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BTL펀드 설정 7000억원 불과... 3조원대 공사물량 자금조달 '차질'
KDB인프라자산운용의 펀드를 비롯해 연말까지 설정되는 신규 BTL(임대형 민자사업)펀드가 총 4개, 7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들이 BTL펀드 투자를 꺼리면서 일부 은행 자금에 출자를 의지하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와 내년 3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BTL공사 물량에 비해 펀드 설정이 크게 부진함에 따라 자금 부족으로 공사 착공이 줄줄이 연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BTL업계에 따르면 KDB인프라운용은 9월 중 4000억원 규모의 BTL12호펀드 설정을 목표로 한다. 펀드 출자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과 소수 보험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 은행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승인을 거쳐 펀드 출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의 승인 추이에 따라 총 펀드 설정액은 3500억원대로 줄어들 수 있다. 당초 KDB인프라는 11호 펀드 소진 이후 7000억원 규모로 12호 펀드를 만들려다 시장 투자 수요가 없어 4000억원으로 목표액을 낮췄다.
템플턴하나자산운용도 연말께 1500억원 규모의 BTL10호 펀드를 신규 설정할 계획이다. 템플턴하나운용 역시 출자자로 기업은행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칸서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각 1000억원대 BTL펀드 설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내 신규로 설정될 BTL펀드 총액은 7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관련 운용사들이 BTL펀드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간의 주요 투자자였던 보험사들이 회계 이슈로 펀드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새로운 건전성 관리 제도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동시 도입된 후유증이다. IFRS 17 아래에서 보험사는 펀드 투자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손익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대출형 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다. K-ICS 적용과 관련해서는 민자사업 대출 및 지분에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기존 대비 큰폭 상향돼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이전 대비 많은 양의 여유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산은·기은과 같은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자금을 대며 BTL펀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은행은 조달금리가 낮아 BTL수익률을 맞출 수 있은데다 공공성을 내세워 투자 집행에 나선 것이다. 다만 펀드자금 승인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BTL시장 수요에 비해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펀드 설정이 턱없이 부족함에 따라 공사 차질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안 그래도 지난 7월에 착공해야 했던 사업들이 첫삽을 뜨지 못한 채 주무관청과 협의해 공사를 미루고 있다.
한해 수천억원대 물량인 BTL사업이 지난 2021년부터 연간 2조원 고시 물량으로 늘어났다. 그린스마트스쿨 등 학교 개축사업이 급증해서다. 국회에 따르면 올해 승인된 BTL 총 한도액은 2조 5652억원으로, 전년 2조4354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올해 한도액은 연말께 고시된다. BTL은 민간 사업자가 민간 자금으로 시설을 짓고 운영해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사비 등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민간투자 자금을 모은 BTL펀드를 설정해야 한다.
2021년 고시된 물량은 지난해 실시협약과 금융약정을 거쳐 올해 착공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런데 기존 설정된 BTL펀드에 비해 물량이 갑작스레 늘어나면서 2021년 고시된 2조원 물량 중 5000억원 가까이 금융조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여기에다 작년 고시돼 내년 착공할 물량 2조4354억원을 합치면 하반기부터 순차적 공사를 위해선 3조원 규모의 펀드 자금이 매칭돼야 한다. 이는 올 연말 2조5000억원 어치 고시돼 내후년 착공할 물량은 제외하고 계산된 수치다. 펀드 시장이 냉각되면 부족 자금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앞으로 설정되는 펀드가 하반기와 내년 BTL공사에 쓰일 자금"이라며 "펀드 설정액이 부족하면 공사가 계속 밀려 업계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시가 이어지는데 비해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사업 지연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BTL펀드 관계자는 "BTL 자금조달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BTL시장을 키워 미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