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000억·캐피탈 4000억..2금융권 배드뱅크 5000억 규모
저축은행 10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 형태 PF정상화뱅크(배드뱅크)를 조성한다. 7개 캐피탈사의 4000억원을 합치면 2금융권이 자체 조성하는 배드뱅크는 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10곳은 10월 중 1000억원 규모의 PF지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 자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재매각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 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대금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 대출로 통상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아 제2금융권이 주로 취급한다.
앞서 7개 캐피탈사와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6일 PF배드뱅크 출자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B 신한 하나 메리츠 BNK 등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들이 참여했다.
각사가 출자해 총 출자금 모집은 1600억원을 예상한다. 여기에다 은행 선순위 대출 레버리지를 일으켜 4000억원 규모로 배드뱅크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고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데다 중소 건설사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PF사업장 동반 부실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자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이 PF부실 채권을 신속히 인수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이다.
대규모 펀드 조성 배경과 관련,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은 선순위이거나 시공사가 양호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사업에 참여했지만 2금융권은 후순위와 브릿지론처럼 고위험 고수익 물량 위주로 소화해 부실 우려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9월 들어 신규 PF딜이 뚝 끊기는 등 PF시장에 먹구름이 또 다시 드리우고 있다. 책임준공 확약발 중소 건설사 부도 우려로 본 PF금리는 두자릿수를 호가하고 있지만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11년에도 PF정상화뱅크가 가동된 바 있다. 정상화가 가능한 PF사업장에 대한 채무재조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신규자금 투입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서다. 캐피탈사들은 PF뱅크를 설립해 자체 보유한 부실 우려 브릿지론을 우선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사업장별 대주단이 협력해 만기 연장 뿐 아니라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나 대주단들이 어려움을 표하며 자금 투입을 꺼리고 있다"면서 "배드뱅크를 통해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큰 사업장에 대한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