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인프라, GTX B노선 투자 안한다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자업계 큰손인 맥쿼리인프라의 참여 불발로 GTX B노선 PF 자금 조달이 새로운 기로에 섰다.
1일 민자업계에 따르면,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은 최근 GTX B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사업주인 대우건설컨소시엄 측에 전달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부터 GTX B 사업의 후순위와 지분에 투자하는 방안을 장기간 검토해왔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민자 철도사업 수요 예측의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참여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맥쿼리운용 측은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자사업의 터줏대감이자 금융 해결사 역할을 해온 맥쿼리인프라가 손을 떼면서, 잠재적 참여를 검토하던 다른 금융기관들의 동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인프라가 참여해야 사업구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국내 민자사업 풍토에서, 이번 철회는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TX B노선 금융주간사인 신한은행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여러 대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올 초 설립한 출자전용 특별인프라펀드를 포함해 공적 자금 확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자산운용이 당초 계획 대비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그룹은 ESG 차원에서 청정 대중교통수단인 철도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맥쿼리인프라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기관이 참여를 제안했다는 얘기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컨소시엄은 건설 출자자 자본을 선투입해 이미 B노선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오는 2030년 적기 개통을 위해선 선착공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본PF 자금 조달이 지연되면 공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B노선의 자금 모집 규모는 3조3000억원이다. 선순위 직접 대출은 2조4000억원(1조원 고정금리 및 1조4000억원 변동금리), 펀드에 담을 후순위와 FI 지분투자를 합한 금액이 9000억원이다. 후순위 수익률은 연 12%, 지분과 합친 펀드 통합 수익률은 9%대다.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선순위 대출금리는 5%대이며, 대출 만기는 40년이다. 목표액에 비해 참여기관이 부족할 경우, 주관사인 신한금융이 잔여금액을 인수할 예정이다.
GTX B 사업은 지난해 파이낸싱을 시작했지만, 자본금과 후순위를 투자하는 재무투자자(FI)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업비 증가와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가중치(RWA) 증가로 민자시장에 참여하는 FI들이 줄었고, 이로 인해 GTX와 같은 대형 투자사업의 자금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민자업계는 실시협약 협상 시점과 실제 파이낸싱 시점 사이의 긴 시차로 인해 금융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원인을 분석한다. 실시협약 이전에는 저금리와 금융권의 민자사업 참여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지금의 금리 환경 아래에선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GTX B 사업은 인천 연수구에서 경기 남양주시 구간에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하는 총사업비 4조2894억원(불변기준)의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 사업이다. 사업이 준공되면 인천대입구에서 서울역까지의 소요시간은 80분 이상에서 30분으로, 남양주 마석에서 청량리까지는 45분 이상에서 23분으로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