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현대차증권빌딩, 코람코운용 품으로 되돌아온 사연

코람코자산운용이 매각을 추진했던 여의도 현대차증권빌딩이 다시 코람코운용의 펀드로  되돌아오는 보기드문 구조의 거래가 성사됐다. 현대차증권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뒤, 매도자인 코람코운용을 제3자 매수자로 지정하고 본인은 펀드 투자자로 재참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증권은 현대차증권빌딩 매각 입찰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제3자 비히클로 코람코운용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수익증권 투자자였던 현대차증권은 새로운 공동 투자자들과 함께 다시 코람코운용의 펀드에 참여하게 됐다. 구조적으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동일 운용사로, 의도하지 않은 역진입 방식의 셰어딜이 된 셈이다. 현대차증권은 기존 투자 차익 회수 범위 내에서 해당 펀드에 재투자한다.

지난 2월 입찰 당시 BNK자산운용은 평(3.3㎡)당 2900만원대, 총 3547억6000만원의 최고가를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이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최종 인수자는 변경됐다. 이후 현대차증권은 코람코운용을 실질적 매수 주체로 지정했다.

코람코운용 내부에서는 셰어딜 구조지만 매도팀과 매수팀이 분리돼 있어 몰랐다는 후문이다. 현대차증권이 코람코운용의 다른 부서와 이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BNK자산운용은 해당 자산을 인수해 바로 옆에 위치한 BNK금융타워와 통합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본사 사무실 전체를 내주고 이전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해 우선매수권을 적극 행사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증권과 코람코운용이 손을 잡은 반면, BNK운용은 사실상 인수 기회를 놓치게 됐다.

현대차증권빌딩은 서울 여의도에서 3개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 인근에 위치해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자랑한다.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연면적 4만440㎡, 약 1만2233평)로, 1994년 3월에 준공됐다. 주요 임차인은 현대차증권으로, 핵심 공간을 사용 중이다.

코람코운용은 해당 자산을 2020년 10월 2666억원에 매입해 부동산 펀드에 편입시켰으며, 펀드 만기는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조기 매각에 나섰고,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최대 1600%까지 용적률이 완화될 수 있게 되자, 해당 자산의 개발 잠재력이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