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르네상스 준비하는 상업용부동산시장

시장에는 고유한 리듬이 있다. 겨울잠을 끝낸 곰이 일어나듯, 최근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 데이터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7월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상반기 저점을 통과하며 뚜렷한 회복세다.
지난 7월의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규모 2조 9418억 원. 이 숫자 뒤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읽으려면 시장의 DNA를 이해해야 한다. 전월 대비 12.3% 증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래건수가 18.8% 급증한 점이다. 이는 '물량 기반 회복'이 아닌 '참여자 기반 회복'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가계부채 위기,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며 확인한 진실 역시 같았다. 진정한 회복은 다수의 손이 모일 때 시작된다.
공장·창고 시장은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거래규모는 40% 줄었지만 건수는 23% 늘었다. 언뜻 상반돼 보이지만, 이는 시장 성숙의 신호다. 대형 물류센터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커머스 확산과 맞물려 도심 인접 중소형 풀필먼트 센터, 라스트마일 배송 거점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크지만, 금리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과거 저금리와 양적완화를 거치며 드러난 교훈은 분명하다. 금리는 단지 촉매일 뿐, 진짜 수혜는 ‘미래 가치 창조형’ 자산이 가져간다. ESG, 스마트 빌딩, 복합용도 개발 같은 가치를 담은 자산들이다. 7월 최대 거래건이었던 중구 페럼타워 6451억 원 매각 역시 이 흐름 속에 있다.
시장의 문법도 달라졌다. 예전엔 ‘위치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경험이 전부’다. 오피스는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협업과 소통의 장으로 변하고 있고, 물류센터도 보관 중심을 넘어 유통 중심의 스마트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품고 있었다. 리먼 사태 직후, 팬데믹 초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기존 자산의 리노베이션과 용도 전환을 통한 가치 창출이 특히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회복세지만, 실제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진화’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서 있다.
2026년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르네상스가 될 수 있다. 인구 구조 변화, 기술 확산, ESG 규제 등 거대한 흐름이 맞물리며 시장은 새로운 성장 문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는 선별적 안목이, 개발사에게는 창의적 기획력이, 임차인에게는 미래형 공간 활용법이 요구된다.
진정한 리더는 변화의 파도를 미리 읽고 준비하는 자다. 지금이 바로 그 준비의 시간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거인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