 완만합니다. 반면 세 번째 상승은 3배 오른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프상으로 급격한 인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명목금액 상 증가분의 절대량이 큰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즉, 눈사람을 만들 때 늘어난 눈덩이가 한 바퀴만 굴러도 최초의 눈뭉치에 비해 많은 양의 눈이 붙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편 이번 상승기의 상승률에 대해서도 저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는 상이합니다.

E아파트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2차 상승기인 2006년에 13억원 이상의 거래실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가격은 그로부터 18년 만에 두배가 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2년 당시 저점이었던 8억4500만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약3배 상승한 것이 됩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경우 전자의 경우 지나친 과열이라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공급부족론과 유동성과잉론

수도권 집값, 특히 아파트가격의 상승에 늘 따라붙는 쟁점은 이른바 공급부족론과 유동성과잉론의 대립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집을 더 지으라는 것이 공급부족론의 핵심입니다. 특히 공급부족을 강조하는 이들은 ‘아무 데나 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주여건 즉, 교육, 환경, 교통 등 양질의 주거 인프라를 갖춘 곳에 주택을 많이 지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유동성 과잉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집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급을 왜곡하는 투기 등 화폐적 요인에 의해 집값이 오른다고 진단합니다. 주택보급률 100% 이상으로 집은 충분한데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가격급등을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경로(은행대출)를 차단하고 세금 부담을 높이는 조치를 강조합니다. 주택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가격제한 조치도 이같은 주장에 기반한 것입니다.

서울의 아파트가 앞으로도 이 같은 논쟁 속에 상승 경향을 보일 것인지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성장, 입지, 인구, 신규공급량 등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의 움직임 여하에 미래가격이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느 정도 성장이 수렴된 경제에서의 자산가격이 초기 고도성장기처럼 계속 증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재건축 사업성을 완화해주는 조치가 지난 연말 이후 쏟아지는 가운데 용적율을 높여도 실제 사업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분석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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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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