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역의 시선으로 본 IM, 어디부터 봐야 할까

이번 기고에서 이야기할 주제는 투자금융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IM(투자소개서, Information Memorandum)입니다. 참고로 IM 자료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정해진 공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딜을 분석하고 준비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을 통해 익힌 IM 자료 해석 방법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인수금융(IM을 가장 자주 접하는 분야)을 기준으로 보자면 IM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1) 딜 개요, 2)투자 하이라이트(Investment Highlight), 3) 상환가능성 검토, 4) 대상기업 분석, 5) 산업분석, 6) 스폰서 소개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만, 제 기준에서 중요도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딜 개요, 2) 투자 하이라이트, 4) 대상기업 분석, 5) 산업분석, 3) 상환가능성 검토, 6)스폰서 소개 순입니다.
먼저 딜 개요와 투자 하이라이트는 말 그대로 딜의 핵심을 요약해 놓은 부분입니다. 논문으로 치면 ‘요약(Abstract)’ 같은 파트죠.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이 두 부분만큼은 반드시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특히 딜 개요 안에 나열된 금융 조건들은 단순히 넘기지 말고, 디테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나 만기 정도만 보고 넘어가는데, 사실 더 중요한 건 조기상환 조건, 담보 조건, 재무약정 같은 세부 항목입니다. 이런 조항들이야말로 딜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 입장을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기 때문입니다.
투자 하이라이트에서는 보통 대상기업의 장점만 잔뜩 적혀 있습니다. 이 섹션은 기업과 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강조하는 파트라, 단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그래서 오히려 이 부분을 볼 때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매출이 매년 20%씩 성장했다”고 하면, “왜 하필 최근 3년만 보여주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져보는 겁니다. IM 작성자는 가장 좋은 숫자만 뽑아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봐야 합니다.
그다음은 대상기업 분석입니다. 이 파트는 크게 영업현황과 재무현황으로 나뉘는데, 저는 항상 영업현황부터 봅니다. 주니어들이 숫자부터 보겠다고 재무제표부터 파고들지만, 사실 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영업 구조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이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경쟁사는 어떤 상황인지 등을 먼저 봐야 전체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렇게 큰 틀을 이해해야 재무제표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재무현황에서는 저는 자본금과 그중에서도 잉여금을 먼저 봅니다. 대부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순으로 분석하지만, 인수금융에서는 기업이 배당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결국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이 어떤 비율로 구성돼 있는지를 보면 대주단 입장에서 훨씬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산업분석입니다. ‘과거의 성과를 보려면 재무를 보고, 미래의 성과를 보려면 산업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수금융은 기본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구조가 짜이기 때문에, 산업의 사이클을 이해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부분에는 데이터가 많이 첨부되어 있는데, 해당 자료의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보세요.
IM 자료 자체만 보지 말고, 거기서 인용한 원자료까지 찾아보면 훨씬 더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산업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재무의 작은 변동이나 외부 이벤트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어렵지만 반드시 해볼 가치가 있는 작업입니다.
그 다음은 상환가능성 분석입니다. 이 파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의외일 수 있습니다. 인수금융이 결국 미래 캐시 플로우(CF) 기반으로 짜여지는데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IM 자료에서 상환이 안 될 것 같은 딜은 단 한 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IM이라는 문서 자체가 딜의 ‘자랑거리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IM 안의 수치를 그대로 믿지 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스스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해보는 것입니다. 복잡한 모델링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해당 추정치의 가정이 논리적이고 현실적인지를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폰서(Sponsor) 분석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가볍게 봐도 괜찮습니다. 보통 과거 성과나 트랙레코드가 적혀 있는데,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사모펀드의 투자 성향이 뚜렷한 경우, 해당 딜이 그 성향에 부합하는지는 체크해볼 만합니다. 예를 들어 한앤컴퍼니처럼 전통 제조업에 집중하는 곳이라면, 지금 투자하려는 대상도 그런 특성이 있는지 보는 거죠.
많은 분들이 IM 자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IM은 어디까지나 ‘심사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중요한 건 항상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자신만의 해석과 질문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게 진짜 실무자의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