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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저널)건설사 20년차 RM이 본 아파트 투자에 대한 단상

이지은
이지은
- 14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시장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읽기 위해선 행위 주체이자 돈의 주인인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부동산은 경제학이라기 보단 철학을 품은 사회학에 가깝습니다.

시장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공존하는 야누스적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비합리성과 비이성적 광기가 팽배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체적으로 균형과 합리성을 찾아갑니다.

필자는 지난 20년간 시공사에서 일하며 이련 현상을 목격하고 관찰하고,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2018년에야 제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것도 제 주변 투자고수의 애정어린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한 때 '대한민국에선 전세가 가장 가성비 높은 주거형태'라는 확신에 차 있던 헛똑똑이였거든요.

전국 수많은 수주심사 대상 프로젝트의 사업수지를 검토하고 조합 관리처분총회를 수십번 겪고 나서야 제 어설픈 극단론을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부동산은 인플레를 헤지하는 상품이고, 투자심리는 단기 변수이자 파생 변수이며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펀더멘털과 적정 가치에 수렴한다"는 이 일반적 명제를 절절히 체화한 것이지요.

#1

사업수지는 크게 토지비, 공사비, 사업비, 시행이익, 이렇게 4가지 대분류에  70~90개 정도의 세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간 수백개의 사업비용 집행을 모니터링하면서 느낀 건데요, 이 70~90개 항목 중 가장 아까운 게 홍보·판촉비와 모델하우스 축조·운영 비용입니다.  특히 모델하우스는 분양이 잘 되면 모델하우스 부지 임대기간만큼 채우고 다시 부셔버리거든요. 분양이 안되면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없구요.

물론 이 비용은 사업진행에 필수적이며 해당 비용 절감분은 대부분 시행이익 증가분이나 시공사 도급증액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런 비용이 분양가를 할인하는 재원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꿈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지식이 공짜가 된 시대, SNS를 통한 지식의 수많은 상호작용과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로 개인들이 많이 똑똑해졌습니다.  새로운 정보, 스마트 군중(Smart Mob)의 소통참여를 통한 지식의 축적물이 지체없이 가치에 반영되는 우리 아파트 시장은 효율적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표준화 된 평면, 인테리어 사양을 반영한 VR영상으로도 충분한데, 수십억원을 들여 모델하우스를 짓고, 운영비용을 들여가며 판촉활동을 하는 게 제게는 올드 패션처럼 보입니다.

모델하우스에 들어선 순간 분양 마케팅 전략의 향연에 스스로 뛰어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이힐을 벗고 납작한 슬리퍼를 신어야 하고, 상담부스에는 상담사들과 소비자들이 북적이며, 고급스런 향에 실제 크기보다 작게 제작된 디스플레이 소품과 가구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넓어 보이는 세대내부 공간은 너무나도 아늑하고 고급스럽습니다.

인간은 피상적 매력에 쉽게 현혹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저야 모델하우스를 짓고 꾸미는 과정을 낱낱이 관찰하고, 분양/판촉/홍보 전략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온갖 치장술에 심드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욕망에 나약한 인간의 심리기제를 간파한 마케터들의 설득에 쉽게 이끌리는 소비자들을 그간 적지않게 봤습니다.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짧고 명쾌하고 단순하게 말하는 사람은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반드시/결단코/절대로/분명히/확실히/단언컨데" 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도 조심하세요. 논리가 지나치게 단순하면 과대 포장에 가깝습니다.

​#2

2년 전인 2021년 집값이 고점일 때, 103만명의 무주택자가 상투를 잡았습니다. 2018년에 제가 구입한 부동산 가격이 정말 2배를 넘어가더라구요. 안성, 이천, 아산의 분양가격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죠.

베이비붐세대가 가진 집은 우리나라 주택 전체의 18%를 차지합니다.  당시 203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매입은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때문에 '거품 떠넘기기'이자  고통스런 '세대간 손바뀜 현상'이었다고 봅니다.

시장의 광기라는 게 이토록  무섭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전세값이 2억~3억원이 올라 고통받는 세입자로 가득했으나, 지금은 역전세로 집주인들이 보증금 일부를 토해내야 합니다.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될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상 유지'가 대안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 저질러야 하는 충동을 느끼죠.  게다가 남들은 다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고 SNS에서는 투자성공 인증 사례가 횡행하고 있는데, 혼자만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변동성이 강한 시장은 투자 기회도 많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어도 투자기회는 다음에 또 옵니다. "링 위에 올라서기 전 충분히 스파링을 하고 올라가도 누구하나 뭐라할 사람 없습니다." 쓸데없이 서두르면 실패할 확률이 크거든요. 때로는 쉬는 것도 "투자"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3

각 세대는 나름 공통된 인식의 틀을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는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토지 공동투자로 꾀내는 기획부동산의 피해자 중에 MZ세대는 거의 없습니다. 이들에게 토지와 전원주택은 익숙하지 않거든요. 40대 중반인 저도 토지 투자는 낯섭니다.  특정시대에 통용되는 지식, 규칙, 시간과 공간이라는 생활양식을 공유했기 때문에 추구하는 이념적 가치도 닮아 있습니다.

MZ세대에는 도심 아파트가 많이 친숙합니다. 부동산 투자는 곧 아파트 투자로 이어질 정도로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 같습니다. 주거의 편리함과 보안성이 장점이고, 세대 내 공간을 넘어 단지내 편의시설이라는 외연이 확장된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단지 아파트는 어찌보면 콘크리트 소공화국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오피스텔조차 도심의 미니 아파트나 꼬마 아파트로써의 인식이 MZ에겐 강합니다.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형태로서의 기능을 보는 것이죠. 도심 역세권 오피스텔은 고편의성을 갖춘 주거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진 중장년층은 기존 보유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팔지 말고, 대신 전,월세를 주고 그 보증금과 월세로  가고 싶은 지역·공간에 세입자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수렵채집생활의 야성성에 끌리는 남성들은 아파트란 "효용성이 극대화된 주거상품으로써,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으며, 압축된 공간에서 편리함의 극치를 제공하는 스테디셀러"임을 잊지 마세요.

본인의 기호가 가득 담긴 공간은 일반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을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마치 미인대회 우승자 맞추기 게임에 참가하는 상황처럼 자신의 기호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남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를 항상 염두해 둬야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를 살 때 내가 원하는 것 보다 앞으로 내 아파트를 사 줄  다른 사람(타자)들이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시세차익(캐피탈 게인)을 염두한 아파트 투자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이 애기하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며, 내 욕망보다는 타자의 욕망을 기준으로 아파트를 구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자 역시 또 다른 타자의 욕망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욕망의 무한 연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교환 가치를 추구하는 부동산은 "(친숙해지면 애착을 갖는)소유효과"나 "현상유지 편향"이 잘 생기지 않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 투자자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자가는 전세로 놓고 다른 집에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70만 가구가 넘습니다.

"자가 거주시의 주거효용인 안락함"을 포기하고, 2년~4년마다 전세집을 알아보고 중개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등의 번거러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부동산 경기와 가격흐름을 주시하는 시장참여자들이 70만세대나 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5

화폐가 팽창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명목가격의 우하향 기조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고금리 사태 역시, (그 회복 시점은 점칠 수 없지만) 홍역처럼 앓고 지나갈 것이란 게 제 소견입니다.

지금이 침체국면이어서 인플레가 부동산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지, 단단히 누적돼 있다 경기회복 국면에 한꺼번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공사의 평당 도급공사비 단가는 외생변수, 즉 코로나19, 공급망 교란, 미-중 패권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변동성 확장 등이 터질 때마다 쑥쑥 올라갑니다.

내려간 적을 보지 못했어요. 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분양가격은 한 껏 올라간 공사비를 반영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아파트 가격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시중의 격언(?)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사진=KB부동산

맺는 말

물가 상승과 고금리 기조는 단기적으로 집값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시차를 두고 저금리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파트 가격은 또 올라갈  것이구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시세차익만을 노릴수는 없습니다. 행복은 큰 한 방이 아니라 소소하고 작은 즐거움을 여러번 겪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가져다 주니까요.  저성장 국면에서의 부동산은 시세차익형 투자자산이 아닌, 임대수익형이자 현금흐름 확보 수단으로써 접근하는 것이 유망할 것 같습니다.

전세라는 독특한 사금융 혹은 임대인-세입자간 직접금융이 국내에 발달돼 있지만, 전세 → 준전세 → 반전세 → 월세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게 시장 흐름입니다. 월세 시대가 오면 근로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은 월세를 내기 어려울 것이기에 자가 보유가 윤택한 은퇴생활의 필수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본이 2019년부터 '50년 주택담보대출' 정책을 운용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장기 모기지 활성화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이 경우 금리에 따라 집값 변동성이 결정될 것이고, 월세(임대)수익률에 따라 아파트 매매가격이 결정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투자 시장은 다른 자산 투자시장 메커니즘과 그라운드룰(Ground Rule)을 적용받겠죠.  시가총액 50위 내 블루칩이 주식시장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처럼,  'KB 선도 아파트 50지수'를 시가총액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역시 균형잡힌 시각과 통찰력을 키우는 데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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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축기획실/건축RM팀 책임매니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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