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PF시장서 활발한 대출기관은
요즘 부동산PF 위기 소식을 접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 어렵다. 계속되는 인플레와 고금리 여파, 건설업계 부도설 등이 맞물리면서 개발사업에 선뜻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대주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금융당국의 PF사업장에 대한 세부 사업성 평가를 앞두고 시중 자금은 더더욱 웅크린 분위기다.
그렇다고 모든 금융기관이 PF사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PF금융 공급이 가능한 플레이어와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 등 두갈레로 나뉘고 있다.
일단 저축은행 캐피탈, 중소 증권사 등이 신규 개발 프로젝트 참여에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존에 나간 브릿지론 대출이 PF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부실화되거나 충당금을 쌓으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해서다. 그나만 집행 가능한 자금은 담보가 명확한 실물담보대출로 쏠리고 있다.
전통적 자금줄이었던 시중은행과 일부 대형 증권사 등이 신규 PF시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올해 특징이다. 이들 플레이어는 까다로운 심사와 리스크 관리를 체화한 덕에 그간 부실 자산에 크게 노출되지 않고 체력도 비축했다. 일부 은행은 사업 기회로 보고 자산 쌓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사모대출펀드나 일반 기업(법인) 자금 등이 뉴머니로서 PF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24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 분위기에서 시행사들이 PF자금 조달을 위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할 곳은 시중은행이다. ELS사태에 따른 충당부채 적립 이슈가 있긴 하지만 2금융권 보다는 자금공급 여력이 확실히 낫다.
은행들은 우량 PF프로젝트 대출채권을 크게 담은 것을 선호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심사 승인이 쉽도록 다른 은행들과 함께 신디케이티론(협조융자)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점도 은행들의 특징이다.
은행들은 대형 시공사 분양불, 낮은 LTV 이내 선순위대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부 PF 등에 자금을 주로 댄다. 또한 은행별로 대출 특성은 다르다.
하나은행이 연초 조직 개편에서 부동산금융부를 부동산금융본부로 승격 확장하면서 자산 늘리는데 공격적인 편이다. 본부급에 걸맞는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업성이 검증된 대규모 사업지구나 민관합동사업, 도시개발지구를 선호한다. 경쟁력 있는 금리와 총액 인수 방식을 사용하며 일반 PF시장과 정비조합 사업비 대출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통적으로 정비사업비 대출 강자였지만 최근 증권사의 견제를 받고 있다. 증권사의 공격적인 금리 경쟁에 이기지 못해 최근에는 단순 금융주선도 진행하고 있다. 그 외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물류센터PF에도 참여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대형 PF사업의 앵커(핵심) 대주로 참여해 딜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HUG 보증 사업장만 주로 다뤘지만 최근 일반 PF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HUG 보증부 물량에 금융기관 참여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브릿지론이나 주거용 부동산은 기피하고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 개발사업에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거나 신성장 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에 부합해서다.
증권업계의 딜 참여는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 금융감독원 감사나 중후순위 브릿지론 장기 투자에 따른 충당금 적립 이슈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대형 증권사 중에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이, 중견 증권사로는 키움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등의 이름이 최근 딜에 오르고 있다.
전통적 강자인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주요 딜 참여를 늘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TPG안젤로고든(TPG Angelo Gordon)과 손잡고 부동산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중 기관 자금을 모아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도 조성해 세를 불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그간 체력을 비축한 덕에 남들이 꺼리는 PFV 투자나 후순위 보증 등을 통해 주관권을 확보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 자금 풀을 이용해 딜 주관권을 확보하고 있다. 농협그룹의 관계사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농협들도 투자처를 마땅히 찾지 못해 NH투자증권이 제안하는 딜을 긍정 검토하는 편이다.
NH투자증권은 또한 지난 2월 딜 소싱부터 금융조달, 운용, 매각까지 전 사업과정을 아우르는 2000억원 규모 부동산 기관전용사모펀드(PEF)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정비조합 사업비 대출을 신사업 기회로 보고 공격적으로 금리 입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이밖에 사모대출 블라인드펀드가 공제회 등의 자금을 위탁 운용받아 틈새 PF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제회 등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에쿼티 투자에 자금을 활발히 집행하지 못하다 보니 안정적인 실물대출이나 PF우량딜 대출 투자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비금융권 일반기업 대주나 재단 등도 PF자금 공백을 메우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일시적 특수상황에 놓인 딜에 짧은 기간 들어가 승부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