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섹터로 부상하는 '시니어 하우징'
필자는 미국 덴버대에서 부동산금융 및 개발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미국에서 부동산을 공부하고자 했던 동기는 실버타운 개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정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실버타운을 방문하고 헬스케어 리츠를 리서치하며, 그 규모와 운영방식에 놀라움을 느꼈던 때가 2006년입니다. 그러니까 약 20년 전 미국의 실버타운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서 주택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하는 기업 중 하나인 델웹 (Del Webb)이 개발한 실버타운을 방문했습니다. 단독주택 형태로 1000세대가 넘는 규모와 시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리츠 시장에서 헬스케어리츠는 리츠 섹터 중 4번째로 큰 규모로 약 125조원에 달하는 헬스케어 리츠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헬스케어리츠는 시니어 하우징 뿐만 아니라, 노인요양병원, 의료시설, 요양원 및 라이프 사이언스 연구소등의 자산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 헬스케어 리츠 중 웰타워 (Welltower)의 경우 약 1200개의 실버타운 관련 시설을 운영 중이며 시가 총액은 48조에 달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한국은 최초의 한국형 헬스케어 리츠 설립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의료시설을 포함한 리츠는 편입돼 있지 않아 독립된 섹터로 헬스케어 리츠는 아직 없습니다.
한국형 리츠를 살펴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용지에 민간 사업자가 리츠를 설립하고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디벨로퍼인 MDM그룹이 사업자로 선정돼 화성동탄2신도시에 시니어 하우징 및 오피스텔 의료시설등의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도 적은 세대수 규모의 주택 개발에서 대규모 병원 및 레저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결합한 실버타운 개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롯데호텔이 ‘VL르웨스트’를 마곡에 개발하고 있으며, MDM그룹도 경기 의왕시에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한국도 내년이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총 인구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2020년 기준 72조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예정인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건강한 엑티브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실버타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실버타운 의미는 보증금을 내고 임대료와 관리비등 생활비를 100% 부담하는 노인 복지 주택과 유료 양로시설을 실버타운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하우징, 수익형 투자자산 부상 기대
앞으로 다른 상업용 부동산 섹터 대비 낮은 수익률과 운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했던 시니어 하우징 섹터가 최근 높은 수요와 부족한 공급으로 인해 수익형 투자자산으로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액티브 시니어를 타켓으로 하는 실버타운의 수익률이 보장되면서 건설, 호텔, 보험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자본이 활발하게 실버타운 개발 사업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호텔 계열사를 활용해 실버타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보유한 호텔 및 마트 등의 사이트가 미래에 실버타운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프로퍼티를 통해 실버타운 주거사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건설사들도 시니어 하우징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도권에 분양형 실버타운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 건설사들의 활발한 진출도 예상됩니다.
대우건설은 MDM그룹과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공급 예정입니다.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 디앤아이도 내년 4월 중위소득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115세대 규모의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업해 은평구 시니어타운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올해 5월 착공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2월 준공 예정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역세권과 청라 의료복합타운에 시니어 하우징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관련 운영시장도 확장세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부동산 투자 및 개발 시장 뿐만 아니라, 운영을 위한 시장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 병원이나 비영리기업이 실버타운의 주요 운영 주체였다면 최근의 운영 주체는 호텔과 보험사가 신규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운영사로서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 및 신한라이프 등의 대형 보험사가 실버타운 공급 및 운영을 위해 활발하게 투자 부지를 물색 중입니다.
앞으로 실버타운 전문 운영업체와 펀드설립을 통한 자산운용사의 협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원에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KB 골든 라이프 케어와 협업하여 평창동에 첫 실버타운을 오픈했습니다. 이지스 자산운용은 앞으로 서울 시내에 실버타운 2개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요양시설 등의 노하우가 이미 있는 KB 라이프케어가 실버타운 운영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코리빙기업 및 실버 테크기업의 부상
미래에 또다른 투자자로서 확장 가능성 있는 사업자는 공유주거 사업자와 요양케어 서비스 사업자입니다. 20,30 세대를 코리빙 사업자의 타깃 임차인으로 공유주거 사이트를 확장해왔던 코리빙 사업자의 타깃이 50,60세대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공유주거의 기존 임차인이 나이가 들면서 1인주거의 대상자 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표적으로 코리빙 사업과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홈즈컴퍼니는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도 확장 진출하고 있습니다. 홈즈컴퍼니는 영국 ICG와 조성한 펀드를 통해 자산 매입 및 개발을 통해 공유주거 사이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리빙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엠지알브이는 현대건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은평구에 개발중인 진관동 시니어타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로컬 스티치는 엑티브 시니어를 타겟으로 운영하는 시니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개발 및 투자자와 협력하여 실버타운 운영 및 요양 서비스를 도와주는 다양한 실버 산업의 테크기업들도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케어닥, 케어링 등 장기요양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테크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한 시니어 캐어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버타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요양서비스 플렛폼 서비스를 운영하던 케어닥은 배곧신도시점, 송추 포레스트점, 용인 더퍼스트점등의 실버타운을 건립해 시니어 하우징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30개 이상의 지점수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장기요양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케어링은 부동산 개발기업 SDAMC와 대규모 단지형 시니어 하우징 개발 및 운영사업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오피스, 물류, 호텔, 리테일 등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자산 섹터에 시니어 하우징 섹터가 투자가능한 이머징 섹터로 주목받을 것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신규 사업 진출 타깃으로 실버타운을 주목하면서 펀드 및 리츠등의 비히클을 활용한 실버타운 공급 확대가 예상됩니다.
한국은 아직 시니어 하우징 전문 디벨로퍼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시니어 주택만을 개발하고 운영 및 투자하는 전문 디벨로퍼 및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