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亞 상업용 부동산⑥규칙 위에 선 도시 '타이베이', 침묵의 도시

한국의 프롭테크 기업 '스퀘어'의 전략이사 R은 타이베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다. 금융 규제 강화와 거래량 감소, 산업용 부동산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시장 상황 속에서, R은 현지 실무자 린 야팅과 함께 도시의 진정한 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늘은 서울보다 맑았다. 햇살은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어 반짝였고, 바람은 묵직하게 귓가를 스쳤다. 시내로 향하는 공항 택시 창밖으로, 낮은 건물들이 겸손하게 줄지어 흘러갔다. 신호등의 침묵은 어떤 도시보다 깊었다. 화려함보다 질서가, 소음보다 여백이 도시를 감쌌다.

"환영합니다. 저에게 질문을 아끼지 마세요. 여기선 소통이 신뢰의 첫걸음이니까요." 린 야팅은 자신감 있게 손을 내밀었다.

검은 슬랙스에 베이지 셔츠, 단정한 포니테일. 그녀의 명료한 목소리는 공기를 가르며 R의 귀에 닿았다. 단단한 눈빛 속에는 예의와 경계가 공존했다.

"물론입니다. 요즘 타이완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타이베이 현장의 이해가 필요하죠. 특히 산업용 부동산 수요 증가가 인상적입니다." R의 말에 린은 짧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얇은 벽이 있었다. 이메일 속 간결한 문장과는 달리, 그녀는 이 도시처럼 다층적이고 쉽게 읽히지 않았다. R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산업용 부동산은 강력한 수출 수요와 현지 기업들의 확장 계획으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요. 특히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 모든 걸 이해하려면 시장 감각이 필요합니다." 린도 완전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R은 현지 시장의 섬세한 결을 파악하지 못한 채 차가운 데이터만 앞세우는 이방인이었다. 적어도 아직은.

Fubon A25 타워. 유리와 강철이 압도적인 균형을 이룬 건물. 지하 4층, 지상 54층. 도심 재개발의 상징이자, 스퀘어의 R이 전략 지역으로 지정한 이번 출장의 핵심이었다.

"지금 타이베이는 노후 건물 리모델링과 도심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어요. 이 A25 타워도 그 중 하나죠. 재개발 기회가 있는 자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린은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R을 바라봤다.

오전의 빛이 R의 얼굴 한쪽을 비추었다.  

"솔직히 말하죠. 전 외부 분석가들이 이 도시의 결정을 흔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린의 속내를 드러낸 후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로 해드릴게요." 그녀의 말은 단단한 경계였지만, 동시에 작은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했다.

R은 그녀의 등 뒤에서, 말없이 걸었다. 투명한 엘리베이터가 그들을 36층으로 데려갔다. 건물 안 회의실에는 이미 여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 너머로는 도시의 지붕들이 차분하게 펼쳐져 있었다.  

참석자 가운데 한 명—류즈위안. 깔끔한 수트에, 북경 억양의 표준어. 그는 부동산 사모펀드 'O캐피탈'의 대만 투자책임자였지만, 실체는 그림자처럼 복잡했다.

"오, 서울에서 특별한 손님이 오셨군요. 요즘 같은 때에 타이베이 시장을 주목하시다니 안목이 있으십니다. 해외 투자자들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거든요." 완벽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온 류즈위안의 눈빛은 차가웠다. R은 이런 타입을 잘 알고 있었다. 단기 수익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투자자. 그들은 모든 도시에 존재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류즈위안은 자본과 개발 논리를 앞세워 발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회의실을 가득 울렸다.

"우리는 빠르게 갑니다. 자금은 충분하고, 시공 네트워크도 안정적입니다. 중요한 건, 속도와 실현력이에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투자 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투자 타이밍입니다."

창밖으로 구름 한 조각이 천천히 흘러갔다. 류즈위안은 얇은 문서를 테이블에 올렸다. 종이 위에는 자금 계획이 정교하게 쓰여 있었지만, 출자자 명단은 빠져 있었다. 고의적인 여백처럼.

R은 문서를 꼼꼼히 살핀 뒤 천천히 노트북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잠시 머물렀다.

"시간은 설득의 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출처와 목적이 명확해야 하죠.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투명성은 더 중요합니다." R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회의실의 공기가 미세하게 변했다. 류즈위안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웃었다. "모든 자금의 출처를 밝힐 필요는 없죠. 중요한 건 도시의 성장입니다. 밸류애드 투자와 코어플러스 펀드 투자 수요가 높은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기회가 있는 자산의 가치 상승은 분명합니다."

류즈위안의 말 뒤에 정적이 흘렀다. 창밖 도시의 소음도 이 순간만큼은 멈춘 것 같았다.

린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표정에 감정이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있었다. "R의 말에 동의해요. 타이베이는 홍콩이 아닙니다. 시민의 자산 가치가 걸린 일입니다. 우리는 투명함을 택해야 하죠."

린을 노려보던 류즈위안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줄였다. 그의 입술 한쪽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결국 계약은 보류되었다. R은 회의실을 나오며 처음으로 린이 자기 편에 설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어쩌면 그것은 편이 아니라, 원칙이었을지 모른다.

그날 밤, 린과 R은 중산공원 근처의 작은 식당에 마주 앉았다. 창문 너머로 가로등 불빛이 고요히 흔들렸다. 그들 사이의 테이블은 좁았지만, 처음보다는 거리가 가까워진 듯했다.

국수는 식어갔고, 살짝 눈이 풀린 린은 손가락으로 맥주잔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처음엔 당신이 이 도시를 숫자로만 재단할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오늘, 당신의 말 덕분에 회의에서 무릎 꿇지 않아도 됐어요. 고마워요."

R은 고개를 숙였다. 그제서야 그는 그녀가 왜 스스로를 지켜야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누구나 자신만의 경계가 있다. 그리고 경계를 넘을 때는 이유가 필요하다.

"요즘 어떤가요? 소비심리 위축으로 리테일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던데." R이 화제를 전환했다.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반면에 호텔은 객실 점유율과 단가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어요. 관광객들이 돌아오고 있거든요."

"데이터는 도구일 뿐이죠. 결국 그 뒤에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호텔과 물류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배후에 있는 신뢰에서 나옵니다." R이 화답했다. 그의 눈에는 며칠 전과는 다른 빛이 있었다.

그 순간, 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테이블 위에서 잠시 떨림이 이어지다 멈췄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한 후, 조용히 치워놓았다. 그러나 R은 보았다. 류즈위안이었다.

'프로젝트는 중단하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논의하죠. 효율적인 협력 방식을 기대합니다. 귀사의 지나친 투명성 기준이 시장 진입의 장벽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린은 그 메시지를 R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잔을 들어 마실 뿐이었다. R은 그 눈빛에서 모든 것을 읽었다. 타이베이는, 침묵으로 말하는 도시였다.

"괜찮겠어요?" 창밖을 바라보며 R이 물었다. 불빛이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등불들처럼.

"이 도시는... 여운이 깊네요." 린은 소리내어 작게 웃었다. 처음으로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우리는 투명함을 택했어요. 외부 자본이든 내부 결정이든, 기준은 무너지면 안 돼요. 해외 투자자 비중이 확대되지만, 그들이 우리의 규칙을 따라야지, 우리가 그들에게 맞출 순 없어요."

R은 끄덕였다. "CBD 지역의 신규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장 건전성은 더욱 중요해지겠군요."  "그렇죠. 숫자는 완벽하지만, 도시는 항상 불완전해요. 그리고 그 틈에 감정이 흐르고, 사람이 살아가는 거죠."

밤이 깊어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가끔은 침묵이 대화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이곳, 다시 오실 건가요?" 그녀의 마지막 질문은 바람처럼 가볍게 흘렀다. R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길이 열려 있다면, 그 방향을 다시 걷게 되겠죠."

타이베이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린 야팅이라는 사람에 대한 답변이었을지도.

작가의 해설: 타이베이는 조용한 도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엔 단단한 기준과 감정이 숨쉰다. 린 야팅은 그 도시의 얼굴이며, 류즈위안은 도시에 균열을 내려는 외부의 힘이다. R은 그 둘 사이에서 자신의 감각과 기준을 재정비한다. 이 짧은 여정은 R에게, 데이터 위에 윤리를 놓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은 작지만, 타이베이의 기억 어딘가에 오래 남을 것이다. 투명한 그림자처럼.

2025년 타이베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

부동산 거래량 감소 및 가격 조정 국면: 타이완의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은 소폭 조정 중입니다. 은행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으로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특히 변두리 지역 분양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 심리 변화와 매도인 호가 인하 압력: 투자자들의 관심이 약해지면서 매도인들이 호가를 낮춰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매 부동산 수익률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소매 자산이 구매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용 부동산 수요 증가: 타이완의 강력한 수출 수요와 현지 기업들의 확장 계획으로 산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설 관리 서비스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시장의 견조한 수요와 투자 유치:타이베이 사무실 임대 시장은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 및 개인 투자자를 계속 유치 중입니다. 다만 투자자 관심 약화로 인해 매도인들이 가격 조정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호황과 부동산 시장 영향: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고임금 엔지니어 유입으로 타이베이 및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빈부 격차 심화와 주택 안정화 정책 필요성 증가라는 사회적 이슈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인물 소개

📌R: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스타트업 '스퀘어'의 전략총괄 이사로, 데이터 분석과 인간적 직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40대 초반의 분석가입니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숫자와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린 야팅: 타이완 W사의 투자기획 팀장인 그녀는 실무 능력과 윤리적 감수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명확하고 공정한 언어를 구사하며 외부 자본과 내부 가치 사이의 균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장 중심의 전략가입니다. 투자자들과의 협상 과정에서는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하며, 조직의 원칙과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데이터와 감정을 조화롭게 다루며, 복잡한 비즈니스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