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만기 없는)폐쇄형 인프라펀드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던 회계기준원이 제도 도입을 허용하면서 그간 멈춰 있던 보험사의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로써 인프라펀드 신규 설정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협회는 18일 “영구폐쇄형 펀드 설정과 관련해 회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회계기준원에 공식 질의를 요청했으며, 투자자가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를 계기로 펀드를 통한 인프라 자금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민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설립을 허용했으나 실제 적용은 회계기준원의 보수적 태도로 지연돼 왔다. IFRS9(국제회계기준)이 2023년부터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은 인프라펀드 평가손익을 매년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했고, 이 부담으로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주요 투자 주체인 보험사들이 신규 및 추가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인프라펀드 규모는 2020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영구폐쇄형 펀드는 만기가 없고 환매 청구권이 없는 구조가 특징이다. 운용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펀드를 지분증권 보유 요건과 동일하게 설계할 경우 회계상 기타포괄손익 인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본조정 항목으로 처리되면 매년 시가평가에 따른 당기손익 변동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만기는 없지만 투자자 전원이 청산에 합의하면 펀드를 정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보험사가 다시 시장에 복귀하면 인프라펀드 신규 투자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통과한 사업들이 영구폐쇄형 펀드를 활용해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경우, 올해 집행을 앞둔 GTX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AI 인프라,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 등 새로운 형태의 공모형 민간투자사업에도 보험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업계는 영구폐쇄형 펀드를 통해 후순위 대출이나 지분 투자 등 위험도가 높은 영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동산본부장(전무)은 “관계 당국의 적극적 지원으로 장기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며 “협회는 금융당국과 협의해 펀드규약 마련을 지원하고, 영구폐쇄형 펀드가 민자사업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