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亞 상업용 부동산⑤밀도와 미소 '방콕', 예측보다 인내의 도시

2025년 방콕은 '예측'과 '인내' 사이에서 진동하는 도시입니다. 태국의 수도는 겉으로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그 안에 특별한 질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R과 현지 물류업체 대표의 딸인 라타나와의 만남을 통해, 데이터로 예단할 수 없는 도시의 리듬을 탐색합니다.
공항에서 시암까지 오는 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지도에는 37분이라 적혀 있었지만, R은 이제 그 차이를 배워가는 중이다. 방콕이라는 도시에선 시간이 지도처럼 명확하게 흐르지 않았다. 시간은 끈적한 공기처럼 늘어졌다가, 때로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지나가기도 했다.
며칠 전, RA에선 방콕 외곽 수출입 물류단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화를 보여줬다. 평균 공실률 6.2%, 전력 소비는 지난 해 대비 19% 증가, 냉장 물류 수요 급등. 도시는 달궈지고 있었다. 데이터는 성장을 말했지만, 그 성장 속에 숨겨진 열기를 세밀하게 보여주진 못했다.
그녀—라타나를 처음 본 건 2년 전, 그 후보지 검토 자리에서였다. 현지 물류업체 대표의 딸이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그녀는 재고표를 들고 창고 사이를 누비며 무전기로 무언가를 연신 지시하고 있었다. 혼돈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처럼.
차에서 막 내린 R에게 다가온 그녀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빠른 말투로 쏟아내듯 말했다.
"저쪽 물류동은 오전에 트럭 진입이 불가능해요. 교차로 신호 체계가 엉망이죠. 직접 현장을 보시겠어요?"
짧고 정리되지 않은 문장. 하지만 빠르고 반짝이는 눈동자. 마치 이 도시처럼 말을 했다. 혼란스러운데, 이상하게 납득이 됐다. 오랜 시간 소음 속에 살다 보면 그 소음이 음악처럼 들리는 것처럼.
라타나는 각진 이마와 매끈한 광대뼈를 지녔다. 단단한 인상, 그러나 땀에 젖은 목덜미를 스치듯 넘기는 짙은 단발은 어디선가 한 번쯤 스친 적 있는 이방인의 냄새를 풍겼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런 모순적인 느낌. 정장이었지만, 실크 블라우스 소매엔 박스 테이프 자국이 묻어 있었다.
R은 그런 디테일에 약했다. 누군가가 계획보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마치 완벽한 지도 위에 실제로 걸으며 남겨진 발자국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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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은 덥고, 답답했다. 천장은 무너질 듯 낮았고, 사람의 땀이 벽처럼 느껴졌다. 소음은 데이터보다 밀도 높았고, 냄새는 수치화되지 않았다. 그것이 방콕이 가진 또 다른 차원이었다. 수치로 환원될 수 없는 감각의 홍수.
"여긴 냉장 보관이 핵심이에요. 전기세가 계속 오르거든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 했지만, 주변 고층 건물들 때문에 그림자가 너무 많아요. 효율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라타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웃었다. 진짜 웃는 건지,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오후, 회의는 간단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언어 장벽 덕에, 실제로 전달된 건 단 세 문장이었다.
"땅은 있어요. 길은 없어요.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죠?"
이 세 문장에는 복잡한 도시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가능성은 있지만, 접근성이 없다. 어려움은 있지만, 포기는 없다. 마치 방콕이라는 도시의 DNA를 압축해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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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R은 시암 근처 로컬 마켓 인근의 작은 펍에서 라타나를 다시 만났다. 조명은 어두웠고, 천장 선풍기가 느리게 돌며 짙은 공기를 간신히 휘저었다.
그녀는 큰 귀걸이와 하늘거리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물류창고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낯선 여인. 마치 같은 도시의 다른 구역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인상.
"여긴 뜨겁고, 길고, 빨라요. 아무도 계획대로 안 해요. 다만, 포기하지 않죠."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맥주 잔에 맺힌 물방울처럼 느슨했다. 목소리에는 방콕의 밤처럼 어떤 깊이가 있었다.
R은 그녀의 말을 메모장에 따라 적어두었다. "방콕은 계획보다 포기하지 않음에 대한 도시다." RA엔 없는 데이터였다.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도시의 본질.
"어릴 때는 방콕이 싫었어요. 진짜였으면 좋겠는데, 가짜처럼 느껴졌거든요. 근데 지금은… 가짜도 나름 멋있더라고요."
그녀가 맥주잔을 비우는 순간, R은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포장지 속에 밀어넣은 사람들— 그런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항상 계획과 데이터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온 그에게 하는 말 같았다.
라타나는 계산도 하지 않고 먼저 일어났다. 마치 이 도시의 리듬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처럼, 그녀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내일 이른 아침에 새 배차 시스템 테스트가 있어요. 창고에서 만나요."
그녀의 뒷모습은 번잡한 시장길 사이로 사라졌다. 활기찬 사람들의 물결 속에 그녀의 하얀 셔츠가 잠시 보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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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은 남은 병맥주를 들고 바닥을 바라봤다. 누군가 흘린 고추 조각이 젖은 구두에 붙어 있었다. 사소한 불완전함이 오히려 리얼리티를 만드는 도시였다.
그는 호텔로 돌아가지 않았다. 골목 안쪽, 불 꺼진 창고 옆 벤치에 앉았다. 공기의 습도, 시간의 불확실성, 그리고 그녀의 어딘가 아픈 눈매. 이 모든 것이 그를 붙잡았다. 밤공기는 달콤하고 끈적했다.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소리와 냄새가 뒤섞여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방콕다웠다. 완벽하게 정돈된 데이터 차트와는 달리, 도시는 혼란 속에서도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콕 중심업무지구에 새 프라임 오피스가 많이 들어선다던데," R은 중얼거렸다. "2028년까지 두 배로 늘어난다고."
그는 라타나가 오늘 저녁에 한 말을 떠올렸다. "품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우리도 물류창고를 스마트 빌딩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죠. 아니면 임차인들이 더 좋은 시설로 다 떠나버릴 거예요."
도시의 불규칙한 불빛들이 R의 생각을 비추었다. 창고 지붕 위로 보이는 밤하늘에는 별이 희미했지만, 그 희미함 속에서도 빛은 분명했다.
그는 내일 라타나의 회사가 동부경제회랑에 준비 중인 첨단 물류시설 계획안을 보게 될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그 시설은 방콕 물류 부동산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문이다.
R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된 결론도 없이, 계획도 없이 방콕의 밤을 느끼며 걸었다. 어쩌면 이것이 이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데이터와 예측을 넘어, 그저 도시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
그는 호텔로 향하는 길에 공유 오피스 간판을 발견했다. 중심업무지구에 이 같은 유연한 공간이 늘고 있다는 라타나의 말이 떠올랐다. 방콕은 변화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외관 뒤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2025년 방콕 상업용 부동산시장 주요 이슈 5가지
1.프라임 오피스 대규모 신규 공급: 2025년 방콕 중심업무지구(CBD)에 프라임 오피스가 대거 공급되며, 2028년까지 기존 재고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는 시장 내 공급과잉 우려와 경쟁 심화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2. Flight-to-Quality(품질 선호) 현상: 임차인들이 더 나은 시설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증을 갖춘 신축 오피스 빌딩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따라 노후 건물은 임대율과 임대료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습니다.
3. 스마트 빌딩·지속가능성 강화: 개발사들은 스마트 빌딩 기술과 친환경 설비를 적극 도입해, 국제 기준과 변화하는 기업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4. 산업·물류 첨단 시설 성장:동부경제회랑(EEC) 등지에서 첨단 제조 및 물류시설 개발이 활발하며, 외국인 투자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산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입니다.
5. 공유오피스와 유연근무 공간 확대: 방콕 내 공유오피스와 유연근무 공간이 꾸준히 증가하며, 중심업무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오피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해설: 5화는 태국 방콕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특히 급성장하는 물류 부문의 이면을 다룹니다. 2025년 방콕 외곽 수출입 물류단지는 평균 공실률 6.2%, 전력 소비는 지난해 대비 19% 증가하며 냉장 물류 수요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치적 성장 뒤에 숨겨진 현실적 어려움과 인간적 요소를 조명합니다.
전작인 도쿄 편에서는 완벽해 보이는 도시의 균열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도시의 내면적 질서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R이 현지 물류업체 대표의 딸 라타나와의 만남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예측의 한계'입니다. 라타나의 "땅은 있어요. 길은 없어요.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죠?"라는 말은 방콕이라는 도시의 DNA를 압축해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방콕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단순한 예측과 계획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현실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혼돈스럽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끈질긴 인내와 적응력이 존재합니다.
📌인물 소개 R: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략총괄 이사로,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40대 초반의 분석가입니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숫자와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인물 소개 라타나:방콕의 현지 물류업체 대표의 딸로, 실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진 이마와 매끈한 광대뼈, 짙은 단발머리가 특징적인 그녀는 방콕이라는 도시처럼 혼란스러우면서도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장을 입고 있지만 블라우스 소매에 박스 테이프 자국이 묻어 있는 것처럼, 그녀는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갑니다. 방콕의 복잡한 리듬에 완벽하게 동화된 인물로,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는 도시의 본질적인 면을 체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