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자금난 새 대안' 전남해상풍력, 글로벌 은행 앞세워 6000억 딜 클로징
전남해상풍력이 6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금융을 조달했다. 레고랜드발 자금 한파와 국내 금융사의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 결산)이라는 악조건을 뚫고 외국계 은행의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PF약정에 성공한 것이다.
사업성과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외국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지만, 해외 자금을 유치하려면 국제 스탠다드에 맞게 사업개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도 준다.
2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전남해상풍력 사업주인 SK E&S와 CIP는 지난 23일 해외 금융기관 중심의 대주단과 600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대주단에는 금융주간사인 산업은행과 NH아문디자산운용 펀드를 제외하고 글로벌 은행들이 대거 참여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속젠) 등 유럽계 은행과 미쓰비시UFJ은행(MUFG), 미즈호은행 등 일본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전남해상풍력의 자금 조달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사업은 첫 풍력 고정가격 계약사업이 적용돼 경쟁입찰을 했다. 입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가격이 정해지고 매출과 사업수익률이 확정되면서 지난달 금융조달을 시작했다.
다만 연 5%대 중반의 비교적 낮은 금리에다 20년 고정 금리 조건으로 정해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참여에 난색을 표했다. 국내 은행들은 6%대 이상의 변동 금리 대출을 희망한 데다,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보험사들도 자금 한도 바닥으로 참여를 꺼렸다.
이에 산업은행은 발상을 전환해 외국계 은행 문을 두드렸고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 외국계 은행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금융인데다, 세계 해상풍력산업의 성장성이 좋다는 평가 아래 한국 관련 산업에도 발을 디디기 위해 대출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 일부는 대만 해상풍력에도 뛰어든 바 있다.
외국 은행들은 변동 금리를 고정 금리로 전환하는 금융스왑기법을 활용해 사업주의 금융조건을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주민참여형 등 공공 성격의 대출 지원 중심으로 산은도 2000억원 이하 규모로 참여했다.
다만 단순히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라고 해서 해외 금융기관을 모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준비 단계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절차를 진행했기에 해외 대출기관 유치가 가능했다고 금융주간사는 설명했다. 전남해상풍력은 SK E&S가 덴마크 에너지 인프라펀드 운용사 CIP와 합작해 설립한 프로젝트여서 모든 절차가 국제 규격에 맞게 진행됐다.
사업 관계자는 "인허가부터 풍향데이터, 지질 조사 등을 포함한 기술과 보험 검토 모두 까다로운 해외 수준에 맞춰 준비했다"면서 "이에 외국계 은행들도 본사 심사 기준을 통과해 대출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이 PF 조달에 성공한 것은 올해 2번째다. 상반기에 제주한림 해상풍력이 PF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자금 조달에 따라 사업주는 오는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남 신안군에 99MW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전남해상풍력은 SK E&S가 지난 2020년 CIP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CIP는 덴마크 국민연금이 세운 업체로, 160억유로 규모 펀드를 운용하며 전 세계에서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