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공사비 인상 겹쳐...신규 민자시장 ‘셧다운’

올 들어 신규 민간투자사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등 정권 교체기를 맞아 국토교통부 등 주무관청의 사업 추진 의지가 느슨해진 데다, 건설사들의 잇따른 공사비 인상 요구가 겹치면서다. 정책 불확실성과 원가 리스크가 동시에 떠오르며 신규 민자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23일 민자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주무관청인 도로 및 철도 민자사업이 다수 정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호건설이 제안한 시흥평택 고속도로(제2서해안 고속도로) 확장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를 2020년 말 통과했지만, 여전히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투심을 통과해야 제3자 제안 공고가 가능해지는데, 이마저도 수면 아래에서 멈춰 있다. 평택시흥 구간은 현재 4차선으로 운영되며 상습 정체가 발생하는 곳으로, 이를 6~8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성남~서초 고속도로 민자사업도 마찬가지다. 효성중공업 컨소시엄(가칭 경부지선고속도로)이 지난 2016년 제안한 사업으로, 강남순환로와 경부고속도로 단절 구간(양재대로 선암양재, 1.8km)을 직접 연결해 교통 병목을 해소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 역시 민투심 상정이 번번이 미뤄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철도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위례과천 광역철도’ 사업은 지난해 11월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제3자 제안 공고 등 후속 절차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위례과천선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송파 법조타운, 위례신도시, 강남 압구정까지 총 연장 28.25km를 잇는 노선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는 공무원들이 민자사업 같은 장기 이슈를 결정하는 데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의 민자사업 방향성이 정립돼야 멈춘 사업들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이 민자사업 초기 단계의 발목을 잡았다면, 파이낸싱 단계에서는 공사비 이슈가 걸림돌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등 굵직한 철도 프로젝트는 시공 컨소시엄과의 공사비 인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금융조달이 미뤄지고 있다.
시중은행 PF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요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융약정을 진행할 수 없다”며 “현재는 일부 딜 관련 다른 작업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반기 중 금융약정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신규 사업은 이수~과천 복합터널 등 소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딜이 끊기자 민자금융권은 기존 사업 리파이낸싱 등으로 목표실적을 채우고 있다. 국민은행과 산업은행이 주관하는 서울~광명고속도로 리파이낸싱이 대표적이다. 5월 약정, 6월 자금 인출을 목표로 작업에 들어갔다.
한 민자업계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 모두 ‘눈치 보기’ 국면이라 실무진들도 손을 놓은 상태"라며 "하반기 정책 방향이 나오기 전까진 신규 딜 진행이나 금융약정이 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