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역의 시각으로 본 기업가치 평가 – SK쉴더스 사례 중심으로

이번 글의 주제는 기업가치평가, 밸류에이션(Valuation)입니다. 항상 이견이 많은 부분이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가지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늘 이야기한 것처럼, 심사역은 주어진 자료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자기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이와 관련된 인수금융이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주인공은 바로 물리보안 서비스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는 SK쉴더스입니다. 대상 기업을 바탕으로 ‘적정한 기업가치란 무엇이고 어떻게 산출해 낼 수 있는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대상 기업과 해당 기업가치 산출을 비판하려는 목적에서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가끔 투자소개서(IM) 자료나 뉴스 기사를 보다 보면 문득 '이 기업가치가 맞는 건가? 심하게 고평가(Over-valued) 된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IM 자료의 기본적인 특성 때문인데, 무엇보다 해당 자료가 어떤 목적으로 작성되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평가 값에 대한 이해가 수월합니다. 주간사는 원활한 딜 클로징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고, 자료를 분석할 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라는 점을 대주단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 역시 무작정 비판할 일은 아닙니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R&R)에 따른 것일 뿐이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가치 평가에 이르는 과정이 ‘논리적인가’, ‘비논리적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상회사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최초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던 순간부터 현재까지, 지분 매각과 관련해 늘 따라붙는 노이즈는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입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매일경제의 기사 제목이 바로 ‘부채로 쌓아 올린 기업가치의 허상’이었죠. 물론 해당 기사 내용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 유의미한 부분을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우리가 공식처럼 여겼던 ‘EV(기업가치) = 지분가치 + 순차입금’이라는 공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기업가치 계산이 위와 같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공식에 숫자를 대입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교과서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플랜(Plan) B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상기업과 유사한 영업을 하는 업계 1위 에스원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현재 물리보안 업체 중 유일하게 상장된 기업이기 때문에 지분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에스원은 최근 주가가 상승하며 현재 기준 시가총액은 약 2.5조 원 수준입니다.
참고로 이 기업은 물리보안 업계에서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회사입니다. 위 공식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해보면 ‘EV = 2.5조 원 + 순차입금’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스원의 순차입금이 (-)라는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에스원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모든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돈이 남는, 유동성이 매우 좋은 회사입니다. 물론 이는 주식 투자자 입장이 아닌, 채권자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위의 공식에 따라 (-) 순차입금을 더해주면, 기업가치는 오히려 부채가 있는 기업보다 작게 산출됩니다. 물론 이 경우, 해당 (-) 순차입금만큼 지분가치가 증가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기업가치 전체에 대해서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과는 어긋나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차입금이 많은 기업은 부정적, 현금 유동성이 적은 기업도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기업가치가 낮다는 이야기는 보통 부정적인 어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SK쉴더스는 업계 1위인 에스원보다 차입금이 많고(부정적), 현금 유동성은 적은데(부정적) 기업가치는 오히려 높게(긍정적) 산출됩니다. 왜냐하면 1위 기업보다 더 많은 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심사역으로서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이 바로 ‘과다 부채 보유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은 긍정적인가?’이고, 이에 대한 판단은 개별 심사역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물론 SK쉴더스를 에스원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같은 물리보안 회사이지만, 대상회사는 SK인포섹과의 합병을 통해 정보보안 서비스에도 이미 진출해 있기 때문이죠. 이는 경쟁업체보다 커버하는 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성장성이 높은 섹터를 보유하고 있어 단순히 에스원이나 KT텔레캅과의 비교는 정확한 가치평가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꽤 합리적인 주장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별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위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현재 대상회사 전체 매출에서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매출 비중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 관점에서 다시 분석해보면 최근 기준 물리보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80%에 육박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유망한 정보보안 서비스 분야라고 해도, 대상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동종업체(Peer)로 정보보안 기업들의 EV/EBITDA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먼 미래에 SK쉴더스가 5조, 아니 1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 측 주장대로 정보보안 서비스 성장에 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 기준 시점을 현재로 잡는다면, 개인적으로는 5조 원의 기업가치는 합리적인 기대치를 벗어난 다소 과다 평가된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신뢰하는 기업가치 판단 기준이 업계 1위의 시가총액이기 때문입니다. 상장법인의 경우 가끔 상속 문제 등으로 낮은 가치로 거래되기도 하지만, 평가는 1위 기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뒤탈이 없다고 믿습니다.
정리해봅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기업 밸류에이션에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책에 쓰인 내용들도 서로 다르고, 수많은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그대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업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주장이나 공식이라도 그것을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심사할 때 감안해야 할 기업가치 평가의 방법과 기준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가이드라인 삼아, 각자가 본인만의 기준점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