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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빌딩프롭테크 플랫폼 출시 의미

민성식
- 12분 걸림 -
빌딩플랫폼 바인드 앱 화면.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으로 유명합니다. 주거상품의 건설이 주력이지만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118 등 세계 초고층 빌딩을 건설한 트랙레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이제 시공만 하는 것을 넘어 빌딩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은 신선한 시도로 보입니다. 이번에 삼성물산이 새롭게 선보인 빌딩플랫폼 '바인드(Bynd)'는 빌딩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내부 사용자들에게 제공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 콘셉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레터에서도 '부동산 업계에 프롭테크 적용이 쉽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프롭테크에 대한 내용에 다뤘는데 오늘은 그 가운데 삼성물산이 출시한 빌딩플랫폼을 통해 오피스빌딩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예상해 보겠습니다.


톱다운보다는 바틈업 방식

아이디어는 모든 것을 펼쳐놓고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용 가능한 기능은 꼭 필요한 것부터 개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메뉴를 다 준비해 놓고 하나씩 찾아가는 톱다운 방식보다는 하나의 엣지 있는 기능에서부터 점차 퍼져나가는 바틈업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빠르게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점차 넓혀가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업무들이 결국 다 연결이 되기 때문에 모든 메뉴들을 다 준비해 놓고 시작하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산관리보고서를 만드는 기능의 플랫폼이 있다면 이와 연결하여 내부 결재시스템과도 연동했으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실무에서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다 보면 엄청나게 큰 통합 플랫폼이 돼야 하거나 어떤 색깔의 제품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지게 됩니다.

삼성물산이 개발하는 플랫폼이 해결해야 하는 것들도 아마 이런 비슷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나와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은 하나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플랫폼들을 연동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연결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하는지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프롭테크 기획자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개발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현재 있는 기술로는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에 통합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융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이 있어야 하고 결국 수익을 창출하는 것까지 연계돼야 할 것입니다.

지름길은 실무자와 사용자가 제시

프롭테크의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 보면 구시대적인 요소가 많기도 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많이 겪습니다. 그럴 때 마다 이런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하기도 하고 가설을 세워 프롭테크에 도전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콘셉트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적용을 하려 하니 관련 법규에 위배가 된다든지 실무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거나 규격화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됩니다. 부동산은 경험이 중요한데 이를 아이디어로만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곤 합니다.

그래서 프롭테크를 한다면 해당 업무를 경험했던 실무자나 사용자로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참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체적인 플로우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개발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동안 기획자만 이해하거나 실무자들의 활용도를 고려하지 못한 제품들이 개발됐다가 사장되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는 프롭테크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와 사용자가 개발 과정에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스며드는 프롭테크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미 빌딩에 프롭테크가 많이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빌딩의 주차장에는 주차 부스에 사람이 상주하면서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정산을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량 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키오스크나 앱을 통해 무인정산을 하는 빌딩들이 흔해졌습니다.

또, 빌딩에 출입할 때 방문자 예약을 하거나 출입 시에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때에는 바코드를 활용하거나 안면 인식 시스템을 이용하는 곳들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다른 빌딩에서는 호환해 활용하기 힘든 출입카드를 발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과 편의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키오스크나 무인시스템들을 도입할 때 사람이 직접 안내를 해주지 않으면 불편하고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용자들이 금방 익숙해져 빠르게 프롭테크가 빌딩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빌딩플랫폼과 같은 프롭테크를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신축 건물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건물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새로운 디바이스를 설치하거나 시스템을 추가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활용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자동차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빌딩에 프롭테크를 적용하는 것은 마치 수동 기어로 작동되는 오래된 구형차에 요즘 나오는 최신 차량 안전 시스템 기능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비용 면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고 호환이 되지 않는 장비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더기 처럼 억지스럽게 적용할 게 아니라 차라리 차를 새로 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플랫폼이 아닌 정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부동산은 정보 비즈니스입니다. 수익의 원천이 임대나 매각 등 대부분 정보를 활용한 컨설팅을 통해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프롭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플랫폼에서 생성하고 수집되는 정보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플랫폼 자체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이를 활용하여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게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 이미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무료로 고객을 유입시킨 뒤에 유료로 전환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디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부터가 아닌 우회적으로 돈을 버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프롭테크 플랫폼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선보여도 결국 부동산 관련 비즈니스는 오프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을 공략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오프라인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중개 보수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방식을 고민하닥 결국에는 그 수익을 공유하거나 점유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빌딩플랫폼도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해서 유입된 정보로 어떤 활동을 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빌딩을 투자하고 운영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런 돈의 흐름 가운데 일부를 플랫폼에서 가져올 수 있는 오프라인의 채널을 활용할 수 있어야 그게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저도 삼성물산의 바인드(Bynd) 출시 관련 쇼케이스에 초대받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데모 버전의 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앞으로 어떤 플랫폼이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삼성물산이 주거를 뛰어넘어 오피스 빌딩에도 진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프롭테크라는 용어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이끌어 가던 프롭테크 시장에 삼성물산이라는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앞으로 더 큰 변화와 성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머릿속에서만 있고 현실의 제약으로 인해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 많은 게 부동산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 프롭테크가 해야 할 역할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상업용 부동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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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식

친절한 부동산선배 민성식입니다. 스파크플러스 솔루션세일즈팀에서 빌딩밸류애드 관련 솔루션을 세일즈하는 업무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빌딩 투자 시크릿' 등 다수의 책을 썼습니다. 매주 상업용 부동산 뉴스를 정리한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민성식 리더의 홈페이지는 이 주소(https://www.minsungsik.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주간의 상업용 부동산(CRE) 이야기를 정리해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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