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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융과 전세시장의 왜곡

김갑진
- 10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가 ‘53주째’ 오르고 있습니다. 전세가 상승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규주택 공급이 예년 평균을 밑도는 가운데 전세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다시 매매수요를 자극해 매매가 상승(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신규주택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차분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전세가 상승과 임대시장의 왜곡에 대해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을 보다 정확히 보기 위해 통계를 확인해 보시지요.  올해 5월 현재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87.9. 21.6월=100기준)와 중위가격(4.69억원)모두 23년 5월 이후 오름세 입니다.(한국부동산원 월간동향)

그런데 이들 통계를 조금 더 길게 보면 이 지표의 전 고점은 2022년 1월로 각 103.5와 5.6억원 입니다. 쉽게 말해 최근 서울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약 2년반 전인 22년 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15% 이상 하락한 상태인 것입니다.

‘53주째 오른다’는 표현은 22년 1월부터 23년 6월 사이 하락에 대해선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오름세로 전환한 지난 1년간의 전세물량 중 갱신계약은 대체로 21년 이후의 신규계약 건들입니다.

당시 전세가격은 지수나 중위가격 모두 현재의 전세가격보다 높았습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여력이 있는 임대인이라면 낮아진 임대보증금을 감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임대인은 보증금반환(계약갱신)을 위해 당시 보증금 중 현시세를 초과한 부분만큼 자기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행사된 계약갱신청구권에 의한 갱신은 현재보다도 시세가 낮거나 높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택가격이 하락해 추가대출이 안되거나 이른바 역전세를 맞아 자기자금을 추가하기 곤란한 임대인들이 잠적하는 행위도 엄연한 전세사기 유형 중 하나입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보증금 횡령을 의도한 것과 관계없이 만기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급증해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입니다.

2020년을 전후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 전세사기는 주택가격의 급등락을 맞아 조직화, 대형화 양상을 띱니다. 가격 급등기에 충만했던 임대사업 유인은 급락기에 LTV 100%를 넘어서는 깡통전세로 돌아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빌라, 다세대, 다가구 등 비아파트가 전세사기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큰 비아파트는 전세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아파트로 전세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전세가는 오르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의 전월세 거래 통계를 보면 아파트의 경우 전세거래가 56.4%로 전년(56.6%)과 유사한 반면 빌라의 경우 43.3%로 전년(46.7%)에 비해 3.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서울의 전체주택 중 아파트 비중이 43.5%로 다른 시도(전국평균 51.9%)에 비해 낮은 점은 이같은 상황에서 아파트 희소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합니다. 전세가를 높이는 이유가 되기 쉽습니다.

전세제도는 주택 실수요를 전제하고 특히 대체적으로 주거약자의 주거를 담당하던 한 축이었습니다. 그런 전세제도가 그간 주요 대상물건이던 비아파트를 회피하고 아파트에만 몰린다는 것은 전세를 포함한 임대차시장의 뒤틀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세대출은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이었나? 신념과 책임 사이 그 무엇

잠시 주택관련 대출의 역사를 되돌아 볼까요. IMF외환위기 이후 ‘모기지대출’ 이라는 상품을 은행권에서 취급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개인이 은행 돈 빌려 집 사는 시대가 오는구나’ 했었지요. 과연 그런 시대는 왔고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은 어디까지나 ‘주택 매입’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전세에는 해당되는 대출이 아니었지요. 전세대출은 매매 대출이 일반화되고도 한참 지난 2013년 4월 1일 서민주거안정화대책을 통해 본격화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 주택금융공사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만들어 은행의 전세대출을 유도했습니다.

전세금융은 수도권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자 청년, 신혼부부 등 새롭게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들을 위한 주거정책으로 목돈 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실제 전세 금융지원 체계가 확립된 2013년 이후 전세대출은 연평균 약 30조원 이상의 공급실적을 보였고 최근 5년만 해도 약 286.6조원이 공급됐습니다. 최근 5년 공급액을 지역, 주택유형, 차주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226.3조원;78.9%), 아파트(178.5조원;62.2%), 20~30대(185.7조원;647%)입니다. (경실련 전세관련 실태분석) 가히 수도권의 2030세대를 위한 정책 목적이 잘 작동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간 전세금융 도입으로 전세를 얻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음에도  전체 가구의 전세 점유율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 가구는 물론 수도권만 보더라도 2010년 29.4%이었던 전세 비중은 2019년 21.5%로 약 8%P 줄어들었습니다.(주거실태조사)

줄어든 전세는 보증부월세 등 월세로 전환되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전세금융 도입 이후 전세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고 월세 비중이 다소 늘어나는 현상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종합하면 전세대출은 주거약자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선의에서 출발했으나, 주거형태로서 전세의 비중을 낮췄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기댄 전세사기의 여파로 전세보증금 채권확보가 불투명한 저가주택의 전세회피 현상이 심화되어 아파트 전세가를 밀어올리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막스베버는 “선한 의지가 항상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가 아니라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세대출은 주택시장에 선한 결과를 만들었을까요? 전세대출이 보장된 물건에 최소한의 자기자본으로 갭투자를 통한 투기수요 자극과 매매가 상승은 지난 대세 상승기의 주요 특징이었습니다.

또 전세보증금 반환이 국가로부터 보증되면서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전세사기가 속출하고 이제 일상적으로 이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차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 찾아야

전세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주거비용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금융을 통한 자가 마련의 징검다리로서 역할은 현재와 같이 이용 태도, 시장상황에 따라 약화 또는 악용될 수 있다해도 주거비용이 월세나 자가에 비해 저렴하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 의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는 입장도 있겠으나, 전통적으로 확립된 전세제도의 효용을 애써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주거약자를 위한 전세물건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대안으로 LH나 HUG 외에 준공공형 전세임대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택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한 전세임대리츠 도입, 공제기금 등 시중 유동성을 활용한 기업형 전세임대사업 육성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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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전세금융

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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