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저널)'주거 개발사업의 입지' 평가하는 법
건설사는 개별 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입지를 어떻게 분석하고 평가할까요. '분양성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을 많을 사람들이 귀에 못박히도록 들었을텐데요.
그런데 이 입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죠. 분양성이 양호하다는 판단 근거 역시 비교군과 대조군이 있는 실험실의 데이타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VUCA(변동적이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함의 약자)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주심의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영향 인자'를 최대한 MECE식으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범주화해야 합니다.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는 상호 배제적이고 전체는 포괄적이라는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대부분의 시공사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입지등급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많은 딜을 평가하고 심의하는 건설사 RM(리스크 매니저)은 입지 평가에 대한 고유의 관점과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입지를 평가할 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에는 수요, 일자리, 교통인프라, 학군, 역세권, 주거 트렌드 등이 있습니다.
저는 광역적 입지와 미시적 입지, 이렇게 두가지로 크게 구분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광역적 입지 요소
광역적 입지는 서울 → 수도권 남부(경부라인) → 수도권 북부 → 충청도 북부(천안, 청주) → 광역시 → 지방 순서로 분류합니다. 이 중 경부라인은 한남대교 남단부터 시작하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교통인프라 접근성과 교통편의성이 양호한 지역으로써, 판교→분당→수지·죽전·기흥→영통→동탄→평택→천안 정도로 '대서울권'이라고 불립니다.
그 다음으로 '양질의 일자리로의 접근성'을 대표하는 교통 편이성(지하철, GTX, 철도, 광역버스 등) 위주로 봅니다. 광역적 입지의 핵심 요소는 이 '양질의 일자리로의 접근성'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강남 GBD, 여의도 YBD, 광화문·종로 등 CBD, 판교테크노밸리,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직장이 밀집된 곳입니다.
강남구 일자리는 약 70만개, 서초구 약 50만개, 송파구 30만개로 강남3구에만 150만개의 일자리가 있습니다. 강남3구 부동산값이 치솟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종로구와 중구 CBD에 70만개, 마포구 20만개, 여의도YBD 20만개, 판교 제1테크노밸리에 9만개(20만평, 1300개기업), 판교 제2·3테크토밸리(20만평)에는 10만개의 일자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에도 100개 정도의 기업이 입주해 약 5만여개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입니다.
동탄테크노밸리도 50만평으로 판교1~3테크노밸리를 합쳐놓은 것보다 클텐데요. 동탄은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돼야 진정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원/동탄/용인/평택/이천의 반도체 클러스터 벨트'에 포함했습니다.
미시적(국지적) 입지 요소
교통과 일자리, 이 두개의 축으로 거시적 주거 수요를 가늠한 후 학군, 도보역세권, 쾌적성·편의성, 상품·주거 트렌드 등을 적용해 미시적으로 입지를 분석합니다.
학군은 `일자리와 교통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당연히 발달하고 강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영향력이 줄고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출산율 0.8명으로 절대 수요량이 감소할 뿐더러,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대학 졸업장의 효과성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학연계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여서 구글대학, 애플 아카데미 등이 힘을 받을 것이며, MOOC(대규모 온라인 개방형 강좌)가 확산되는데다, 디지털 네이티브(알파세대)들은 해외진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미시적 입지는 '역세권/슬세권(슬리퍼 차림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있 는 주거권역)/공세권(자연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산책 운동 등을 즐길 수 있는 주거권역)'으로 대표되는 생활 편의성과 '주거트렌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도보역세권은 대서울권 경부라인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도보 3분이냐 5분이냐 10분이냐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집니다.
예를 들어 판교는 광역급행철도(GTX)역이나 신분당선을 걸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단지라고 해도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광역버스가 촘촘히 발달돼 있고, 판교신도시 자체가 워낙 쾌적하고 트렌디하기 때문에 민감도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 동탄2신도시의 경우, SRT역으로 쓰이는 동탄역을 도보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3억~6억원 정도의 가격차이가 있습니다. 천안아산역은 불광동이냐 아니냐에 따라 더욱 분명해집니다.
신도시일수록 쾌적합니다. 우선 전선들이 지중화됐고, 보행이 안전한 편이며, 교통·교육 인프라, 근린공원 등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대형병원이 근처에 있으면 아파트 단지 경쟁력이 더욱 올라가고요. 특히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단지)는 분명히 가격경쟁력이 있고, 초과수요가 있다고 봅니다. 10~11년차 부부 증감과 부동산 상승·하락은 상관관계가 깊거든요. 반면 중,고등학교는 오히려 떨어져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군요.
백화점 또는 세련된 상업공간, 도서관·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이 인근에 있어 슬리퍼를 신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거나, 공원, 트레킹코스 등을 마치 앞마당처럼 누리는 공세권·숲세권도 가격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칩니다.
주거 트렌드 변화 역시 미시적 입지 요소와 단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자들이 워라밸을 중시하고, 소비자 취향도 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재택근무 및 공유주거 확산 등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과 편의시설이 아파트 상품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대체 상품인 빌라·오피스텔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하면서 상품 가격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죠.
건설사의 평면이 3베이(bay)· 4베이 등으로 상향 평준화하면서, 플러스 옵션 등의 인테리어보다는 단지 외관과 조경, 조각작품, 커뮤니티시설, 수영장 포함한 체육시설 등의 고급화 정도가 앞으로도 단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