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PF클로징 살펴보니...대형시공사 분양불에 아파트·오피스가 대세
대형 시공사의 분양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자본금(에쿼티)이 충분한 프로젝트 등이 상반기 본PF 조달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품별로는 공동주택(아파트)이나 서울 오피스 개발사업이 금융권 PF허들을 통과했다. 고금리 직격탄을 받고 소비자의 관심이 떨어진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본PF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금융사 관계자는 "PF시장이 위기상황이라 우량 대형딜이나 공공기관 보증부 사업 위주로 자금이 몰렸다"면서 "사업성이 애매한 딜 보다 수익률이 낮아도 안전한 딜에 참여하자는 게 PF참여기관의 대체적 정서"라고 말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본PF클로징 사례를 살펴보면 올해에도 메이저 시공사의 분양불과 HUG·주금공(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사업이 대세를 이뤘다. 이를 통해 PF자금을 최소화하거나 대출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했다.
대형 시공사 분양불로 쏠린 본PF자금
중소 시공사의 디폴트 이슈가 이어지고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대형 시공사의 분양불사업으로 본PF자금이 몰렸다. 분양불 사업을 하면 시공사는 공사비를 분양수입으로 충당하고 시행사는 PF를 통해 필수 사업비(토지비 포함) 중 일부를 조달하는 등 PF조달 규모를 줄여 비교적 안정적 금융구조를 짤 수 있다.
5300세대에 이르는 대전지역 개발 프로젝트인 도안 2-2지구가 이달 초 7000억원의 본PF 조달을 완료했다. 현대건설의 분양불 공사 조건이어서 분양 매출금(LTV) 대비 PF대출 규모가 20% 이하로 낮아 하나 신한 농협 등 대형은행 3곳이 대주로 참여했다.
시행사 미래도시는 지난 5월 30일 대주단과 홈플러스 중동상동점 주상복합개발 관련 7500억원 한도의 본PF대출 약정을 체결했는데 이 역시 분양불 사업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대주들의 참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받는 분양불 조건 공사를 맡았다. 본PF 조달액이 전체 사업비(LTV) 대비 30%정도로 낮은 이유다.
에쿼티 충분한 오피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가 본PF 조달
올 상반기에는 서울 오피스개발사업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이마트 성수부지(K-프로젝트) 오피스 개발사업의 2조원 본PF금융을 클로징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 사업의 실질 시행 주체인 미래에셋맵스사모부동산펀드66호의 에쿼티 6750억원을 무기삼아 사업 안정성을 높여 PF금융기관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 효제동 오피스개발사업은 지난 11일 3200억원의 선순위 PF대출 약정을 체결했는데 쿠폰 금리 5.19%, 올인 기준(수수료 포함) 5.6%까지 낮췄다. 이는 올해 본PF 조달 사업장 중 가장 낮은 금리 수준으로 꼽힌다. 대주단 관계자는 "LTV 50% 미만의 인기많은 서울지역 오피스 대출인데다 DL이앤씨가 채무를 보증했다"면서 "우량 사업장이라고 판단해 5% 초반 금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에쿼티가 충분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도 대주단의 PF자금을 받았다 ESR켄달스퀘어가 부산 남구에서 도심형 물류센터 개발하는 사업에 교보생명 등 금융권이 이달 초 1600억원의 본PF금융을 제공했다. 켄달스퀘어운용이 전체 사업비의 30~40%를 에쿼티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 관계자는 "사업주인 켄달스퀘어의 물류사업 경험이 풍부한 점. 에쿼티가 많이 투입되는 점, 라스트마일 물류센터의 성장성이 높은 점을 평가해 PF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의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FV는 상반기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센터의 본PF자금을 조달했다. 임차인을 아직 구하지 않았는데도 에쿼티가 사업비의 30~40%에 달해 대출금 모집을 수월하게 끝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발사업의 공사비 등 원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대주단이 준공후 담보대출을 통해 엑시트(자금 상환) 가능하도록 자기자본이 충분한 사업에 금융권 자금이 쏠렸다"고 말했다.
주금공·HUG보증 사업, 본PF 전환 티켓
주금공과 HUG의 PF대출보증이 여전히 본PF 전환을 위한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키움증권은 청주테크노폴리스 A8블록 공동주택 신축공사와 관련, 지난 17일 950억원의 대출을 기표했다. HUG의 PF보증서를 담보로 우리은행(400억원)과 기업은행(550억원)이 대출을 취급했다.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공사비를 분양대금으로 충당하는 분양불 구조여서 토지비와 초기사업비 정도로 PF자금 조달을 최소화했다.
STS개발은 경남 진주 공동주택개발사업(아너스웰가진주)에 1020억원의 HUG 보증을 받아 분양과 착공에 돌입했다. STS개발은 지난달 17일 HUG의 대출보증에다 주관사인 KB증권의 매입보장 조건으로 오는 2028년 10월 만기의 1020억원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STS개발은 HUG의 PF보증부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분양과 착공에 나섰다. 시공은 지역 유명 브랜드인 흥한주택종합건설이 맡았다.
주금공의 보증부 대출에다 부동산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을 혼합한 개발사업도 본PF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 2월 900억원 규모 '강원 강릉 회산동 공동주택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사업은 주금공 보증부 대출과 신탁계정대를 혼합한 금융구조 형태로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 주금공의 90% 보증서를 기반으로 시중은행 자금을 대출받아 토지비와 일부 사업비를 조달했다.
강원 춘천시 동면 만천리 770-6번지 일대 공동주택 개발사업(춘천 만천 2차 공동주택)도 주금공보증과 신탁계정 혼합 방식으로 550억원의 PF를 조달해 지난 4월 말 기표했다. 금융구조를 보면 주금공의 PF대출금 90% 보증으로 선순위(트랜치A) 550억원을 모으고 하나자산신탁의 차입형신탁이 참여했다.
수익형부동산 개발은 구조조정 위기감
아파트 오피스 등의 사업장이나 보증부 딜에 자금이 몰리는 것에 비해 비아파트나 수익형부동산 개발업계는 경공매 등 구조조정 불안감을 겪고 있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상가 등 금융권으로부터 사업성 저하를 의심받는 사업장들이다. 이들 사업장은 필수재인 아파트 수요와 달리 투자성 수요가 유입돼야 흥행하는 건축물이다. 때문에 통상 아파트시장 활황기 때 자금 수요가 유입 이전된다. 따라서 최근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장 크다.
부동산개발협회 이진 실장은 "금융사의 정리대상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물류, 지식산업센터 유형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는 도심주택 공급확대, 비아파트 공급활성화의 속도감있는 추진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어 전국의 균형적인 부동산개발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하반기도 우량 PF딜에 쏠림 심화 전망
하반기에도 우량한 PF 딜 위주로 자금이 몰릴 전망이다. 전국 5000여 PF사업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기준이 강화된 새 사업성 평가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우량 딜에는 자금이 몰려 낮은 금리에 본PF가 조달되고,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와 비주거 개발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