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업계, 차입형·혼합형 토지신탁 `노크'...신탁사는 취급에 신중
꽁꽁 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시행사들이 차입형이나 혼합형(하이브리드) 토지신탁(개발신탁)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금리의 브릿지론을 진행중인 시행사들이 상대적으로 금융조달 비용이 낮은 신탁상품으로 본PF를 갈아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받아줘야 할 부동산신탁사들은 자신들의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개발신탁 상품 적용에 신중한 분위다.
10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 악화로 본PF대출 참여기관이 축소되자 상당수 시행사들이 혼합형 개발신탁으로 본PF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하는 A시행사는 브릿지론 만기연장을 추진하는 한편 혼합형 개발신탁 구도를 협의하고 았다. 울산 남구에서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B시행사도 혼합형토지신탁 구조로 PF 실타래를 풀려하고 있다.
원래 시행사들은 신탁 보수율(수수료)이 높은 차입형 또는 혼합형 토지신탁을 선호하지 않았다. 신탁보수율은 사업 총 매출액의 약 4~5%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시공사들이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이른바 분양불 공사를 꺼리면서 PF로 공사비를 최대한 확보해야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의 고금리 여파에 전체적인 PF금융조달 코스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신탁사의 차입형이나 혼합형 토지신탁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신탁사의 신탁계정 대여 금리 수준이, 두자릿수를 넘어가는 기존 금융권 PF대출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높은 보수율을 감안해도 전체적인 코스트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혼합형 토지신탁은 토지 확보용 PF대출금에다 신탁계정 대여를 혼합한 토지신탁 상품을 말한다. 신탁사 계정대는 토지비 대출보다 우선 상환하는 게 원칙이다. 신탁계정대와 PF를 동순위로 하거나 동일비율 상환방식으로 협의가 가능하다.
시행사 관계자는 "땅값과 필수 사업비만 민간PF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신탁계정으로 확보하는게 혼합형 개발신탁의 장점"이라며 " 시공사 입장에서는 신탁사가 전체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주기 때문에 대금 회수에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혼합형·차입형 토지신탁 상품에 대한 시행사의 검토 의뢰가 급증하고 있지만 부동산 신탁사들은 깐깐한 사업성 심사를 들이대고 있다. 신탁사들도 자신들의 재무 리스크가 올라가는 탓에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 중심으로 선별 심사해 자금을 공급한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사업 초기에 토지계약금을 과잉 투자하거나 사업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들은 신탁사들이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선별적 투자를 강조했다.
한국자산신탁의 지난해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는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계정 투입액보다 회수액이 더 많아 신탁계정은 역대 최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에도 차입형이나 혼합형 토지신탁의 수주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A부동산신탁사는 올해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익 목표를 3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예년의 150억~200억원 목표에 비해 대폭 낮춘 것이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증권가 PF나 신탁사 PF 모두 자금 공급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