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늘어난 BTL시장, 신규 펀드 모집은 `난항'..투자자 유치책 시급
임대형 민자사업(BTL)업계가 늘어난 고시물량에 비해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고금리 환경에서 BTL은 수익률이 낮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5년 변동금리로 애매해 장기 투자자인 보험사들이 호응도가 싸늘하다. 이에 금융기관 외에 개인투자자를 유치할 BTL리츠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가 신규 BTL펀드를 설정하려 해도 기관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작년까지 나온 BTL물량은 그동안 설정된 블라인드펀드로 투자 소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신규 펀드 설정이 어려워 앞으로 제안되는 BTL사업들의 펀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BTL펀드에 자금을 대던 보험사들이 BTL사업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은 보험권의 자금여력이 줄었거니와 그나마 자금도 고금리 안정적 채권 중심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BTL사업은 민간자금으로 공공시설을 건설한 뒤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하고, 정부가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여서 과거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나 만기구조 모두 투자하기 애매한 상품이 돼버렸다. BTL 수익률은 5년 국고채 금리에다 플러스 1% 내외의 가산금리를 얹어 계산된다.
지난 2일 기준 5년 변동 국고채 금리 3.17%에다 1%를 더하면 4.17% 정도다. 더욱이 보험사의 장기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5년 변동 금리가 아닌 20년 고정금리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험업계는 지적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불확실한 금융시장을 고려해 지금은 채권 빨리 사고 팔고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면서 " BTL사업에 투자하면 자금이 20년 묶이면서 듀레이션은 5년이어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금이 풍부한 시기에는 현 BTL시장에 맞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금리 변동을 보험사의 20년 듀레이션에 맞추는 등 BTL시장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금이 모이지 않는 데 비해 BTL물량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2010년 이후 급감하던 BTL시장은 지난 2021년부터 2조원대로 회복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스마트스쿨이 BTL방식으로 추진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BTL민간제안사업이 활성화된 점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올해에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과 국립대 생활관 및 시설개선 중심으로 BTL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BTL물량에 민간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급하다는 게 금융권의 목소리다. 업계는 탄력적 시장 대응을 위해 임대료 산정방식이나 금리 조건에 민간의 자율성을 좀 더 부여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이 계속 변화하는데 비해 BTL조건은 변하지 않아 제때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자금공급 대안의 물꼬를 트기 위해 상장 리츠 방식의 투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리츠방식을 활용해 BTL물량에 투자하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다.
여기에다 BTL리츠를 상장하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어 유동성도 높일 수 있다. 인프라금융계 관계자는 "리츠가 인프라자산을 담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주면 BTL시장의 자금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