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부동산개발사업 사고율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국내 주택가격은 통계가 확인되는 1986년 이후 크게 세 차례(1987년 ~1991년, 2001년 ~2008년, 2014년~2022년)에 걸쳐 이전 가격 수준을 현저히 뛰어넘는 대세 상승기를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택금융은 1998년을 기점으로 PF 방식의 공급자 금융과 주택 모기지라는 소비자 금융이 출현하면서 현재의 틀이 형성되었습니다. 여기에 2013년 도입된 전세금융(보증·대출)도 현재의 주택금융 시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한편, 건설투자와 생산지표를 바탕으로 살펴본 2000년 이후 건설부동산 경기사이클(불황-회복-호황-후퇴)은 <그림1>과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2000년 이후 건설부동산 경기는 세 차례의 순환(저점-저점)을 거쳤고, 현재는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제4순환의 불황 국면에 진입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전 10년간(2015~2024) 부동산개발사업의 이행보증 사고율을 통해 개발사업이 경기순환 주기별로 어떤 특성을 보였는지 확인하고, 경기순응과 경기대응의 관점에서 현시점에 필요한 개발사업 금융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이 기간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시기가 1) 저축은행 사태 이후 다수 건설사의 도산을 지나 주택경기가 회복되며 대세 상승세를 보였던 시기(2015 ~2021년), 2) PF 부실 위험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며 침체가 심화된 시기(2021 ~2024년)를 포괄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PF 기반의 부동산 개발사업이 이 기간 동안 국내 신규 주택시장의 주요 공급 방식으로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특성1: 사업 실패 가능성, 공공사업·일반민간사업에 비해 5~7배 높아
이행(계약)보증이란, 발주자(도급인)와 시공자(수급인) 간 공사 계약에서 시공자의 계약 이행 의무를 보증인이 대신 보증하는 것입니다. 시공자(주채무자)가 약정 기한 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증인은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게 됩니다. 이 보증금 지급은 대부분 시공자의 부실로 인해 발생하므로, 해당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보증금액 대비 실제 지급된 보증금의 비율을 ‘보증사고율’이라 합니다.
<표1>은 지난 10년간 건설공제조합에서 발급한 계약보증 51만여 건을 공공사업, 일반민간사업, 부동산개발사업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증사고율을 산출한 결과입니다.

부동산개발사업은 전체 건수 기준으로는 0.55%에 불과하지만, 보증금액 기준으로는 14.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개발사업의 단위 사업당 금액이 공공사업이나 일반민간사업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분석기간 동안 부동산개발사업의 평균 사고율(2.38%)은 공공사업과 일반민간사업에 비해 약 5~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복합적 구조와 네트워크 특성을 지닌 개발사업의 본질, 그리고 미래 분양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사고율 증가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시사합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특성2: 사업 부실은 경기 정점 이후 후퇴기에 급증
이제 이 사고율이 경기순환 주기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2~3>은 각 사업 유형별 보증사고율을 경기순환 주기 및 경기국면별로 산출한 것입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사고율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 후퇴기로 접어들면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 경기국면별로는 회복기와 호황기를 포함한 ‘상승국면’의 사고율이 하강국면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호경기(호황+후퇴)와 불경기(불황+회복)를 비교했을 때도, 호경기의 사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경제이론과는 다소 다른 결과로 보일 수 있으나, 회복기와 후퇴기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집중되면서 사고가 증가한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특성3: 경기 회복기, 사람들은 이미 밝은 미래를 예정하고 행동
<그림4~5>는 경기순환 주기와 경기국면별로 각 사업 유형의 계약액(수주액) 추이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그림4>를 보면, 경기 회복기에 부동산개발사업의 계약 물량이 여타 주기보다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일 때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강해짐을 의미합니다.
또한 <그림5>에서는 경기 상승국면의 계약 비중이 하강국면보다 약 20%P 이상 높게 나타났고, 불경기 내에서도 회복기의 영향으로 계약 비중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기순응(Procyclical)과 경기대응(Countercyclical)?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들의 행동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회복기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가 꺾이면 리스크가 표면화됩니다. 그렇다면 불황의 터널 속에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특히 금융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지점에서 선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경기에 따라 위험을 회피하고 금융공급을 줄이는 ‘경기순응적 행동’, 다른 하나는 불황 속에서도 선제적으로 위험을 인수하며 대응하는 ‘경기대응적 행동’입니다.
경기순응적 태도는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위험 선호로 급선회하며, <그림4>에서 보았듯 회복기에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는 결국 경기순환의 진폭, 즉 변동성을 더욱 키우게 됩니다.
반면, 경기 대응적 행동은 불황기에도 전략적으로 위험을 인수하고 금융을 공급함으로써, 경기 회복기와 상승기의 변동 폭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종종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군집성을 보입니다. 모두가 강남에 갈 때 비를 맞더라도 따라가고 싶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소신이 오히려 비를 피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개발사업도 이러한 군집 행동을 반복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경기 회복기에도 리스크를 선별하고 심사를 강화해야 하며, 경기 후퇴기에도 필요한 금융은 집중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필자 김갑진 박사의 연구(현재 미발표)중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연구자 소속기관과는 무관한 연구자 개인의 견해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