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시장, DSCR발 하락기 온다?..DSCR이 오피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대형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A본부장은 요즘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공통된 질문을 받는다. 금융시장 불안에도 한국 오피스시장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이유다.
A본부장은 "금리가 급등하며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 영향을 받는데 비해 한국 오피스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데 대해 외국인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오피스도 해외 오피스처럼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인 거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공실률 하락과 임대료 상승 등에 힘입어 국내 오피스시장이 나홀로 가격 유지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서비스 회사 컬리어스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테크기업들의 임차공간 감소, 임차계약 해지 등이 우려됐으나 작년 4분기에도 공실률 하락과 임대가 상승이 지속됐다"면서 "기업들이 임차 면적을 줄이지 않는데다 A급 오피스 공급 물량도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지속되고 가격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록적인 공실률 최저 현상이 오피스시세를 떠받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서울 A급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2.2%로 전 분기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1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까지 공실률 최저와 탄탄한 임차수요가 한국 오피스 가격을 지탱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대출금융기관의 깐깐해진 DSCR(Debt Service Coverage Ratin, 부채상환비율) 심사 잣대로 인해 매도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출기관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주로 평가해 오피스 대출금액을 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리금 상환 안정성을 따지는 DSCR 기준 1.2배가 넘는지 허들을 정해 이에 해당하는 만큼 대출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수협은행은 올해부터 부동산펀드·리츠에 대한 건물담보대출 심사 기준이 DSCR 1.5배 이상이다. DSCR은 건물이 대출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지난 3일 만기 도래한 분당스퀘어 담보대출(1180억원)을 7%대에 리파이낸싱한 NH올원리츠 관계자는 "대출 은행들이 DSCR 최소 1배 이상이 되는지를 가장 먼저 심사했다"면서 "지금은 LTV 비율보다 원리금 상환 안정성을 따지는 DSCR을 대출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피스 담보대출금리가 평균 7%대를 넘나들면서 앞으로 리파이낸싱이 도래한 상당수 오피스빌딩부터 DSCR 심사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파이낸싱 주기인 3,4년 동안 금리가 급등한 것에 비해 임대료가 오르지 않아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년 전 2.8%로 대출 받아 리파이낸싱 때 7% 금리를 내면 2.7배 오른 것인데 임대료는 그렇게 확 오르지 않았다"면서 "DSCR 1.2배를 유지하려면 1000억 대출이 800억~9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출금이 줄어들었음에도 건물 보유를 유지하려면 대출 부족분 만큼 에쿼티(자기자본)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유상증자를 포함해 건물 에쿼티를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자본금을 늘리지 못하는 펀드· 리츠를 중심으로 오피스 매각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꺼번에 많은 오피스가 매물로 나올 경우 수급불균형에 따라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자산운용사 A본부장은 "올해는 건물주가 금리 급등 영향을 버틸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분수령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리파이낸싱 구간에 걸린 빌딩 가운데 리파이낸싱에 실패한 물건부터 매물로 나오면서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DSCR발 충격으로 인해 올해 오피스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은 최근 기관투자자·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센터가 공동으로 투자사 및 운용사 관련 부서 담당자 9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 가격이 0~5%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이는 상승 또는 하락 의견이 각각 26%로 대등했던 지난해 하반기의 결과와 사뭇 다른 결과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젠스타메이트 측은 "오피스 시장의 후퇴기 예측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증가했으며, 침체기를 전망하는 응답이 30%로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