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롯데건설처럼" 한국투자증권-태영건설, 2800억 규모 PF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
태영건설이 보증한 PF사업장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태영건설이 2800억원 규모의 대출형 펀드를 공동 조성한다. 연초 롯데건설과 메리츠증권이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형 펀드를 만들어 롯데건설의 단가자금 경색을 푼 것처럼 한국투자증권이 태영건설과 힘을 합쳐 태영건설 PF사업장의 재무 위기 타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유동화증권의 차환 자금 조달을 위해 2800억원의 펀드(프로젝트타와이)를 이날 조성했다. 태영건설은 이 중 800억원을 직접 대여하며 2000억원에 대해서는 담보를 제공한다. 담보 제공 자산은 경북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 산 33-16번지 일대 루나엑스 골프장(CC)이다. 태영건설의 담보를 토대로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투자한다. 2000억원의 실질 채권자는 한국증권금융과 프로젝트티와이제이차다.
2800억원의 펀드자금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사업장의 자산유동화증권 차환 대출금을 매입하는데 쓰인다. 구체적으로 ✅ 천안제6산단(주) 55억원 ✅ (주)인제스피디움 250억원 ✅ 네오시티(주) 650억원 ✅(주)태영디앤아이 140억원 ✅ (주)에코시티 564억원을 매입한다.
이 같은 보증 PF차환 자금 조달은 지난 1월 10일 메리츠증권과 롯데건설의 맺은 협약과 비슷한 투자 방식이다.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의 고금리로 차환 발행되는 태영건설 보증 PF ABCP를 장기간 보유가 가능한 기금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태영건설의 신용 우려를 해소하고 금리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태영건설의 기업어음(CP)등급은 A2급으로 여전히 두자릿수 내외의 이자율을 부담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에도 해외 사모펀드(PEF)인 KKR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모회사를 거쳐 차입했다.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발행한 4000억원 사모 회사채를 KKR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TY홀딩스는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담보 조건부로 대여했다. 대여금리는 연 13%다.
태영건설은 과중한 PF 지급보증과 재무 불확실성,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사업 변동성과 수익성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말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의 PF 지급보증은 2020년 말 2조1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3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다른 건설사 대비 미착공 사업장 및 비주거용 건물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태영건설이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잡는 것은 태영건설의 주요 사업장의 자금 주선을 한국투자증권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가 대형 시공사와 거래하는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중견건설사와의 PF 거래가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