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6000억 인니 신수도 공무원주택 건설사업 '물거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000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신수도 공무원주택 건설 사업을 제안해놓고도 건설컨소시엄을 꾸리지 못해 놓치고 말았다. 건설사가 참여를 원하면 투자약정서를 내야 하는 등 공모 요건이 까다로웠던 탓에 이번 수주 실패는 LH가 일정 부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에 지난 17일 마감일까지 공무원주택 시범단지 사업 관련 최종 제안서를 내는데 실패했다. 앞서 우리 정부와 LH는 인니 신수도 사업에 참여한다는 의지 아래 지난해 4월 27일 이 사업을 민자 방식으로 제안해 참여 의향서(LOI)를 인니 정부에 제출했다. 인니 정부는 작년 10월 17일 LH에 '협상개시 승인서(Letter to Proceed)'를 발급했다. 이 개시 승인서를 받으면 6개월 이내인 올해 4월 17일까지 컨소시엄 구성 등 보완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LH는 건설사(CI)와 사업 참여 컨소시엄을 꾸리기 위해 공모와 재공모를 거쳤지만 건설사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업 참여 건설사들은 자본금 출자와 단지 건설공사를 겸하게 된다.
LH 측은 기한 내 제출 실패에 대해 공사 기간이 촉박한 탓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저조했고 그 결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니 정부는 사업자 선정을 거쳐 연내 착공 및 내년 8월 사업 준공을 희망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임기인 조코위 인니 대통령이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공모 요건상 컨소시엄 선정 이후 LH와 공동참여 협약 및 투자약정을 체결해야 해 부담이 컸다며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투자를 약정하게 돼 있어 거의 투자 심의에 준하는 사내 내부절차를 거쳐야 응모를 할수 있었다"면서 "당연히 아무도 내지 못했고 이는 일정부분 LH가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한 내 제안서를 내기만 하면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권을 딸 수 있었음에도 LH의 전반적 준비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니 신수도 공무원주택 시범단지 사업은 칼리만탄주 신수도 예정지 내 정부핵심구역 중심부에 9만2000평규모 110세대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운영기간 투자금을 회수하는 AP(어베일어빌리티 페이펀트) 방식 민자사업이다. 공사기간 2년, 운영기간 18년 등 사업기간은 20년이다. 총 추정 사업비는 6055억원(건설 4970억원 포함)이다.
LH 측는 일단 인니 정부에 제안서 제출기한 및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인니 정부 측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용역 비용을 들여 시범단지의 아이디어를 주고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어서 인니 정부의 어떤 결정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인니 정부는 더 이상 LH와 단독 진행을 하지 않고 공개 경쟁입찰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니 정부는 시범단지 내 다른 부지를 놓고 중국 업체들과 협상개시 승인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시범단지 사업 수주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우리 정부와 업계의 인니 신수도 사업 협력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니 정부와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한국기업과의 제안형 사업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인니 신수도사업 관련 한 전문가는 "앞으로 주택은 물론 청사, 발전소, 도로, 교통시스템 등 민자 제안형 사업이 많이 나올 예정"이라며 "이번 시범단지에 신경쓰지 말고 민간 건설업계가 계속 민자 사업 제안을 내는 등 인니 신수도 사업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