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이해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차등 요금제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발전소는 적으면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 전기요금은 오르고 부산 울산 충남 등 발전소가 집중된 지역의 요금은 내려갈 전망입니다. 시행을 위해 우선 발전사들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도매가격(SMP)을 지역별로 다르게 정하게 됩니다. 도매가격이 달라지면 이후 소매요금을 단계적으로 차등화할 예정입니다.
지역에 따라 전기료가 달라지면 전기 소비가 많은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발전소가 있는 지방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를 地産地消(지산지소), 지역에서 생산해서 지역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합니다. 이 경우 장거리 송전망 건설의 필요성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수요 및 발전량, 즉 전력자급률을 보여줍니다. 경북(216%), 충남(214%), 강원(213%), 부산(174%) 등은 소비 전력의 2배 안팎까지 전기를 생산해 높은 자급률을 보여 줍니다. 반면 수도권은 자급률이 낮습니다.
지역별 도매요금 설계 방향은
지역별로 가격을 달리 정한다는 것은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이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제약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만일 이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만 나눌 경우 편리성은 있으나 최종 차등 소매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으로만 지역을 나누면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킵니다. 부산·울산·경남·강원처럼 원전과 석탄화력이 많아 전력 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혜택은 미미한 반면 충북·광주·대전·대구·전북처럼 자급률이 20%를 밑도는 곳은 불이익 대신 되레 인센티브를 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도권·비수도권을 넘어서 ‘모선별 시장가격(Nodal Pricing)’ 형태까지 발전해야만 소매 전기요금에 차등을 둘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됩니다.
이번 기고에선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위해 정부 연구소에서 논의하는 결과물을 미리 읽고 이해하기 위해 주요 등장 개념과 그로 인해 어떻게 요금이 정해지는지를 쉽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자주 등장하는 지역별 시장가격(Zonal Pricing)과 모선별 시장가격(Nodal Pricing)에 대한 개념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시장가격을 “단일 시장가격”이라 부릅니다. 송전의 혼잡 발생 시 비혼잡지역(수도권)의 고비용 발전기 가동 및 SMP를 결정하고 해당 SMP를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를 정산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가격제도가 들어오면 송전혼잡 발생 시 혼잡지역/비혼잡지역으로 가격이 분리되고, 발전기는 해당지역 시장가격으로 정산하게 됩니다.
여기서 지역을 더욱 세분화해(이를 Node 즉 모선으로 칭함) 모든 송전제약을 고려하는 것을 모선별 시장가격이라 합니다. PJM 등 미국 전력시장에서 적용하는 모선가격제는 선로들이 만나는 접점이 되는 모선(Node)을 기준으로 도매전력 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세부적인 지역별 송전혼잡 등을 전력도매시장 가격에 반영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Zonal Pricing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나눌 수 있고, Nodal Pricing을 전국 모든 변전소기준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Zonal 기준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제도 도입이 상대적으로 편리합니다. Nodal 기준은 송전망의 혼잡과 손실에 대해 정확히 반영하여 가장 이론적으로 지역별 가격신호를 제공하게 됩니다. 반면 계산이 복잡하고 가격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역과 노드를 감안한 도매전력요금 결정 방법
도매전력요금 결정 요소는 국가마다 지역마다 상이합니다. 다음은 가장 이론적으로 송전 혼잡비용과 송배전손실을 모두 감안하는 도매전력요금 제도의 구성항목을 설명하고자 하고자 합니다.
도매전력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에너지 가격(System Energy Price), 송전 혼잡 비용(Transmission Congestion Cost), 한계손실 비용(Cost of Marginal Losses)의 3가지 독립적인 요소를 통해 지역별, 시간대별로 산출합니다.
'시스템 에너지 가격'은 송전혼잡과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적 급전을 가정하여 앞서 설명한 Dispatch curve에 의해 결정된 가격을 의미합니다. 송전혼잡이나 손실이 없다면 시장내 모든 지역의 도매전력가격은 동일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점의 가격이 모든 시장 발전기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송전 혼잡 비용'은 시장을 송전여건에 따라 구분할 경우 송전혼잡에 따라 가격이 달리 정해집니다. 즉, 송전혼잡 발생 시 혼잡지역/비혼잡지역으로 가격이 분리되고, 발전기는 해당지역 시장가격으로 정산합니다. 이를 Zonal Price라고 합니다.
사례 그림을 보면, 시장은 West Zone과 East Zone의 2개 zone만 있고, 발전소는 총 6개 총 용량은 500MW이고, 해당 시간 전력수요는 West Zone 40MW, East Zone 270MW의 합인 310MW입니다.
그렇다면 급전순위에 의해 연료비가 40달러로 가장 낮은 Gen#3부터 발전을 시작하여 Gen#3(100MW) » Gen#5(50MW) » Gen#2(100MW) » Gen#1(60MW) 순으로 발전하여 전체 310MW 수요를 충당합니다, 이때 도매전력가격은 한계발전기인 Gen#1의 연료비 55달러로 결정되며 West Zone과 East Zone 모두 55달러가 됩니다.
그러나 Zone West에서 Zone East로 전력이 송전하는데 150MW로 제약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실제 West zone은 Gen#3(100MW)를 생산해서 우선 West Zone 수요 40MW에 송전하고, 남은 60MW와 제약송전량 150MW의 차이 90MW를 Gen#2에서 90MW를 생산해서 총 150MW를 East Zone에 보내게 됩니다.
East Zone에서는 West Zone에서 보내온 150MW와 지역수요 270MW와의 차이인 120MW를 Gen#5(50MW) » Gen#6(50MW) » Gen#4(20MW) 순으로 급전을 받아 생산합니다. 그렇게 되면 West Zone 도매전력가격은 Gen#2가 결정한 50달러가 되고, East Zone 도매전력가격은 Gen#4가 결정한 $75가 됩니다. Zonal price가 제약송전량에 따라 달리 결정됩니다. 가격의 차이는 곧 송전 혼잡 비용(Transmission congestion cost)을 의미합니다.
'한계 손실 비용'은 Zone내에서 하나의 발전기가 수요지역까지 생산된 전기를 배달하는 데 배달도중에 발생하는 손실량 즉 송전손실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수요지와 멀면 1보다 작게, 가까우면 1보다 큰 송전손실계수를 반영해서 가격을 달리 정합니다. 이렇게 Zone내에서도 Node별 손실을 감안해서 결정된 가격을 Nodal Price라 합니다.
위 그림을 들면 100MW를 배달하기 위해 송전손실인 2MW를 감안한 102MW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100MW를 생산해서 배달하면 98MW가 도착해서 추가로 2MW를 더 급전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함을 의미합니다.
마치며
민간 발전기관에서는 지역별 가격제가 도매시장 요금만 건드리는 반쪽짜리가 될 것을 우려합니다. 결국 비수도권 발전기 가격을 낮춰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는 중앙급전 발전기 대부분이 손실을 보전받는 발전자회사 소유다 보니 5%에 해당되는 비수도권 민간발전소만 손해를 본다는 염려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송전망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급률이 높아 수요 대비 발전량이 많은 곳으로 전력 다소비 시설이 이동해야 합니다. 이 때 가장 큰 이동 유인은 저렴한 소매전력요금이 될 것입니다. 도매 차등에서 소매 차등까지 요금제가 질서있게 도입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